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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했으니 경징계" 해경의 황당한 고무줄 징계



울산

    "반성했으니 경징계" 해경의 황당한 고무줄 징계

    의경 향해 축구공 걷어찬 간부는 중징계
    부하직원 폭행·갑질·협박한 간부는 경징계

    최근 해경은 구조대원들을 상대로 수년에 걸쳐 욕하고 때리는 것도 모자라 "가족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한 한 간부에게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비난이 빗발쳤지만 해경은 이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덮는 분위기. 그러나 조직 내부는 자정 기능을 상실한 해경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해체와 부활'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쇄신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해경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어느 해경의 폭로 "인명구조업무 팽개치고 서장과 회식"
    ②"반성했으니 경징계" 해경의 황당한 고무줄 징계


    울산해양경찰서. (사진=자료사진)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 함장(경정)은 지난해 말 의경을 향해 축구공을 걷어찼다. 폭행당한 의경이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함장은 즉각 직위 해제됐다. 이후 해경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A 함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울산 구조대장이었던 B 경위. 그는 수년 동안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 갑질, 살해협박까지 일삼았다. 그런데도 B 경위는 '감봉 2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승진 후보자인 그는 중징계를 피함에 따라 내년에 경감 진급이 가능해졌다.

    해경의 고무줄 징계를 두고 비난이 커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통영지역의 한 함정에서 근무 중인 A 함장이 의경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경이 A 함장을 고소하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해경은 올해 3월쯤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반면 부하직원을 상대로 상습폭행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한 울산해경 구조대장은 최근 감봉 2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통상 해경은 음주운전에 적발된 직원에게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내린다. 경찰공무원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최근에는 음주운전을 비롯해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 갑질 등 고질적인 4대 비위에 대한 징계를 대폭 강화하는 등 내부 기강을 바로잡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경이 '갈지자' 징계를 내놓자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해경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도 중징계 처분을 받는데 폭행에 갑질까지 한 직원에게 감봉 처분을 내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해경 감찰과 징계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경은 "의경 때린 직원은 중징계, 부하직원 때린 직원은 경징계, 처벌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나도 언제든지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민간위원과 내부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사안에 따라 다소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4대 비위에 대한 징계 기준이 최근에 강화됐기 때문에 울산해경 구조대장은 강화된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의 '폭군 간부' 보도 이후 내외부에 밝힌 해경의 해명도 논란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됐다.

    해경은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확산하자 "울산 구조대장이 많은 인명을 구조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구조대원 4명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낸 점을 고려했다"는 해명을 언론사에 전달했다.

    동요하는 직원들에게는 해양경찰청 감사담당관 명의의 문건을 배포했다. 문건에는 '갑질 피해를 막지 못한 점 사과한다. 구조대장의 평소 행실, 근무 성적, 뉘우치는 정도 등을 반영해 경징계를 내렸다. 법령상 하자는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이없다는 반응이 즉각 쏟아졌다.

    해경 내부망 익명게시판에는 '법령상 하자 여부를 떠나 정서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직원들은 직원들을 위한 변화를 원한다', '내부고발자는 결국 보복당할 것이다'는 등의 글이 잇따랐다.

    시민들도 "반성만 하면 어떤 잘못을 해도 경징계 받는 것이냐", "중징계는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이 진화에 나섰다.

    조 청장은 지난 9일 직원들에게 배포한 서신을 통해 "울산해경 구조대장의 인권 침해적 갑질행위와 그에 대한 해경의 미흡한 후속 조치 등에 관한 언론 보도로 국민의 분노와 직원들의 허탈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며 "국민과 해양경찰 가족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면서 "갑질 근절을 위해 간부들은 가혹하다 느껴질 정도로 솔선수범해야 하며 피해 직원은 적극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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