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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북한 석탄 성분 조사? 현실적으로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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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관세청이 북한 석탄 성분 조사? 현실적으로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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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통관 후심사' 체계가 기본…모든 화물 원산지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
    열량·지문검사 등 사후 확인으로는 원산지 알기 쉽지 않아

    유엔 대북제재 대상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과 함께 일각에서는 한국의 통관 절차에 구멍이 뚫렸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관 절차에 비춰보면 이번 '북한산 석탄' 사태를 둘러싼 세관당국의 대응은 상식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이 당국과 전문가들의 반론이다.

    ◇ 석탄 통관 절차는?…선통관 후심사

    '북한산 석탄' 의혹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지난 6월 제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인용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 9000여t을 실은 2척의 배가 러시아산으로 신고한 채 국내에 하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금은 의심선박만 9척으로 늘어나는 등 '북한산 석탄' 논란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 석탄' 논란을 조사하고 있는 관세청은 "'북한산'임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며 "정상적인 통관 절차에 따라 수입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일반적인 통관 절차는 이렇다. 수입 선박은 국내 입항하기 전 배에 싣고 있는 화물을 담은 적하목록을 제출해 입항 승인을 받는다. 또 입항 전후로 실제 하역할 화물 목록을 담은 수입신고서를 제출, 승인받는다.

    이 때 수입 직후 전염병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등의 경우에는 검역 체계를 밟는다. 또 의류처럼 제품에 '메이드 인 xxx'와 같이 원산지를 표시하는 대상에 한해 관세청이 원산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과 같은 일반 사물은 일일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철광석 등 원자재를 수입할 때마다 원산지를 대조한 뒤에야 국내 유통을 허가한다면 국내 산업체계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통관 절차는 '선통관 후심사' 체계다. 업체들이 성실하게 신고했다고 믿고 서류를 이용해 통관한다"며 "이처럼 사후에 문제가 제기돼 조사 결과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이후 제재를 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석탄 원산지 확인…사실상 불가능

    이번 '북한산 석탄' 논란에서도 석탄을 구매한 수입업체인 한국남동발전 측은 무연탄 구매 입찰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무역중개업체가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를 관세청에 제출해 정상적으로 통관됐기 때문에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관세청이 수입업체에 대해 유엔 제재 위반이 아닌 국내 관세청법 및 남북교류사업법 위반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미 불법 사실이 확인된 우범선박의 경우 선박검색이 가능하다. 실제로 세관당국은 러시아산 석탄을 하역한다고 신고한 진룽호에 대해 부처 합동조사를 실시했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또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싣고 왔다는 의혹 역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유죄'를 확신할 수 없었던 셈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에도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에만 선박을 억류하도록 하고 있는만큼 정부의 조치를 놓고 통관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거나,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만약 세관 당국이 문제의 선박들을 나포하고, 석탄을 수거해서 일일이 조사했더라도, 애초 이러한 조사방식만으로는 북한산 여부를 사실상 가려내기 어렵다.

    통상 석탄을 수입할 때 발전회사는 상대국 항구에서 석탄을 배에 선적할 때와 국내 항구에 하역할 때 품질 검사를 거친다.

    남동발전도 이미 입찰 당시 석탄을 실제로 태워서 ㎏당 약 6300㎉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제시했고, 열량 검사를 통해 수입 석탄이 조건을 충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상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낮아 5000㎉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굳이 원산지를 의심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경북대학교 유인창 지질학과 교수는 "석탄마다 품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나 서로 다른 석탄을 적절히 섞는 '블렌딩' 작업으로 목표치를 맞춰 판매한다"며 "예를 들어 발전에 적합한 열량 수치로 6300㎉을 제시하면, 중개업체가 7000㎉ 석탄과 5000㎉ 석탄, 6500㎉ 석탄 등을 블렌딩해 판매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소량의 북한산 석탄이 섞인 경우, 사후에 벌이는 열량 검사로는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석탄의 성분을 확인하는 '지문 검사' 역시 이것만으로는 원산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석유는 산지별로 고유 '지문'이 있지만, 석탄은 같은 탄광에서 채굴하더라도 채광 시기나 깊이에 따라 성분과 품질이 서로 달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북한은 평남탄전에서 주로 석탄을 채취하기 때문에 이 곳의 샘플을 확보해 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대조하면 확인할 수도 있다"면서도 "정작 평남탄전의 샘플을 충분히 확보하기도 어렵고, 이미 북한에서 러시아를 거쳐 항구에 있는 동안 수차례 블렌딩을 거쳤을 테니 북한산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통관 과정에서 화물 전수조사나 석탄 성분 검사 등으로 북한산 석탄을 사후에 잡아내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운만큼, 차라리 애초 북한산 석탄의 이동 경로나 선적 과정, 문제 선박의 이동 경로나 배경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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