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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發 즉시연금 사태…'소비자 보호' 천명한 금감원, 해법 골몰



금융/증시

    삼성생명發 즉시연금 사태…'소비자 보호' 천명한 금감원, 해법 골몰

    생보업계, 자살보험금 사태 재연될까 '전전긍긍'
    금감원, 윤석헌 원장 휴가 이후 구체적 행보 예정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건물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콕 집어 즉시연금을 과소지급한 보험사들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을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사실상 거부하면서다.

    생보업계는 자살보험금 사태가 재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감원은 원장이 휴가를 마친 뒤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즉시연금보험, 무엇이 문제였나?

    문제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보험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한 번에 받아 운용해 이익금을 다달이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A씨를 예로 들어보자. A씨는 2012년 OO생명의 즉시연금을 △△은행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으로 4억원 어치를 가입했다. 상품을 판매한 은행직원은 공시이율이 연 4.6%로 다달이 125만원을 지급 받는다고 설명했다.

    공시 이율이 해마다 떨어질 수 있지만 최저보증 이율 연 2.5%만큼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이때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돼 제시된 최저연금액은 60만원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공시이율도 하락하자 A씨는 다달이 58만원을 받았다. 가입 당시 연금보다 반토막이 났을 뿐 아니라 설명 들었던 최저연금액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약관에 이같은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A씨는 보험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보험사는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운용하는 것은 모든 보험 상품의 특징이라고 맞섰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A씨와 같은 민원인 말대로 원칙에 대한 설명이 약관에 없었다며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한 금융 전문가는 "아무리 보험의 원칙이라고 할 지라도 사업비를 공제하고 운용할거면 고객에게 미리 알렸어야 한다"며 "전형적인 설명 의무 위반"이라며 불완전 판매 요소가 있다고 봤다.

    <"즉시연금보험 절판마케팅 주의하세요" 소비자경보 발령> 금감원 보도자료 2012. 9.26일 배포

     

    금감원은 과거 즉시연금 판매가 과열 양상을 보였던 2012년 이에 대한 '소비자 경보'까지 발령한 바 있다. 금감원이 2012년 9월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 은행 등의 창구에서 현재 적용되는 공시이율(4.5%~4.9%)만 부각되고 있어 소비자의 오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당시에도 "즉시연금 가입시 상품 설명 불충분 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사와 은행의 적극적인 절판마케팅으로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어 향후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삼성생명, 금감원 권고에 '사실상 거부'

    결국 이같은 문제점은 6년이 지나서야 불거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감독혁신의 첫 번째 과제로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를 일괄구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험사들을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삼성생명을 포함 전체 생명보험사에 걸린 미지급액 추정치는 최대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이 권고한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에 대해 논의한 결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집행하라고 경영진에게 권고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분조위에서 말한 약관 오류에 대한 법적인 이견이 있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고 한 것이고, 이는 무조건 소송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법원 판단을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법무팀에서 검토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다음달 10일까지 금감원에 이에 대한 답을 해야하는 한화생명의 고민도 깊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리는 삼성생명과 약간 결이 다르다"면서 "법적 문제점, 정무적 판단 등 여러 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의 학습 효과 때문에 금감원의 권고를 마냥 거부할 수 만은 없어 걱정이 크다"면서 "금감원장이 이에 대한 보복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말을 순진하게 믿을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토로했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보험사들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주문을 거부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기관과 임원에 중징계를 내리는 강수를 두자, 결국 백기 투항하고 보험금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 금감원, 원장 휴가 마친 후 구체적 행보 예정

    금감원은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 이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원장님이 휴가를 마친 뒤 복귀해서 회의를 거친 뒤에야 구체적 방안이 나올 것"이라면서 "지금 상태에선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이리저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이러한 입장을 내놨으니 금감원이 바로 대응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숙고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삼성생명의 결정을 한 것이고, 감독원은 본연의 책무를 수행할 뿐"이라면서 "원장님께는 보고가 됐고,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할 경우 우려했던 현장검사 등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 보복성 검사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검사를 실시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윤석헌 원장도 지난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보험사들이 분쟁조정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검사를 하는 등 불이익을 주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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