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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울리지 않아도 충분한, '당신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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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울리지 않아도 충분한, '당신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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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당신의 부탁' 이동은 감독 ②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당신의 부탁'의 이동은 감독 (사진=명필름/CGV아트하우스 제공)

     

    '당신의 부탁'은 주변 상황 때문에 갑자기 모자가 되는 관계가 영화의 중심축이다. 친모-자식만 특별함을 누릴 수 있다는 식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지 않고, 모성을 천부적이며 신성한 것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더불어, '가족'이란 틀 안에 빨리 들어와야 한다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영문 제목이 '마더스'(Mothers)일 정도로 엄마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엄마'라는 단어 하나로 동일시하기에는 너무도 다른 존재였다. 흔히 상상하는 '전형적인 엄마'에 들어맞는 캐릭터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당신의 부탁' 속 여성들에게는 엄마이기 이전에 분명한 자기 자신이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도, 눈물 쏙 빼는 장치를 심지 않아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당신의 부탁'의 이동은 감독을 지난 12일 서울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컷 인터뷰 ① 임수정에게서 '엄마'를 발견한 '당신의 부탁')

    일문일답 이어서.

    ▶ 2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 경수(김태우 분)가 남긴 열여섯 살 소년 종욱(윤찬영 분)과 같이 살게 되는 효진(임수정 분)의 이야기다. 효진은 종욱을 만나기 전에도 개인적인 문제들로 골치가 아픈 상태였다. 그런데 왜 종욱을 데려오기로 했을까.

    효진이 100% 다 준비가 돼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덜컥 저질러버리는 선택을 한 것 같다. 친구 미란(이상희 분)에게는 안 데려올 거라고 말해야지, 하고 갔는데 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효진이 겪는 증세는 우울증에 가깝다. 우울증은 한없이 가라앉는 게 있는 반면, 자기 전능감을 과시하는 쪽도 있다. 효진은 공부방도 덜컥 차리게 되고, 종욱이도 데려오지 않나. 아이들도 가르치고. 힘든 부탁을 받아도 내가 못할 게 뭐지, 하는 생각에 가깝지 않았을까.

    종욱도 마찬가지다. 본인도 준비가 안 됐는데 (친구인 주미가 낳을 아이) 보호자가 된다고 하고. 효진의 말처럼 포기하는 걸 배움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종욱도 (어릴 적에 자신을 길러준) 연화(김선영 분)와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도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다.

    ▶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살면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두 사람이 (경수의) 제사를 지내는 장면에 의미가 있는 거다. (가족은)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거다, 이런 의미는 아니다. 효진의 엄마 명자(오미연 분)도 조카와 살지 않나. 피가 섞인 가족이니 같이 살아야 하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 살아야 한다 이런 건 아니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제사를 예로 든 건, 둘 다 상실의 아픔을 갖고 있는데 기일을 챙김으로써 애도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볼 땐 별 것 아닌 공통점이라도 그걸 (서로에게) 발견하는 거다. (효진이 극중에서) 스무 살 되면 독립시킨다고 했으니까 잠깐이어도 같이 사는 게, 나중에 돌아보면 좋은 일이지 않았을까. (웃음)

    '당신의 부탁'에는 종욱과 새롭게 가족이 된 효진을 비롯해 갓난아기를 기르는 미란, 미성년의 몸으로 아이를 가진 주미, 주미의 아이를 받아 기르게 될 서영, 종욱의 친모는 아니지만 어릴 적 같이 살았던 연화, 마음과 달리 모진 말이 먼저 나가는 효진의 엄마 명자까지 여러 엄마들이 나온다. (사진=명필름/CGV아트하우스 제공)

     

    ▶ 빨리 '가족'이라는 틀 안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재촉이 없어서 좋았다. 영화 안에 나오는 관계가 건강하다고 느꼈다.

    저는 88만 원 세대도 아니고 90년대 학번도 아니다. 제 윗세대는 486 이런 분들이다. 운동으로 민주화를 이뤘다는 성취가 있는 분들이다. 또 서태지처럼 문화적인 향유를 누린 분들이고. 저보다 후배 세대들은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다. 모두가 자기가 낀 세대라고 생각하듯 저도 그렇다. 힘든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한다면, 윗세대들은 연대하자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일상 속 민주주의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는 꼰대스러운 모습도 갖고 있다.

    그들이 대안처럼 얘기하는 게 공동체 부활인데, 저는 협동조합이나 이런 데에 가고 싶진 않더라. 체질적으로 안 맞기도 하고. 개인으로서 독립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히키코모리(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장기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나 상태를 말한다)처럼 살겠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필요할 때 서로 교류하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거다. 독립된 개인이지만 타인과 교류하면서 행복한 지점을 찾겠다는 생각이 (영화에) 들어간 것 같다.

    ▶ 서로 다른 개인이 한집에 살기 위해서는 양보하고 합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살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로의 룰을 지키는 건 너무 기본적인 거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같이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냐는 거다. 다른 거야 얘기를 해서 조절하면 되는데, 시너지가 나오려면 유머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유머 던졌을 때 뭔지는 아는 사이? 저와 계속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유머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든, 같이 살든 불편하지 않으려면 유머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재밌어하는 것을 그 사람도 재밌어하는 거다.

    ▶ 효진과 종욱 관계만큼이나 엄마와 효진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현실적으로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경험이 반영된 건가.

    보통 아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크고 나서는 말 잘 안 하고 데면데면했다.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거리감 느껴진다고 그러시더라. 친하지 않은 아들 같다며. 말씀하신 것처럼 (두 사람 관계가) 생생하게 살아난 건 배우분들이 되게 잘해주신 덕이다. 삭제한 장면이 많다. 살리기에는 영화적으로 아쉬워서. 근데 나중에 부가 영상으로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효진이) 잘못을 하지 않았나. 떡 하니 일(아이를 데려오는)을 저질러 버렸으니까. 그 장면 찍을 때 저는 효진이 켕기는 게 있으니 서 있고 명자는 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배우들과 동선 얘기를 하니 서서 얘기 듣는 건 며느리고 딸은 앉는다고 하는 거다. 건너 앉은 장면이 그렇게 나왔다. 또, 오랜만에 만나 밥 먹을 때도 명자가 잔소리를 하지 않나. 효진이 기분 상해서 됐다고 하면서 가는 장면에서, 명자가 잔소리를 너무 했나 싶어서 괜히 신발 챙겨주는 장면이 있다. 대사는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그런 장면들은 배우들이 제안했던 거였다.

    효진과 종욱은 부딪치면서, 부대껴가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사진=명필름/CGV아트하우스 제공)

     

    ▶ 과하지 않은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면서 한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 관객들은 (저희 영화가 뭔가를) 확 해소해주진 않아서 그런 점에 평이 좋지 않더라. '환절기'도 그렇고. '날 울려줘' 이렇게 해 줘야 하는데… (웃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당신의 부탁'을 추천하는 이유는 뭔가.

    보는 재미도 있고 꽉 찬 맛의 영화가 있다. 요리로 치면 근사한 식당 가서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매일 그런 걸 먹을 순 없지 않나. (저희는) 매일 만나는 집밥 같은 영화, 슴슴하지만 질리지 않아 여러 번 먹을 수 있는 요리 같은 영화다. 소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

    ▶ 2013년 동아일보 시나리오 '당부'로 데뷔해 올해 '환절기'와 '당신의 부탁'을 차례로 내놨다. 둘 다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저예산 영화였다. 상업영화 진출 계획은 없나.

    두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에는 그렇게 많은 예산이 들지 않았다. 상업적인 부분에서 보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한국 영화에서 '중간 사이즈'가 있었다. 장르로 표현하면 드라마. 예산으로는 중간, 장르적으로는 드라마인 작품들이 많이 없어졌다. 지금은 아예 나뉘지 않나. 여러 명 출연하는 큰 예산의 영화, 작가주의적인 실험을 하는 예술영화로.

    '당신의 부탁'을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일 때 예술영화를 많이 보는 분들은 '되게 상업영화다'라고 하신 반면, 보통의 관객들은 '왜 이렇게 잔잔해', '어렵다',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다양한 영화가 있다면 저 같은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도 10억을 투자받고자 했는데 다 안 됐다. 그럼 보통 엎어지는데 명필름에서 그래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작사의 뚝심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스태프분들의 양보도 있었지만.

    사실 예산이 중심은 아닌 것 같다. 이야기가 중심이다. 영화 산업이 건강해서 제가 하고 싶은 영화에 맞는 그릇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나눠진다면 저는 더 저예산으로 가지 않을까.

    ▶ '환절기'에서는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 엄마의 얘기, '당신의 부탁'에서는 하루아침에 함께 살게 된 엄마와 아들의 얘기를 다뤘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찍고 싶은지.

    제가 어떤 일가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서… 이미 (자기 길을) 찾아서 주제와 스타일을 계속 선보이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아직 그렇진 않고 찾아가는 중이다. 저는 사회파 드라마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동시대인으로서 고민되는 부분을 제 색깔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어 영화적 성취를 이루겠다는 것보단,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관객이 보고 나서 별 다섯 개를 주진 않을지언정,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남의 얘기인데 왠지 내 얘기 같다 싶은 그런 것,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동은 감독은 올해에만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지난 2월 22일 개봉한 '환절기'와 지난 19일 개봉한 '당신의 부탁' (사진=각 배급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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