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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무제 확대만이 '저녁 있는 삶' 보장할까



경제 일반

    탄력근무제 확대만이 '저녁 있는 삶' 보장할까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안 여부로 정부·여당 안에서도 갑론을박
    "제도 안착 위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vs"노동시간 줄인 의의 훼손될 뿐"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의 보완책으로 탄력근무제 확대 방안이 거론되면서 노사는 물론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까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법정노동시간인 주5일 40시간 외의 연장근무시간이 노동자의 동의를 전제로 기존 28시간에서 12시간으로 제한되는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시행됐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노동시간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큰 혼란이 없지만, 일부 특별한 직종이나 중소기업 사업장에서는 혼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놓고 최근 경영계는 '유연근로시간제'의 일종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탄력근무제는 간단히 말해 업무가 몰리는 바쁜 시기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한가한 시기에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제도다.

    다만 취업규칙으로는 2주,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서는 3개월 이내로 일정 단위기간을 정하고, 단위기간 내 평균 노동시간은 법정노동시간인 1주 40시간으로 제한된다.

    이를 놓고 경영계는 탄력적으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1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환노위원장으로 노동시간 단축 관련 법개정을 진두지휘했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맞장구를 쳤다.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회에서 "6개월 정도로 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음날인 28일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은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같은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민경제자문회의 국제컨퍼런스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은) 얘기를 해 봐야 할 사안이지만 그럴 필요성도 있다"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바로 다음날인 29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전반적으로 다 (탄력근로제 기간을) 6개월을 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최수규 차관은 3일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노동시간 단축의 현장안착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관계부처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거듭 엇박자를 냈다.

    이처럼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정부·여당 인사들 간에 노동정책을 놓고 벌이는 갈등은 이미 전교조 합법화나 최저임금법 개정, 노동시간 상한제 처벌 유예기간 확대 등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긴 마찬가지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본질적인 정책 목표를 이뤘다면 노동시간 단축 안착을 위해 관련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일단 나온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김진영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의 긍정적 효과는 일부 기대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지나치게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시대의 흐름으로 근로시간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고, 1, 2년 성과를 놓고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다"며 "오히려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해야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도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 정책은 인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항상 파악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며 "업종, 사업장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적 유연성을 갖고 탄력근무제 등을 보완장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탄력근무제 연장은 곧 노동시간 연장이나 다름없을 뿐 아니라, 한계도 뚜렷하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아주대 김용기 경영학과 교수는 "단위 기간을 6개월, 1년으로 늘리면 3개월, 6개월을 60시간 넘게 근무한다는 얘기"라며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악용의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2004년부터 근로기준법 개정 정신이 40시간씩 주5일 근무한다는 취지였다"며 "주52시간 노동시간으로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은 오히려 장기간 노동에 익숙하다는 부끄러운 관행일 뿐으로, 경영계도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도 있지만, 애초 그 원인은 결국 대기업, 부동산 임대주의 갑질로 불공정한 관행을 당해왔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탄력근무제 확대와 같은 임시방편이나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만 놓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이러한 불공정한 관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이슈와 달리 탄력근무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인 만큼, 업종이나 사업장마다 상황이 각기 다른 점을 감안해 노사간 대화로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원칙적 적용보다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이뤄가는 것이 가장 좋다"며 "노사 합의를 전제로 좀 더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해 고용 자체를 늘려가는 방안과 결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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