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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에게 우울감을 줬지만, 두려움을 없애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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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에게 우울감을 줬지만, 두려움을 없애준 '시간'

    [노컷 인터뷰] '시간' 설지현 역 서현 ①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시간'에서 설지현 역을 맡은 배우 서현 (사진=㈜한신엔터테인먼트 제공)

     

    울고, 또 운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시간'에서 서현이 맡은 설지현은 극중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나만 겪어도 힘든 일이 잇따라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어느 날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어느 날은 오열했다.

    '시간'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천수호(김정현 분)가 자신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설지현(서현 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시작했다. 하지만 천수호 역을 맡은 김정현이 건강 악화로 도중에 하차하면서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극의 두 축이었던 멜로와 스릴러 중 멜로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시간'으로 지상파 미니시리즈 첫 주연을 맡은 서현의 '시간'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앞서 설지현을 떠나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종영소감을 밝힌 서현은, 감정 소모가 큰 역할에 몰입해 있느라 평소에도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제 설지현을 떠나보낸 지는 3일 정도 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설지현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소감이 궁금하다. 초반부터 이 정도로 기구한 운명이라는 걸 알았는지.

    생각했던 것처럼 굉장히 비극적이었던 것 같다. (웃음) 대본을 제3자 입장에서 보는 관점과 제가 그 인물이 됐을 때 관점이 달랐던 것 같다. 밖에서 보는 사람, 관찰자로서는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작품 들어가고 촬영 시작하니까 지현이 인생이 제 인생 같더라. '내 인생은 도대체 왜 이럴까' (웃음)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웃음) 그래서 우울한 기분이 좀 들었던 것 같다.

    ▶ 설지현을 연기하면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상황은 무엇이었나.

    감당하게 쉬운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또 시한부고 내 동생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 너무 버거웠다, 한 인물이 겪기에는. 그 인물로 살다 보니까, 작품 초반에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던 것 같다. 결국에 끝까지 다 하면서 더 배운 것 같다. 이제 뭔가 두려운 게 없다. (웃음) '이것도 해냈는데!' 앞으로는 더 단단해진 느낌을 받을 것 같다.

    ▶ 여러 불운을 겪는 캐릭터였던 만큼 소화하기 까다로웠을 것 같다. 혹시 왜 이 역할에 본인을 캐스팅했는지 제작진이 귀띔해 준 게 있는지.

    제 멘탈을 말씀하셨다. (웃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강한 사람인 것 같다고. 전 너무 감사했다. 전 작품('도둑놈 도둑님')을 같이 하고 바로 제게 연락하기 쉽지 않으셨을 거다. 거기다 입봉작이니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 절 믿고 연락해 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해서 정말 너무 잘 표현하고 싶었다. 또, 작품 메시지가 많이 와 닿았던 것 같다. 모두에게 유한한 이 시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말 인생이 달라지지 않나. 그게 많이 와 닿았고, 되게 도전해 보고 싶었다. 시나리오 볼 때부터 '아, 되게 어렵겠다. 되게 쉽지 않은 역할이겠구나' 했다. 그래도 해 보고 싶었다.

    ▶ 종영소감에서 설지현을 떠나보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너무 힘들었다. (떠나보낸 지) 이제 한 3일 된 것 같다. 끝나고 여운이 좀 길게 가더라. 이번 작품은 워낙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어서 저번 작품들보다는 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전(촬영 중)에는 좀 우울한 기분이 있었다, 계속.

    '시간'의 설지현은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시한부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옛 연인에게 총을 맞는 등 기구한 일을 연달아 겪는 인물이다. (사진=MBC 제공)

     

    ▶ 설지현의 감정선을 계속 유지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서현과 설지현의 삶에서 경계를 잘 안 뒀다. 현장에 가면 저를 바라보는 스태프들이 계시지 않나. 사실 정말 뒤에서 배우들만큼이나 많이 고생하시는데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배우 한 명이다. (스태프들은) 잠도 못 자면서 몇 개월 동안 (자기) 자리에 있는데,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 설지현 역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했는데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나.

    아무래도 계속 설지현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 사람들도 잘 안 만나게 되고, 만나더라도 막 밝게 못 웃겠는 거다. 쉴 때는 쉬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어가지고… 정신은 그쪽(드라마)에 가 있어서. (웃음) 친구들도 걱정했다. 저랑 제일 친한 친구들은 중학교 친구들이 많은데 항상 제 밝은 모습만 많이 봐 가지고, 분위기가 되게 달라졌다고 얘기하고 괜찮냐고 걱정 많이 했다. 그때는 그게 좀 어려웠다. (촬영 안 할 때) 아무렇지 않게 서현으로 있다가, 다시 촬영장에서 (몰입)하는 게 맞을까, 과연 감정이 나올까 하는 고민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 하면서 평상시에도 조금 더 다운됐던 것 같다.

    ▶ 앞서 배역을 연기하면서 극중 인생이 본인 인생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시간'에서 그런 마음이 특별히 더 들었던 건가.

    모든 순간, 100%를 다 내 인생이라고 하기에는 (연기가) 가짜인 것을 진짜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연기할 때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게 가짜이지만 정말 내가 느끼고 표현하는 거다. 매 순간 진짜인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전 작품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긴 했는데, 이번엔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 그래서 좀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

    ▶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신념이 있는 역할인데, 본인과 잘 맞았나.

    많이 비슷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설지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 이해가 되더라. 그 캐릭터가 너무 안쓰러웠다. 제가 (극중에서) 막 꾸미고 변신했던 시기가 있지 않나. 그것도 불쌍하더라.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캐릭터의 삶이. 나였어도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

    ▶ '시간'은 원래 시한부 인생의 한 남자와 또 다른 여자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멜로 부분이 많이 사라졌다. 아쉽진 않았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 부분은 너무 아쉽다. 멜로 부분이 많이 바뀌는 바람에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원래 멜로 스릴러였는데 멜로가 빠진 거니까. 또, 보시는 분들도 그런 부분(멜로)을 좋아하시지 않나. (멜로가) 약해져서 아쉽긴 했다.

    서현은 '시간'에서 천수호 역을 맡은 김정현과 호흡을 맞췄다. (사진=MBC 제공)

     

    ▶ 극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 이해됐는지.

    원래는 (천수호와 설지현이) 결혼하고 나서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거였다. 아파서 하차하셔서 (극중에서) 사랑이 진전될 수 없었다.

    ▶ 함께 연기한 배우들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정현 씨는) 천수호라는 캐릭터랑 되게 잘 맞게 연기를 잘하셨다. 진짜 천수호가 있었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 표현했다. 제가 머릿속으로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 싶었던 게 그대로 나타나더라. (김준한, 황승언 씨는) 둘 다 되게 잘 맞았다. 다들 연기에 욕심이 많은 분이었다. 승언 언니하고도 2살 차이밖에 안 나고, 준한 오빠하고는 차이가 좀 나지만 장난기가 많으시고 되게 편하게 잘해주셔서 되게 허물없이 잘 지냈던 것 같았다.

    ▶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김정현 씨가 건강 문제로 하차했다. 그 후 정신적으로 흔들리진 않았나.

    음… 그런 건 별로 큰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 책임감이 더 강해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두 명이었다가 한 명이 되다 보니,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 어깨가 무거워진 건 맞다. 배우, 스태프들도 진짜 다 열심히 하고 응원해 주셔서 잘 버텼던 것 같다. 저마저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이 작품 자체가 흔들릴 것 같았다.

    ▶ 상대역이 하차한 극 후반부에서는 더 고생했을 것 같다.

    어떤 일을 해도 어려운 일은 많은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걸 통해서 제가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이해라든지 깊은 포용력 같은 걸 배웠다. (웃음)

    제 인생에서도 그렇고, 연기적으로도 정말 공부가 많이 됐고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 특성상 굉장히 감정 소모가 많았다. 설지현 캐릭터의 슬픔은 단순하지 않았다. 가족의 죽음이 슬픔의 시작점인 만큼, 그 깊이를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작품 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이 인물의 삶을 이해하고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제가 원래 부모님과 같이 사는데 따로 공간을 마련했다. 저에게만 24시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 어떤 점을 배웠고, 어느 부분에서 성장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전에는 연기 하나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해서, 저는 열심히 집중한다고 했지만 100% 집중할 순 없었다. 그게 늘 아쉬웠다. 이번 작품에는 최대한 100% 몰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지현으로서 노력하려고 했다. 예전에는 감정 씬이 있으면 잠깐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등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항상 그 (캐릭터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설지현으로서 끈을 갖고 가면서 촬영하니까 감정씬을 할 때 좀 더 제 일처럼 잘 나왔던 것 같다. (웃음)

    감독님(장준호 PD)하고도 전 작품('도둑놈 도둑님')을 같이 했는데 그때도 호흡이 잘 맞았다. 감독님이 좀 열려 있는 마인드이시다. 항상 틀에 갇혀 있는 걸 싫어하신다. 대사는 좀 달라져도 되지만 이 상황에 처해 있는, 살아있는 연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그 고민을 많이 했다. 대사가 중요하지만 큰 테두리 안에서 목표가 같으면 쓰는 말투나 단어는 상관없는… (배우가) 놀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셔서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 서현 (사진=㈜한신엔터테인먼트 제공)

     

    ▶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제가 항상 조금 걱정했던 건, 소녀시대 서현으로 11년 동안 활동해서 (드라마 안에서) 역할로 잘 스며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변신해도 '아, 쟤는 서현이다' 하는 이미지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서현이 안 같다, 설지현 같다 하는 말이 너무 뿌듯하고 (웃음) 너무 감사했다.

    ▶ 이번 작품을 해낸 '도전'에 만족하는가.

    만족스러운 부분도,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따지고 보면 만족스러운 게 더 많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운 게 많다. 어디서도 돈 주고 못 할 경험을 한 것 같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소녀시대 서현이 밝힌 평양 공연 뒷이야기 "꿈꾼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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