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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리야 "억지로 잘 보이려고 하기보다, 솔직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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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엘리야 "억지로 잘 보이려고 하기보다, 솔직해지고 싶다"

    [노컷 인터뷰]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 역 이엘리야 ②

    배우 이엘리야가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을 방문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연예인은 대중 앞에 드러난 모습으로 사랑받거나 비난받는다. 누군가를 '안다'고 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지만,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본의 아니게 '오독'될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

    특히 배우는 작품에서 해 온 배역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엘리야도 마찬가지였다. 미혼모의 딸로 자라며 오기와 독기가 몸에 밴 백예령('돌아온 황금복'), 갸륵한 표정과 말간 웃음으로 매번 더 나은 남자에게로 도약하는 아나운서 박혜란('쌈, 마이웨이'), 봉사와 기부에 앞장서 온 기부 천사이지만 위악적인 면을 지닌 백아현('작은 신의 아이들') 등 강한 면이 도드라지거나 악역으로 분류되는 역을 주로 맡아오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역할 이미지를 따라갔다.

    이엘리야는 배우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얼마든지 오해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싶지는 않다고도 말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심은 통한다는 걸 믿고,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다.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배우 이엘리야를 만났다. 그는 이미 차기작이 정해졌지만, '미스 함무라비' 종영 기념 인터뷰이니만큼, '미스 함무라비'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작품은 끝났지만 이도연 캐릭터를 마음속에서 내몰고 싶지는 않다는 이엘리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컷 인터뷰 ① 당당함과 확신 갖고 싶은, 일기 쓰는 여자 이엘리야)

    일문일답 이어서.

    ▶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은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밤에 하는 취미가 있다고 말하고, 중년 남성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있는 등 비밀이 많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누구도 사실을 알려고 하거나 도연에게 직접 묻지 않고, 수군대기만 한다. 나중에 연인이 된 정보왕마저도 처음에는 멋대로 판단했다. 실제로 '오해' 받았던 적이 있는지.

    제 직업이 오해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 일을 하기 때문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을 살면서도 보이는 것으로 믿고 판단하려고 하니까. 굳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억되고 싶은 욕심은 없는 편이다. 내 주변 사람에 대한 욕심도 많이 없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억지로 나를 어필해서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점점 없어졌다.

    남이 나를 오해하는 것에 해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저도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오해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저와 대화하기 전까지 차가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이 많다. 반면 쉽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있다. 메이크업 안 하고 혼자 여행 다니면 무척 친근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있다. (이런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게) 어려운 부분 같긴 하다. 아무튼 사랑받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없다 보니 당연히 오해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엘리야는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퇴근 후에는 웹소설 작가로 변신하는 법원 속기 실무관 이도연 역을 맡았다.(사진=JTBC 제공)

     

    ▶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저도 워낙 밝았다. 제가 밝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항상 어디 가서도 웃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감정이 제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않아도, 나한테 솔직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한 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오해를 받아왔던 과정을 돌이켜보면, 진실과 진심은 꼭 통하는 시기가 오더라. 그런 걸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타인과 나 자신에게 거짓이나 가식이 아니라, 존중과 진심을 다한다면 그 마음을 알아줄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오해가 풀릴 거란 신뢰가 있는 거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사회란 공간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있으니까. 배우란 직업을 하니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더 잘 보여야겠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게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일 때 그 감정이 연기로 잘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달리 이도연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인터뷰를 돌면서 실감하게 된다. 기자님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해 주시더라. (웃음)

    ▶ 댓글이나 피드백을 많이 찾아보는 편은 아닌가 보다.

    그렇진 않다. 악역 연기를 3년 정도 하다 보니, (댓글은) 자연스럽게 잘 안 보게 되는 굳은 습관이 생기더라. (웃음)

    ▶ '미스 함무라비'는 약자를 우선하고 더 낮은 곳을 향하려고 하는 여성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었다. 일상적으로 성적 대상화를 겪는 여성들의 처지를 미러링한 상황이 나오는 등 여성들이 더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사실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성분들에게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박차오름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형성돼 있는 현실에 관해 의문을 갖는다. 맞서고 싸우기도 하면서 굽히지 않는다. 어떤, 강한 면들이 많이 있다. 제가 강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어쩌면 (박차오름 같은 모습이) 원래 맞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이 자기 소신으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건데 강하다고 여겨지는 것 자체가,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닐까. (저는 박차오름의 모습을 보고)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원래 이게 맞는 거고, 원래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현실에선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미스 함무라비'가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했기에, 더 많이 공감하고 좋아해 주셨던 게 아닌가 싶다.

    이엘리야는 '돌아온 황금복', '쌈, 마이웨이',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악역을 맡았다. (사진=각 방송 캡처)

     

    ▶ '미스 함무라비'는 90% 사전제작이었다. 드라마 촬영 현장은 워낙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제작 현장은 좀 더 여유로운지 궁금하다.

    확실히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눌 수 있는 건 맞다. 그런데 결국에는 촬영을 끝내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 건 다 똑같다. 생방(촬영)보다는 나았지만 마냥 여유가 있던 건 아니다. 다행히 대본이 다 나와 있어서 현장에서 더 깊이 있는,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본을) 처음 읽는 것과 두 번, 세 번, 네 번 읽는 건 느낌이 다르니까. 좋은 대본을 여러 번 읽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안정성 있게 대본을 갖고 연기한다는 게 저는 너무 좋더라.

    ▶ 배우가 되기 전 다른 쪽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원래는 음악을 했었다. 노래하는 가수는 아니고, 그냥 '음악 하는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를 배웠다.

    ▶ 현재는 연기로 진로를 정해 직업 배우로 살고 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겠다는 결심이 선 건가.

    오래 연기하는 걸, 제가 정할 수 있을까. 사실 연기는 제가 어릴 때 꿈꿨던 직업은 아니었다. 자기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직업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인생이) 내가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기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그렇게 마음을 가져야 조급하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면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꾸준히 일할 거야' 하는 마음을 가진 건 맞지만, 일이란 건 제 의지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생각도 한다. 결국 저를 더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40대, 50대에는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예술이라는 분야에 평생 집중하고 싶은 건 맞다.

    ▶ 이도연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나. 또, '미스 함무라비'가 본인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 것 같은지.

    일단 도연이 같은 경우, (그 역할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하니까. 하지만 굳이 이도연이란 사람을 제 마음속에서 내몰고 싶지는 않다. 오래 기억하고 품고 싶다. '미스 함무라비'는 작품이 질문하고자 했던 것처럼, 제게도 희망적인 작품으로 기억된다. 정말 따뜻한 민사44부 사람들도 잊지 않겠다.

    ▶ 마지막 질문이다. 극중에서 정보왕이 부장판사에게 '부장님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라고 묻지 않나. 이엘리야에게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

    저는 항상 그런 순간이라고 믿는다.

    배우 이엘리야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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