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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도 나타난 '여성혐오', 이를 가능케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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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웹툰에도 나타난 '여성혐오', 이를 가능케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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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③] 웹툰 편

    지난해 미디어 구석구석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성혐오를 지적하고 이를 바꿔나가자고 제안하는 한국여성민우회의 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가 진행됐다. 올해 여름 4회 일정으로 돌아온 시즌 2에서는 걸그룹, 광고, 웹툰, BJ 업계 내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강연자의 동의를 구해, 관련 내용을 4일부터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이돌 산업 곳곳엔 여성혐오가… 극한직업 걸그룹
    ② 페미니즘과 광고의 결합, '펨버타이징'을 아시나요?
    ③ 웹툰에도 나타난 '여성혐오', 이를 가능케 하는 것들
    <계속>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시즌 2 세 번째 강의 '웹툰 편'이 열렸다. 이번 강의는 '웹툰의 시대',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등을 쓴 위근우 칼럼니스트가 맡았다. (사진=김수정 기자)
    1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시즌 2 세 번째 강의 '웹툰 편'이 열렸다.

    '매거진 t', '텐아시아'를 거쳐 웹 매거진 '아이즈'의 취재팀장으로 활동했으며, '웹툰의 시대',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혐오_주의', '프로불편러 일기' 등을 쓴 위근우 칼럼니스트가 이날 강연을 진행했다.

    위근우 씨는 '드래곤볼'과 'H2' 등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만화 일부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없어도 될 여성의 신체 노출을 강조하거나, 불쾌한 희롱으로 느껴질 만한 장면이 있었다.

    위근우 씨는 "'H2'는 제 인생의 청춘 만화라고 할 정도였는데, 다시 보니 이렇더라. 아다치 미츠루 작가 작품은 교복 입은 여고생의 속옷을 비추는 씬이나, (누군가는) 훔쳐보는 씬이 굉장히 많더라. '드래곤볼', 'H2'는 감동적으로 본 작품인데도, 다시 검토해 보니 굉장히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혐오는 한 미디어의 문제도, 지금만의 문제도 아니다. 반만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드라마, 영화 어디서든 여성혐오적인 장면을 찾아볼 수 있고, 1980~1990년대의 전설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에서도 여성혐오 뉘앙스의 장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여체 노출, 주변화, 비하, 징벌 서사… 웹툰에 드러난 여성혐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여성혐오는 현재 진행형이다. 위근우 씨는 연재 중인 웹툰의 장면을 예로 들며 웹툰 안에서 나타나는 여성혐오 유형을 6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여체 노출'이다. 꼭 나오지 않아도 되는 여성의 신체 부위 노출 장면으로, 일종의 서비스 컷 개념으로 쓰인다. 두 번째는 '여성의 주변화'다. 여성 캐릭터들이 서사와 관련된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 강화'다. 연인 후보를 여러 명 두는 어장관리녀나, 자기 돈을 쓰지 않고 남성에게 금전적으로 의존하는 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위근우 씨는 "남성들 시선으로 본 스테레오타입이 적용되기에 캐릭터가 납작해진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는 '여성 비하', 다섯 번째는 '욕받이 여성 캐릭터 등장', 여섯 번째는 '여성 징벌 서사'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하적인 방식으로 일반화되고, 민폐 캐릭터로 여겨지는 여성이 나오며, 결국 그런 여성이 벌을 받는 서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연결돼 있다.

    위근우 씨는 웹툰 안에서 이런 여성혐오적 양상이 유지되는 이유로 △일본 소년만화에서 이어져 온 여성의 대상화와 주변화 △서브컬처로서 마니아끼리 공유하는 관습과 취향 △미디어의 급속한 성장에 맞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비평과 저널리즘 3가지를 들었다.

    위근우 씨는 "웹툰이 급속 성장한 시기를 따지면 아직 10년이 안 된다. 동시대적인 여성혐오를 다룬 비평도 그 수가 많지 않다. 기존 만화 비평계는 웹툰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저널리즘은 산업으로 바라보다 보니 여성혐오 문제를 다루지 않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 비난 댓글, 별점 테러, 급기야 밥줄까지 끊는 '백래시'

    지난 2016년 게임 '클로저스'의 '티나' 역을 맡았던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 텀블벅 프로젝트로 진행된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입고 인증 글을 올렸다가 강제 하차당한 일이 있었다. 당시 김자연 성우의 노동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했다며 그를 옹호한 이들 중에는 웹툰 작가들도 있었다. (사진=트위터 캡처)
    2015년 전후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저항하는 '백래시'(backlash, 사회 변화 등으로 인해 자신의 중요도·영향력·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가 남성을 중심으로 널리 퍼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위근우 씨는 웹툰 내 백래시를 "남성 중심적인 소년 만화의 장르적 관습과 서브컬처 커뮤니티 문화를 여성주의적으로 비평하고 비판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웹툰계 백래시를 주도하는 곳으로는 루리웹, 디시인사이드 웹툰 갤러리, 나무위키 등을 들었다.

    백래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게임 '클로저스'의 '티나' 역을 맡았던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 텀블벅 프로젝트로 진행된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인증했다는 이유로 목소리가 지워진 사건이 있었다. 이때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김자연 성우를 지지했던 이들을 블랙리스트와 같은 명단으로 정리한 것이 첫 번째다.

    '독자를 멸시하며 메갈리즘에 찬동하는 작가들을 거부합니다'라며 검열을 주장한 '예스컷', SNS를 통해 쏟아지는 욕설, 작품 별점 테러, 여성주의 만화에 대한 공공연한 비난 등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페미니즘과 관련해 독자와 언쟁을 했다는 이유로 연재가 중단된 작가도 있다.

    위근우 씨는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굉장히 안 좋은 시그널이다. 후폭풍이 가장 큰 업계가 게임 쪽인데, 페미니스트라는 의혹만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본인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누군가를 '페미'와 '메갈'로 낙인찍어서 몰아낼 수 있다는 승리의 경험이 생겼고, 그것이 잘못이라는 사회적 논의는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 미리 보는 웹툰계 백래시 절망 편 vs 희망 편

    (사진=김수정 기자)
    위근우 씨는 웹툰계 백래시가 심화될 경우를 '절망 편'으로, 웹툰계 백래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경우를 '희망 편'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우선, 절망 편은 백래시 정당화 논변 제시→해당 논변을 내재화한 십대 소비자의 성장→성장한 소비자들의 독자 권력 강화→그들 중 편집자 및 작가 등장→웹툰 시장의 여성혐오 극대화의 순서를 밟는다.

    위근우 씨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두 번째 단계다. 어쩌면 '교과서를 믿지 마, 나무위키를 믿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나무위키를 보고서 드래곤볼 캐릭터 이름을 외우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사례에 대해 남성 서브컬처 유저 중심으로 서술한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 편은 백래시 반박 담론의 강화 및 공유→여성혐오적 남초 커뮤니티의 게토화→여성혐오적 서사 게토화→여성주의 서사의 대중화 및 상업적 성공→여성 편집자의 권한 강화→만화계 내 여성혐오 표현 축소 순이다.

    희망 편에 가까운 미래를 그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위근우 씨는 "이 시장의 장점이자 단점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다는 것이다. 여성주의 서사가 대박을 친다면, 포털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끌어오지 않을까"라며 여성 서사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제안했다.

    위근우 씨는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아주 심각한 급이 아니면 실제로 제한(검열)할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을 거다. (안 좋은 작품을) 못 보게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반대는 가능하다. 여성 서사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네이버 웹툰은 10~20대 남성들이 주 독자인데 '유미의 세포들'은 30대 여성들이 많이 본다. 그럼 그 연령층에 대한 광고가 가능하다. 이런 성공 모델이 많아진다면 비슷한 작품은 계속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근우 씨는 또 가능한 대안으로 웹툰의 동시대적 윤리에 대한 비평 생산, 나무위키 류 사이비 지식에 대항하는 공교육의 비판적 가이드, 신진 작가들의 윤리적 관점과 태도 함양을 들었다.

    위근우 씨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가 페미니즘을 배우면서 달라지고 있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가 주 독자층인 여성 독자의 피드백을 꼼꼼히 본다고 하는 등 작가들의 변화와, '아기 낳는 만화', '내 ID는 강남 미인', '며느라기', '계룡선녀전' 등 꾸준히 수준 높은 여성 서사가 나오는 것, 정치적 올바름을 고민하는 지망생들의 증가, 만화학계에서도 여성주의적 관점 수용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점 등을 희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위근우 씨는 "물론 세상에는 비관주의의 손을 들어줄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단념하고 두 손을 들어버리기보단 사람들로 하여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시나리오를 따르도록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라는 리처드 로티의 말을 소개하며, 여성혐오적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웹툰계에서 여성혐오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수준 높은 여성 서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기 낳는 만화', '며느라기', '계룡선녀전', '내 ID는 강남미인!', '혼자를 기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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