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 나온 폭행 장면. 극중 남신(서강준 분)이 소봉(공승연 분)에게 풀스윙을 날리는 장면은 캡처에서 뺐다. (사진='너도 인간이니?' 캡처)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또 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주에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인 '너도 인간이니?'(극본 조정주, 연출 차영훈, 제작 너도 인간이니 문전사·몬스터유니온)의 얘기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 로봇의 대국민 인간사칭 프로젝트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인간다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AI 휴먼 로맨스 '너도 인간이니?'는 첫 방송부터 대기업 PK그룹의 재벌 3세 본부장 남신(서강준 분)이 강소봉(공승연 분)의 뺨을 세차게 때리는 장면이 나와 논란이 됐다.
강소봉은 극중 남신의 경호원이지만 사진을 몰래 찍어 파는 파파라치다. 남신은 자신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걸그룹 멤버와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소봉은 여기에 넘어가 시계형 몰래카메라로 불법촬영을 한다.
이후, 남신은 오해라면서 자신의 불법촬영 사실을 부인하는 소봉을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때렸다. 소봉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만큼 세게 밀치고 때리는 이 장면은 방송 직후부터 '지나치다', '꼭 저런 장면이 나와야 했나'하는 비판에 직면했다.
몰래카메라 범죄가 등장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이들 중 98%가 남성이고, 불법촬영 피해자 84%가 여성인데도(진선미 의원실, 최근 5년간 불법촬영 범죄 관련 경찰청 자료) 불법촬영 가해/피해자의 성별이 달라진 점, 시계형 몰래카메라 사용 장면이 그대로 나간 점 등이 그 예다.
차영훈 PD가 해당 장면을 연출하면서 하는 척이 아니라 실제로 때리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높았다. 차 PD는 11일 오후 열린 '너도 인간이니?' 런치 데이에서 "(남신이) 자기 나름대로 작전을 하기 위한 이야기 흐름이어서 사실, 저는 (반응이) 이럴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차 PD는 "제가 (연기할 때 실제로) 때리게 한 것이 댓글에도 나온 걸 봤다. 무조건 제가 잘못했다"며 "보시는 분들한테 어떻게 다가갈지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될 지점이고, 제가 깨닫고 성장해야 할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서 소봉이 사진을 팔기 위해 시계형 몰래카메라로 불법촬영하는 모습 (사진='너도 인간이니?' 캡처)
드라마에서 정도가 심한 폭행 씬이 나올 때 자주 나오는 해명이 바로 '이야기 전개상 필요했다'는 대답이다. tvN '나의 아저씨' 역시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 분)이 이지안(아이유 분)을 심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나와 논란이 됐고, 당시에도 향후 이야기 전개상 필요했다며 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남성이 여성에게 강도 높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또 등장한 것이다. 차 PD는 "저는 감히 생각을 못 했던 반응이라 놀랐다. 그렇게(불쾌하게) 느끼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하다. (드라마를) 더 즐겁고 편하게 보시게끔 하고 싶었는데, 의도가 전달이 안 됐다.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 (지적에) 진심으로 아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장면이 또 나오느냐는 질문에 차 PD는 "앞으로 이런 씬(폭행씬)은 없다"고 답했다. 차 PD는 "이 작품은 제 마음으로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라며 "로봇 남신3와 소봉은 로맨스를 하게 될 것이고, 로봇이라는 존재가 인간인 척하면서 벌어지는 일은 기업 드라마 느낌이 날 것이다. 서종길(유오성 분)-남건호(박영규 분) 사이에 얽힌 비밀은 나름 미스터리와 복수의 코드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나름대로 켜켜이 쌓아놓았다"며 향후 흐름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는 오늘(11일) 오후 10시 5~6회가 연속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