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진 여고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아버지 친구 김모(51)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하면서 부실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6일 진행한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양의 아버지 친구 김씨가 A양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김씨를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이는 경찰이 A양의 시신을 찾는 데 실종 이후 8일이 걸리면서 시신의 부패가 심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경찰이 A양을 시신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았다면 A양의 사망 원인과 사건 경위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험한 산세를 고려하더라도 사건 당일 김씨의 차량이 가장 오랜 시간 주차돼 있었던 매봉산은 A양의 시신이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 중 하나였다. 초기 수색 인원을 확대하고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해 뼈가 부러질 정도가 아니면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이 때문에 성폭행 등 추가 범행에 대한 혐의점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양의 살해된 위치가 정확히 어디였는지와 경사가 험한 산 정상 부근에서 A양이 발견된 이유 등 여러 의구심들도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A양이 김씨에게 소개받기로 한 아르바이트가 무엇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경찰은 A양의 시신에서 김씨가 구입한 수면유도제와 동일한 성분이 검출된 점과 김씨 집에서 압수한 전기이발기에서 A양의 DNA가 추가로 발견된 사실들을 토대로 김씨가 A양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일 김씨가 자신의 집에서 태운 옷가지 등이 국과수 감정을 거쳐 A양의 것으로 확인된 것도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A양과 김씨가 사건 당일 만났다는 직접 증거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사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16일 SNS 통해 친구와 나눈 대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된 A양은 실종 8일 만인 6월 24일 오후 2시 50분쯤 강진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양이 실종된 이후 연인원 5300여 명의 경찰력과 헬기, 드론, 체취견 등을 동원한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