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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결산④]'트릭부터 노하우까지' 말로 돌아보는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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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C결산④]'트릭부터 노하우까지' 말로 돌아보는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1승2패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3경기로 끝났다.

    5월14일 28명 명단 발표 후 5월21일 공식 소집했고, 두 차례 평가전을 거쳐 6월3일 최종명단 발표와 함께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6월12일 러시아에 들어가 마지막 담금질을 했고,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을 차례로 상대했다.

    결과는 1승2패. 스웨덴과 1차전, 멕시코와 2차전에서 연패했지만, 최종전에서 독일을 잡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16강은 탈락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조 4위로 끌어내리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독일과 최종전까지 신태용호의 말로 월드컵을 돌아봤다.

    ◇"파워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오스트리아 도착 후 체력훈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신태용 감독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을 바꿨다. 6월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이틀 앞둔 6월5일 오전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신태용 감독은 "미리 계획됐던 부분"이라면서 "세네갈전을 이틀 앞두고, 또 러시아에서 총 2회 더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후 체력훈련은 없었다. 특히 체력훈련 후 스스로 "파워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말했지만, 말이 많아지자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결국 스웨덴전에서 문제가 생겼다. 수비에만 치중한 전술도 문제였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해설위원으로 러시아에 온 두 레전드 박지성, 이영표 모두 "파워 프로그램의 타이밍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체력이 조금씩 올라왔다. 멕시코전에서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독일과 3차전에서는 체력 문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도 엑스맨이 아닌지라."

    신태용 감독은 전력을 감추고, 또 감췄다. 훈련은 15분만 공개하고, 전술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선수들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졌다. 힌트를 얻기 위해 질문을 던져도 선수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역시 "저도 엑스맨이 아닌지라…"면서 "서로 정보를 빼가는 것이 수월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트릭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말이 많았던 발언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뒤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김신욱(전북) 투톱 조합을 "트릭이라고 보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후 '트릭'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트릭'으로 감춘 전술을 스웨덴과 1차전에 꺼내들었다. 김신욱을 중심으로 손흥민, 황희찬이 공격에 서는 스리톱, 4-3-3 포메이션이었다. 하지만 손흥민, 황희찬이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실패로 돌아갔다.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다."

    볼리비아전이 0대0으로 끝난 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고개를 숙였다. 평가전에서의 연이은 부진. 주장으로서의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팬들에게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비난보다 격려를 부탁하는 당부이기도 했다.

    기성용은 " 기대해달라, 최선을 다하겠다, 그렇게 말을 많이 했다. 어느새 보니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다"면서 "선수들은 당연히 그 무대에서 다 잘하고 싶고, 당연히 100%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정말 잘못됐을 때는 당연히 책임은 지는 것이다. 비판 당연하다"면서 "일단 선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 이런 것도 바라지 않고, 편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옆에서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싸웠으면 진짜 싸웠다고 할텐데."

    볼리비아전 종료 후 하프라인에 있던 정우영(빗셀 고베)에게 손흥민이 말을 건내며 지나가자 정우영의 화를 내는 듯한 모습, 그리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정우영을 말리는 듯한 모습이 중계 영상에 잡혔다.

    정우영과 손흥민의 불화설이 흘러나왔다. 입모양으로 둘의 대화를 추측했다.

    둘은 당황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설명했다. 그만큼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손흥민은 "싸웠으면 진짜 싸웠다고 할 텐데"라고 헛웃음을 지었고, 정우영은 "흥민이가 지나가면서 나에게 '조금만 늦게 차주지. 내가 스타트가 늦었다'고 말했다. 입모양으로 많이 추측하시던데 정확히 말씀드리면 '내가 차야 네가 스타트 하는 줄 알았지'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말리는 제스처를 취한 김영권도 "수고했다고 했는데 말리는 것처럼 보였다니 완벽한 오해"라고 해명해야 했다.

    정우영과 손흥민은 이튿날 훈련에서 일부러 손을 잡고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폼 잡는 거예요. 누군가 무게 잡아야죠."

    기성용의 "거짓말쟁이" 발언이 나온 뒤 차두리 코치에게 물었다. 차두리 코치는 "폼 잡는 것이다. 누군가는 무게를 잡아야 한다"고 웃었다.

    차두리 코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성용과 함께 했고, 이후 셀틱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코치지만, 기성용에게는 형 같은 존재다.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무게를 잡아야 하는, 기성용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부담을 표현한 말이다.

    ◇"나는 모르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비슷한 것 같다."

    김영권은 지난해 8월31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후 "관중의 환호가 커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팬들의 비난이 김영권에게로 향했고, 경기력까지 떨어졌다. 잠시 대표팀에 호출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스스로 이겨냈다.

    김영권은 "최대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있다보면 가족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아내,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서 "기사를 보는 게 조금 힘들었다. 스포츠 카테고리를 없앴다. 그런데 똑같았다. 친구들이 연락해 괜찮냐고 물어보더라. 나는 모르는데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니 비슷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김영권은 힘든 시기를 이겨냈고,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더이상 김영권을 향한 비난은 없었다.

    ◇"내 나름대로 내 몸에는 중남미 팀을 이길 수 있는 노하우가 쌓여있기에."

    멕시코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의 자신감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멕시코를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그 해 10월 평가전에서 콜롬비아를 이겼다는 자신감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내 나름대로 내 몸에는 남미 팀을 이길 수 있는 노하우가 쌓여있기에 맥만 잘 짚으면 해볼만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1대2 패배. 신태용 감독은 "두 번째 실점은 멕시코의 파울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골이 멕시코의 파울에서 시작됐다는 말이었다. 이후 영상을 분석한 뒤 대한축구협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 장면은 내가 잡으려고 무리하다가 운이 안 좋게 부상을 입었다."

    스웨덴과 1차전, 멕시코와 2차전이 끝난 뒤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은 선수는 중앙 수비수 장현수(FC도쿄)였다.

    스웨덴전에서 박주호(울산)가 장현수의 높은 패스를 받으려다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박주호 대신 들어온 김민우(상주)가 결승 페널티킥을 내줬고, 김민우가 파울을 범하기 전 장현수의 실수가 있었다. 멕시코전에서도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두 번째 실점에서도 섣부른 태클을 해 쉬운 슛을 허용했다.

    멕시코전이 끝난 뒤 박주호는 취재진 앞에 섰다. 박주호는 "그 장면은 내가 잡으려고 무리하다가 운이 안 좋게 부상을 입었다"면서 "현수는 잘하려고 노력했고, 준비도 잘했다. 결과론이다. 페널티킥이 그렇게 나와버려서…"라고 장현수를 감쌌다.

    ◇"외신 기자도 많고,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른다."

    독일전 2대0 승리 후 신태용 감독에게 그동안의 우여곡절에 대해 물었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어 소방수를 맡았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까지 겹쳤다. 이후 평가전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이어진 비난은 독일과 3차전에서야 끝났다.

    신태용 감독은 즉답을 피했다. 할 말이 너무 많다는 표정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외신 기자도 많고,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해 힘들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하나씩 다 이야기 할 수 없어 속도 많이 상하고 힘들었다"고 짤막한 소감만 전했다.

    ◇"무섭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는데."

    스웨덴, 멕시코와 1~2차전 최고의 스타는 골키퍼 조현우(대구)였다. 비록 두 경기 모두 졌지만, 조현우의 선방은 눈부셨다. 독일전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MOM으로도 선정됐다.

    그런 조현우에게도 FIFA 랭킹 1위 독일은 부담스러웠다.

    조현우는 독일 전 후 "무섭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는데…"라면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당당히 하라더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선수들이 몸을 날려가며 막아줬다. 내가 잘한 게 아니라 국들민이 막아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님들은 독일이 못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독일전 2대0 승리에 전세계가 뒤집혔다. 조별리그가 도입된 후 독일의 첫 조별리그 탈락이자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탈락하는 순간이었다. 독일을 향한 독설이 쏟아졌다. 독일 취재진도 거친 표현을 섞어 요아힘 뢰브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취재진을 향해 되물었다. "독일이 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였다.

    독일이 못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잘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투지가 돋보였다. 손흥민은 "독일이 못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은 계속 볼 점유하고 있었고, 우리는 일단 수비를 해야 했다"면서 "몸을 던져서 수비했고, 정말 기회가 있을 때 조현우 형이 막아주면서 팀 분위기 올라갔다. 그게 정말 컸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했고, 열심히 했고, 이기려는 의지가 더 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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