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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파국 부른 최저임금 산입범위 왜?



경제 일반

    노사정 파국 부른 최저임금 산입범위 왜?

    노동계 "산입범위 확대, 사실상 임금삭감 꼼수"
    대기업 정규직만 이득? "산입범위 확대는 왜곡된 임금체계 강화할 뿐"

     

    정치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에 노동계가 사실상 임금 깎기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경영계 측 주장처럼 산입범위 확대가 임금 양극화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밤 9시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

    앞서 고용노동소위 의원들은 지난 21일부터 다음날(22일) 새벽가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안을 놓고 장시간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에 실패햇다.

    여야 의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숙식비 등 복리후생적 수당까지 포함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더해 노동계의 주장대로 산입범위 논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이관해야 한다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합의를 내리지 못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아무리 늦어도 오는 7월 다음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데다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상임위원 교체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5월 국회를 넘기면 산입범위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결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임금 삭감"이라며 국회의 산입범위 확대 강행에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계와 보수야당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산입범위를 넓혀 실제 인상폭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행 법규상 최저임금에는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되는데,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항목을 늘리면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한 노동자가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160만원을 받고, 정기상여금으로 30만원, 숙식비로 15만원 등 월 205만원의 월급을 받을 때 다음해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기본급 등이 월 176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에 월급도 총 221만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정기상여금과 현금 숙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아예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임금 동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얘기를 뒤집어 말하면 결국 명목상 최저임금을 높이더라도 실제 노동자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월급 봉투는 줄이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자마자 산입범위 확대를 얘기한다"며 "사실상 이후 진행될 최저임금 인상 부분을 아예 무력화하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TF가 초안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를 못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노사가 산입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무 자르듯이 딱 잘라서 논의하는 것은 (임금) 감소효과가 오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와 보수야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는 4, 5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들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는 '왜곡된 임금체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적은 인건비로 부담 없이 장시간 노동을 시키기 위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라도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기본급보다 더 많은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휴가비 등 각종 명목의 수당을 받아 낮은 기본급을 보조하고 있다.

    연장근무 등 각종 가산수당을 정하는 산정 기준은 통상임금인데, 그동안 정부가 통상임금에는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기본급을 크게 낮춰서 통상임금 및 수당을 줄이고, 대신 상여금으로 불만을 막는 '조삼모사'식 임금 체계를 유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만약 산입범위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반면, 대기업 정규직들의 임금만 빠르게 올라 '노동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 경영계와 보수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왜곡된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꼼수' 대신 최저임금을 인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상대학교 김공회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자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상여금을 줄이거나 식대, 교통비 등 각종 수당을 없앴다는 기사가 수도 없이 나왔다"며 "역설적으로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복잡한 임금체계의 단순화에 기여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으로 기본급 인상을 정부가 강제하면서 그동안 전체 임금에서 최소 수준에만 머물렀던 기본급의 비중이 오른다.

    따라서 산입범위를 손보지 않더라도 최저임금이 충분히 오르면 장기적으로는 왜곡된 임금체계 자체가 개선되기 때문에 산입범위를 확대할 필요 자체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산입범위 확대는 지금과 같은 복잡한 임금체계를 유지할 뿐"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산입범위를 그대로 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집중하면 오히려 복잡해진 임금체계를 민간 스스로 단순화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임금체계 단순화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공무원 등의 임금체계 단순화의 모범을 보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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