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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폐지 청원 교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 서글퍼"



사회 일반

    스승의 날 폐지 청원 교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 서글퍼"

    - 19년 교직, 직접 '스승의 날' 폐지 청원
    - '스승의 날' 정작 스승들은 가시방석, 조퇴…
    - 청원에 동의하는 현직 교사 댓글 줄줄이
    - 김영란법 찬성하나 잠재적 범죄자 취급 힘들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성식 (이리동남초 교사)


    '스승의 날을 폐지해 주십시오.' 스승의날을 이제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있는데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요.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직접 올린 글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고 스승이 직접 글을 올린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연결을 해 보죠. 이리동남초등학교 정성식 선생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정성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사가 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정성식> 올해 19년째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스승의날을 없애주십시오, 폐지해 주십시오 이렇게 글을 올리셨어요?

    ◆ 정성식> 네.

    ◇ 김현정> 왜요?

    ◆ 정성식> 많은 선생님들이 동의를 하시더라고요. 요즘 최근에 정부 포상 계획이 공문으로 전달이 됐는데요.

    ◇ 김현정> 스승의 날에 표창장, 포상 주는 거?

    ◆ 정성식> 네. 그 공문서를 받게 될 때마다 학교에서는 또 누구를 대상자로 해야 되는지도 좀 불편하죠.

    ◇ 김현정> 선생님들한테 스승의날이 불편해졌다는 얘기는 제가 사실은 몇 년 전부터 듣기는 했어요.

    ◆ 정성식>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교사가 되면서부터 불편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왜요. 스승의 날인데요.

    ◆ 정성식> 제자들도 19년 정도 지났으니까 제가 첫 제자는 주례도 보고 그랬거든요, 작년에. 이렇게 제자들과의 인연도 이어오고 있는데 스승의 날에 만나자고 하면 제가 피하는 형편이거든요. 최근에 국민권익위원장이 카네이션도 학생 대표만 줘야 된다, 이런 식의 보도가 있잖아요. 그 댓글에 달리는 반응들. 그리고 교사로 살아가면서 많은 그런 것들에 좀 사기가 떨어지고 그러거든요. 스승의 날의 목적이 교권을 신장하고 스승 존중의 풍토를 만들자라는 건데요. 정부가 그렇게 밝히고 있거든요. 그런데 눈치보면서 서로 학교별로 대상자 누구 이렇게 추천해서 상 받는 걸로 그러면 교권이 살아날까? 또 스승의날 당일이 되면 편지 써야하거든요, 오히려 더 먼저. '제발 학교로 보내주지 마십시오'

    ◇ 김현정> 아무것도 보내지 마세요, 편지 써야 되고.

    ◆ 정성식> 이런 쪽지, 편지, 알림장 이런 것들은 선생님, 저도 발령 나면서부터 그런 편지를 보내왔던 것 같아요, 거꾸로. 차라리 좀 조퇴 내고 빨리 끝내고 이런 날은 학교를 좀 떠나고 싶은 날? 이렇게 표현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죠.

    ◇ 김현정> 실제로 연가 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서요, 실제로.

    ◆ 정성식> 사실 연가까지는 선생님들이 부담이죠, 수업 때문에. 그러나 수업이 끝나고 나면 조퇴를 낸다든지 이런 경우도 있고 굵직굵직한 교원단체들이 서로 합의를 해서 정부가 이날을 재량수업일로 지역별로 만들기도 했었어요. 아마 지금도 그렇게 하는 지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정리를 좀 하자면 교권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에서 아이들한테 '카네이션도 가지고 오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를 해야 되는 심경도 착잡하고 게다가 포상할 사람 적어내라고 하는데 서로 선생님들끼리 괜히 눈치봐야 되는 것도 이래저래 불편하시다는 말씀.

    ◆ 정성식> 심정적으로 많이 불편하죠.

    ◇ 김현정> 선생님, 그런데 김영란 법 때문에 선물 안 되는 건 제가 알고 있는데 촌지는 당연히 안 되고. 카네이션도 안 돼요?

    ◆ 정성식>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으로 보면 카네이션도 안 되죠. 편지나 종이 카네이션 이런 거는 되는데요.

    ◇ 김현정> 생화 카네이션은 안 돼요?

     

    ◆ 정성식> '생화 카네이션은 대표만 줄 수 있다.'라고 해요. 그럼 대표가 과연 대표의 자격을 가졌다는 건 학생회장인지 동아리 회장인건지. 이런 논란을 보면서 서글프다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렇게 받고 싶어 하는 교사들은 저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그러면 아이가 카네이션 가지고 왔는데 멀리서 봤을 때는 종이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져오니까 생화예요. 그러면 '얘야, 미안하지만 내가 이걸 달 수가 없어.' 하면서 보내야 되는 거예요?

    ◆ 정성식> 그렇죠, 음료수 하나마저도.

    ◇ 김현정> 캔커피 하나 가지고 와도 '얘야, 내가 그걸 받을 수 없어.' 하면서 그냥 손에 쥐어서 보내야 되는 거예요?

    ◆ 정성식> 그렇죠. 그런 실랑이가 아이들하고. 이제 초등학교 제가 1학년 담임 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걔가 울기도 한 적도 있거든요.

    ◇ 김현정> 가져가라고 그러니까?

    ◆ 정성식> 그런 에피소드도 있죠, 제가 직접적으로 겪었던.

    ◇ 김현정> 그럴 때는 심정이 어떠세요?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서 얘한테 이걸 커피를 가져가라 그래야 되나.

    ◆ 정성식>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법이나 이런 말들을 알겠어요? 이런 것들을 받으면 안 되는 이유. 이런 것들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상담을 해야 되죠. 학부모님들한테도 그런 설명을 좀 잘해야 되고. 사실 저는 부정청탁방지법, 김영란법 대찬성이에요.

    ◇ 김현정> 대찬성인데, 그런데요?

    ◆ 정성식> 그런데 국가가 과도하게 이런 것들을 해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유권해석을 국가가 내린다는게. 학생 대표는 되고 안되고... 법에서 그렇게 규정하지는 않았잖아요.

    ◇ 김현정> 김영란법은 찬성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져야 되는데 지금은 너무 과한 적용 아니냐, 특히 학교에서?

    ◆ 정성식> 네.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받고 싶어 하는 교사는 1도 없거든요, 요새. (웃음) 유행하는 말로. 불편해요, 좀 심정이.

    ◇ 김현정>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 당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 정성식> 네, 그런 느낌을 토로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죠, 실제적으로.

    ◇ 김현정> 제가 그 선생님 청원글 밑에 달린 댓글들 봤어요. 많은 교사들이 댓글을 줄줄이 달아주셨더라고요.

    ◆ 정성식> 그렇죠. 보통 청원 같은 경우에는 동의합니다 이러는데 구구절절 막 사연을 달아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절규더라고요, 그 댓글들이?

    ◆ 정성식> 저도 절규라고 느꼈거든요.

    ◇ 김현정> 제가 기억에 나는 거 몇 개 좀 적어왔는데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교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날, 스승의날. 폐지하는 거 적극 동의합니다.' '스승의날에 교사가 학교에 없는 게 낫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괜히 의심이나 받고 하루 종일 가시방석이에요.' 이런 글도 있고. '형식적인 스승의날이 이미 교권이 사라진 학교에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런 글도 보이고요. 교권이 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요?

    ◆ 정성식> 현실적으로 여러 통계 수치도 나오고 있는데요. 교권 추락에 대한 이야기. 현재 우리 법적으로 보면 교권 침해는 자주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아주 미비하거든요. 힐링, 상담, 연수 이게 고작이거든요. 요즘 학교 폭력 관련해서도 학교가 법정이 돼 버렸거든요, 그냥 가해자, 피해자를 가려서 왜 학교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는데요. 서글프거든요, 이런 현실도. 심지어 학생들도 교사의 교육적 지시와 통제에 불응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어떤 방편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 정성식> 아무런 게 없어요. 학부모한테도 와주십시오 해도 안 오시면 그만인 거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교권은 이렇게 땅바닥에 추락했는데 스승의날 만들어서 뭐합니까 이런 말씀들. 스승의날을 폐지하자고 교사가 글을 쓰셨다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런 사연이 깔려 있네요. 오늘 학부모님들이 많이 듣고 계시거든요. 교사들의 고충이 어떤 건지 한 말씀.

    ◆ 정성식> 학부모님들도 학생들도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거든요. 이런 교육의 3주체 교사, 학생, 학부모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잖아요. 그렇다라면 청원이 어느 정도 이제 시작했으니까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는데요.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많은 국민들이 좀 부담을 안고 있다라면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좀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힘 내시고요, 선생님.

    ◆ 정성식> 힘 납니다. (웃음)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이리동남초등학교 정성식 교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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