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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핑퐁', 가상화폐 투자자 피해 '눈덩이'



금융/증시

    정부-국회 '핑퐁', 가상화폐 투자자 피해 '눈덩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피해 벌써 6번째
    정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국회에 공 넘겨
    국회 "정부도 입장 못 정해 드라이브 걸 수 없어" 책임 회피

    지난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을 지나가는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국내에서 벌써 6번째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가 일어났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입법 규제는 1년째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국회 탓을, 국회는 정부 탓을 하는 사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가상화폐 투기 광풍은 잡았지만 '보안'은 아직

    지난 20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35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사건으로는 벌써 6번째다. 빗썸은 지난해 6월에 이어 2번째다.

    지난해 빗썸 해킹 사고가 터지자마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관리 감독할 수 있다는 '법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증권거래소와 같은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상 사설업체로, 인터넷 쇼핑몰처럼 일정 금액을 가지고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거래소 운영이 가능하다. 금융회사처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의무도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서버다운 문제 등이 터져도 개인 투자자들은 민사소송밖에 방법이 없다.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으니 개인이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만 번복하던 정부도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자 '강력 규제'로 돌아섰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안까지 거론하며 '강경론'으로 치닫던 정부는 결국 금융당국 차원의 '가상화폐 실명제' 추진으로 가상화폐 투기 과열을 한풀 꺾었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문제는 잡지 못했다. 지난 10일 거래량 기준 국내 7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레인이 400억 원 규모의 해킹을 당했다. 국내에서 일어난 가상화폐 해킹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고작 10일 만에 거래량 기준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35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돼 일정 규모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 전체에 해당하지 않고 일부만 적용돼 인증 의무대상이 제한적이다. 더구나 ISMS인증을 취득한 곳은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없다. 빗썸은 올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ISMS인증을 요청했다가 요건을 채우지 못해 결국 거절당했다.

    업계는 자율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를 만들어 자율규제안을 발표하고 보안과 표준약관, 분쟁조정절차 등 이용자 보호 기준 확립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 의무 등이 없어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 정부는 국회 탓, 국회는 정부 탓…가상화폐 투자자 피해만 눈덩이

    지난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와 관련 지난 1월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과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차질 없이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가상통화 취급업소 스스로가 거래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거래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지난 3월 제윤경 의원이 발의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정부의 의견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현재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만 ISMS인증을 받게 돼 있는 것을 전체 가상화폐 거래소에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해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에 대해서도 기준을 높인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법안을 포함해 4개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의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논의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3월을 끝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상화폐가 한창 논란이 됐을 때와 달리, 가상화폐 거품이 꺼지면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사실상 논의를 중단한 것이다.

    더구나 상반기 국회가 종료되면서 하반기 국회에 대한 원구성이 늦어지고 있어 사실상 상임위원회조차 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정부가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놓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며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어 국회가 힘있게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며 국회 탓을 하고, 국회는 정부가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며 서로 손가락질 하는 사이 가상화폐 시장은 해커들의 놀잇감이 됐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한 블록체인업계 전문가는 "가상화폐 문제는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다"면서 "국회와 정부 서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뭔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는 규제를 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한 난처한 상황의 연속이고, 국회는 입법을 통해 정부를 강제할 수 있는데도 말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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