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회원들이 홍준표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을 땅에 묻고 있다.(사진=최호영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채무제로'를 내세우며 심었던 나무가 뽑힌 데 이어 기념 표지석이 땅에 묻히는 수모를 당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본부 소속 10여 명은 28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채무제로 기념식수'를 뽑고 남겨둔 표지석을 땅에 묻어 버렸다.
도는 고사 판정을 받은 나무를 뽑았지만, 표지석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남겨두기로 했다.
가로 90cm, 세로 60cm 크기의 표지석에는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1일. 경남도지사 홍준표'라고 새겨져 있다.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사진=자료사진)
그러나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은 나무와 함께 표지석도 철거해야 한다며 이날 오후 2시부터 장맛비를 맞아가며 제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도청 공무원들이 막아 한동안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회원들은 삽으로 땅을 파 만든 구덩이에 표지석을 넣고 묻어버렸다.
경남운동본부는 "죽은 나무만 뽑고 채무제로 기념표지석을 그대로 둔 것은 마치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면서 문패 달린 대문은 그대로 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홍준표의 채무제로 달성은 도민의 복지와 경남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기금을 전용해 만든 것"이라며 "그것도 온갖 막말을 쏟아내며 도민들을 적과 아군으로 갈라 이념적 갈등을 부추겨 가면서 추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홍준표 채무제로는 그의 악정을 총집합시킨 결정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은 "홍준표의 이런 악정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며 "기념 표지석이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땅속 깊이 파묻어 두 번 다시 홍준표와 같은 정치인이 경남을 넘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표지석에 손을 대는 것은 도청 내 공공물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적 검토와 함께 원상복구 문제도 논의해 봐야 한다"며 난감한 입장이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을 위한 경남운동본부 김영만 상임대표가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을 밟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최호영 기자)
경남도는 지난 27일 말라 죽은 '채무제로 나무'를 뽑아 폐기했다.
홍 전 지사는 2016년 6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채무제로를 달성했다며 20년생 사과나무를 도청 정문 앞에 심었지만 5개월 만에 말라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후 두 번이나 교체된 주목 역시 고사 판정을 받자 뽑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