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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함과 확신 갖고 싶은, 일기 쓰는 여자 이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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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함과 확신 갖고 싶은, 일기 쓰는 여자 이엘리야

    [노컷 인터뷰]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 역 이엘리야 ①

    배우 이엘리야가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을 방문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법원에 왔으면 일이나 하시죠. 사생활에 관심 끄시고."

    이 대사 하나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미스 함무라비'의 속기 실무관 이도연은 공과 사가 정확한 인물이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서열을 굳이 따지지도 않았다. 누구 앞에서나 공평했다. 굽히지 않고 당당했다.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 분)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됐다.

    동시에 법원에는 판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완벽한 업무 능력으로 인정받지만 계약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속기 실무관이나, 재판 조서를 작성하는 참여관, 서류 송달부터 민원전화 응대 등을 맡는 실무관, 법원 내의 안전을 지키는 법원 경위 등이 고루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일과 사랑 모든 면에서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준 이도연 속기 실무관 역을 맡은 배우 이엘리야를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종영 소감 부탁한다.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해서 좋다. 시청자들에게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 '미스 함무라비'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대본이 왔던 거로 안다. 저와 한 번 같이 작품을 했던 감독님이셔서 그 인연도 있었다. (* 이엘리야는 곽정환 감독의 드라마 '빠스껫 볼'로 데뷔했다)

    ▶ 파트너로 연기한 류덕환 씨가 말하길, 이미 이도연 캐릭터를 확실히 세우고 와서 연기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방향을 어떻게 잡았는지 궁금하다.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진 않았던 것 같다. 씬에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어서. 일단 확실한 건, 제가 믿는, 제가 생각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이도연에 대한 텍스트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긴 하다.

    그 전 작품들에서는 제가 뭔가 '해야' 하는 역할이 많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다기보다는… 악역이 등장하는 상황 자체가 뭔가를 해 보여야 하지 않나. 여기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도연이다'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 자연스럽게 존재해야 했다.

    이도연으로 있었던 건지, 이엘리야로 있었던 건지 약간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편하게 존재했다. 연기를 했다는 느낌도 잘 모르겠다.

    이엘리야는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4부 속기 실무관 이도연 역을 맡았다. (사진=JTBC 제공)

     

    ▶ 극중 연인으로 나오는 정보왕이 이도연을 '매력적인 여자'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인가, 화면에서 이도연의 아름다움이 더 부각됐던 것 같다.

    저는 연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방송을 보고 나서야 '아, 저를 저렇게 크게(클로즈업) 찍고 있었구나' 했다. 제가 주로 모니터 보고 있어서 얼굴 위주로 찍는 장면이 많았다. 컴퓨터와 같이 걸릴 때가 많았다. 실제 속기사님 책상 위치 그대로 세트가 지어지기도 했다.

    감독님께서 굉장히 많은 커트로 촬영해주신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촬영감독님이 한 씬을 찍을 때도 도연이는 다양한 각도로 찍었다고 하시더라. 정지돼 있는 한 가지 구도가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도록 촬영해 주신 것 같다.

    ▶ 이도연은 말단 공무원임에도 칼 같은 면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 소개에 '고자세'라고 되어 있기도 했다. 그런 자신감의 원천은 뭐였을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나보다 더 힘 있는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던 건 내면이 단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게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게 어렵지 않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하고 싶은지, 뭔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답과 확신을 갖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명확한 인물이니까.

    ▶ 그럼 실제 이엘리야는 이도연과 얼마나 닮았나. 혹은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이도연과 닮아가고 싶고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 자기 스스로 당당하고 확신이 있을 때 어느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사랑도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도연이의 당당함과 확신이 제게 아주 없는 부분은 아니지만, 더 닮아가고 싶다.

    이엘리야는 법원의 최고 정보통이자 귀여움과 싹싹함을 갖추고 있는 유쾌한 캐릭터 정보왕 역을 맡은 류덕환과 연인 연기를 했다. (사진=JTBC 제공)

     

    ▶ 정보왕(류덕환 분)과의 연애도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이도연이 정보왕이 좋은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실수도 하긴 하지만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고 모르면 배울 줄 알고 괜히 센 척 허세 부리지 않는 그런 남자여서 좋아요"라고 하지 않나. 정보왕이 좋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되게 판사님이… (웃음) 그렇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숨기려고 하지만 표현되는 마음이 너무 순수했다. 그 순수함이 (웃음) 도도하고 시크하고, 일 외에는 여지를 주지 않는 도연이가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던 매력이지 않을까.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보이는 대로 나를 판단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 싹싹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지만, 단순히 호감을 느끼는 것과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격차가 있을 것 같다. 정보왕이 '안전한 남자'라는 점을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잠시 침묵) 보왕이랑 도연이가 언제 사귀게 됐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첫 데이트만으로 사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보왕이가 '내내 어여쁘소서'라면서 시로 고백하는데, 그걸 읽고 보왕이에게 마음을 열고 (둘 사이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데 그 시에 대해 어떤 감동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가 이상의 시인 걸 아느냐고 했을 때 보왕이가 '이제 하나하나 알아가면 되지 않나'라며 고백했지 않았나. 어떤 순수한 열정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왔던 남자가 그동안 도연이에게 있었을까 싶긴 하다. 법정에 있는 속기사이니, 판사들은 특히 아랫사람으로만 여겼을 것 같다.

    판사-속기사라는 직업과 직업의 편견을 넘어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자기를 표현하는 남자가 좋아한다고 했다. 정말 믿을 만하지 않았을까.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고, 굉장히 순수하니까. 과연 어떤 사람이 (상대가) 좋아하는 시를 써서 고백하고, 달려와 주고, 앞으로 (나에 대해) 더 배워나가겠다고 하고, 미안한 건 정말 미안하다고 해 줄까. 그래서 도연이도 보왕이를 판사라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바라봤던 것 같다.

    배우 이엘리야 (사진=황진환 기자)

     

    ▶ 이도연은 낮에는 법원 속기 실무관으로 일하고, 밤에는 웹 소설을 쓰는 작가로 나온다. 평소에도 본인 글을 쓴다던데.

    웹 소설을 쓴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제가 자연 보는 걸 좋아해서 산책할 때 느꼈던 느낌과 생각을 시로도 쓰는 것 같다. 주로 일기를 많이 쓴다. 메모를 많이 한다. 특별히 소설이나 이런 걸 쓸 수 있는 능력치는 없지만. 말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게 있듯이, 글로 써도 (생각이) 간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있다.

    ▶ 나중에 법원에서 일어난 일을 써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이도연처럼, 본인도 세상사에 관해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

    물론 있다. 저도 사회에 소속돼 사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제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사회에서 느끼는 것들이 제 글에 담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이엘리야 "억지로 잘 보이려고 하기보다, 솔직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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