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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이스2' 스태프가 밝힌 현장 "주 52시간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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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보이스2' 스태프가 밝힌 현장 "주 52시간은 꿈"

    한빛센터, '보이스2', '나인룸', '플레이어' 스태프 제보 내용 공개
    CJ ENM에 제작 환경 개선 나설 것 촉구
    '열두밤', '마성의 기쁨',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는 개선 조치 약속

    현재 방송 중인 OCN '보이스2' 스태프는 '주 52시간은 꿈'이라며 열악한 제작 환경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제보했다. (사진=OCN 제공)

     

    드라마 tvN '나인룸', OCN '보이스2', '플레이어'의 촬영 현장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태프들은 '8일 촬영 후 하루 휴식', '식사 때 못 맞추는 일 다반사', '주 6일 촬영 강행', '휴식 보장 이유로 임금 삭감' 등을 당했다고 제보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소장 탁종열, 이하 한빛센터)는 tvN '나인룸', OCN '보이스2'와 '플레이어' 스태프들이 제보한 내용을 23일 공개했다.

    한빛센터에 따르면 '나인룸'(극본 정성희, 연출 지연수, 제작 김종학 프로덕션) 스태프들은 △폭염에서도 하루 평균 20시간 일하고 길면 3시간 자고 출근 △중간 하루 휴일은 그날 새벽까지 촬영 진행돼서 사실상 휴식의 의미가 없음 △처음에는 일주일에 이틀 쉬더니 최근에는 8일 촬영 후 하루 쉼 △야외에서 온종일 일하지만 식사 때 못 맞추는 경우도 다반사 등을 폭로했다.

    '나인룸' 스태프는 "스태프 회의에서 성교육, 갑질교육, 안전교육하면 뭐하나? 여전히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보 이후에는 하루 쉬고 다음 날 휴차가 반복되는 일정이 나와 노동 환경이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급제 받는 스태프들은 하루 24시간 넘게 촬영하지만 임금은 똑같이 받고 휴차하는 날은 임금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작PD가 신고자를 찾고 있다는 말이 들려 보복이 올까 불안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보이스2'(극본 마진원, 연출 이승영, 제작 ㈜콘텐츠K) 스태프의 제보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이스2' 스태프는 "주 52시간 촬영은 꿈이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연출자와 제작사로 인해 주 6일 촬영, 하루 휴차하고 있다. 그나마 휴차 전날 촬영은 새벽 2~3시까지 촬영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2' 스태프가 노동청에 이 상황을 고발했으나 노동청에서 문제없다고 하자 PD가 '이제 스케줄이 더 빡빡해질 것'이라며 스태프들을 압박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플레이어'(극본 신재형, 연출 고재형,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아이윌미디어) 스태프 역시 "보통 촬영시간이 20시간 이상이다. 처음에 보장하겠다던 8시간 휴식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일급제 스태프들을 무시하고 일정을 짠다. 하루를 꼬박 새우고 휴차 주고, 다시 하루를 꼬박 새우고 휴차를 준다", "오전 7시 현장 집합 후 (다음날) 새벽 5시가 넘어 해 뜨고 난 뒤에 분량을 다 처리하지 못한 채 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제보했다.

    다른 스태프는 "여름이 끝나고 해가 점점 짧아지게 되면 얼마나 더 오래 촬영할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한빛센터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처음 촬영 시작할 때 계약하면서 8시간 휴식 보장을 이유로 메인 스태프들과 일부 스태프들의 임금을 삭감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오는 9월 중 첫 방송이 예정된 tvN '나인룸', OCN '플레이어' (사진='나인룸' 측 제공, '플레이어' 예고편 캡처)

     

    한빛센터는 다음 주부터 '나인룸', '보이스2', '플레이어' 제작 현장을 방문해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CJ ENM 대표와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9월 방송 예정인 '나인룸'의 제작발표회장을 방문해 감독에게 '인권이 있는 드라마'를 촉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어, 노동부에 '보이스2' 진정 사건이 있었는지, 처리 결과를 확인해 줄 것을, CJ ENM에게는 조사 결과 사실일 경우 해당 PD를 징계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플레이어' 모든 스태프의 계약 형식과 계약 내용 공개를 요청한다고도 전했다.

    앞서 한빛센터는 현재 방송 중인 tvN '아는 와이프' 촬영 시간이 하루 평균 20시간에 달한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9일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를 만난 바 있다. 최 대표는 당시 제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주 2회 휴차 보장, 촬영 종료 후 휴식시간 최소 8시간 보장 등을 약속하며 "신뢰를 갖고 개선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나인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한빛센터는 "제보 내용 사실 확인을 먼저 해 달라면서도 사실 확인을 위한 어떤 협조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스튜디오드래곤의 태도는 '이윤만을 목적으로 스태프 인권에는 전혀 관심 없는 전형적인 기업의 모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열두밤'-'마성의 기쁨'-'나는 길에서…' 측, 제작 환경 개선 약속

    또한 한빛센터는 채널A '열두밤', MBN-IHQ '마성의 기쁨', 옥수수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에 관한 제보를 듣고 해당 방송사와 제작사에 제작 환경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채널A는 지난 7월 30일 보낸 답변서에서 "스태프들의 휴식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있고, 특이상황(배우 스케줄, 기상 상황 등)에 의해 촬영이 지연되는 경우, 사전에 스태프들과 협의하고 공유하고 있다. 1일 촬영 분량을 줄이기 위해 B 카메라를 투입하고 현재 예정된 편성 일정을 늦춰 추가 촬영일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드라마 '열두밤'이 제작 스태프와 연기자 모두 즐겁고 안전한 제작환경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성의 기쁨'을 제작하는 ㈜골든썸은 지난 20일 보낸 답변서에서 "시청자에게 정확한 시간에 좋은 내용으로 작품을 선보이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제작 스태프의 기본적인 권리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B팀을 운영해 방송 스태프 추가 충원을 진행하고 있고,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추가적인 휴무와 수면시간 보장 등 스태프의 기본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주 1회 휴식 보장 증빙자료로 5월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의 촬영일지를 첨부했다.

    '마성의 기쁨' 제작사 ㈜골든썸이 지난 20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보낸 촬영일지 (사진=한빛센터 제공)

     

    ㈜SK브로드밴드도 같은 날 보낸 답변서에서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 드라마 제작 실태를 조사했고, 모든 스태프에게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주 68시간 이내로 촬영을 제한할 것을 제작사 쪽에 요청했다. 제작사로부터 남은 촬영 일정 동안 무리한 촬영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스태프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울러 본사는 앞으로 진행할 드라마 제작에서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 제작사 YG 스튜디오플렉스는 지난 17일 한빛센터에 공문을 보내 제작 환경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길게는 주당 90시간 이상 촬영을 계속하고 있고, 새벽 3시 촬영 후 바로 오전 7시 반에 다음 촬영을 시작한다는 제보에 대해 "7월의 경우 1주 73~74시간 촬영이 진행된 일부 주가 있었고, 8월 9일을 포함해 1일 18시간 이상 촬영이 진행된 일부 날이 있었다. 일부 무리한 촬영이 있었던 점, 더 나은 제작 환경을 준비하고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해 모든 스태프에게 사과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18년 6월 15일부터 이 드라마 10주차 촬영까지 완료된 8월 17일 기준, 약 575시간의 촬영이 진행됐다. 평균 촬영 시간으로 환산하면 1주당 57.5시간이 된다. 각 파트별 업무 시간이 상이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1일 2시간의 휴식시간을 제공했다. 이동식 아이스박스 구비해 식수 및 음료 제공, 특정 야외 촬영 시 휴식공간 제공, 이동식 에어컨 제공 등 제작 환경을 조금이나 낫게 하고자 열심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YG 스튜디오플렉스는 "남은 촬영 일정 동안 무리한 촬영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앞으로 모든 제작 스태프들이 더 즐겁고, 안전하며, 기본적 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제작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더욱 주의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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