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개혁정치의 뜻을 실현하기 어렵다"며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이인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2등 싸움을 하기 위해 정체성을 무시하고 통합하는 것은 개혁보수 정치의 걸림돌'이라는 게 원 지사의 탈당 이유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원 지사의 탈당을 기회주의 정치로 규정하며 자체 제주지사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지사는 10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개혁정치의 뜻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2등 싸움을 하기 위해 급하게 합당하는 것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과제의 걸림돌이 되고 결국 답이 없을 것으로 봤다"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시각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정체성의 고민과 논의들이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통합할 수 있는 멀고 큰 그림을 보며 어렵더라도 가야 하는데 덜컥 통합정당인 바른미래당이 출범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에 합류한 이유로 그는 "당을 떠나고 들어가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괴로운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며 "힘들더라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특히 "지방선거 전에는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결국 무소속으로 선거에 임하게 될 것"이라며 "일주일 안에 출마의 변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 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연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과거에 나름대로 보수정치의 맥을 자처했는데 국민들의 인식과 요구, 눈높이, 시대의 변화에 걸맞는 자기혁신을 하지 않고 안주하는 곳은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한국당은 근본적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개혁정치의 뜻을 실현하기 어렵다"며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이인 기자)
원 지사는 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에게 탈당 결심을 미리 알렸다"고 전한 뒤 "그분들은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느냐며 아쉬워했고 잘돼서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어 "지방선거가 끝나면 야권이 재편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만함으로 스스로 자신의 틀 속에 갇힌 것은 없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진정한 민생과 통합의 정치로 거듭나겠다"는 말도 했다.
지방선거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가기 위한 정치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원 지사의 탈당으로 유력 제주지사 후보를 잃은 바른미래당은 반드시 자체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원 지사의 탈당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제주지사 후보 문제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도 "(원 지사의) 무소속 출마는 안타까운 일이다.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열심히 찾아 선거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앞서 박주선 공동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저희도 당연히 후보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른미래당은 원 지사의 탈당에 대해 당이 어려우니까 둥지를 떠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회주의 정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어서 자체 제주지사 후보를 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결국 6.13 제주지사 선거는 무소속 원희룡 지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녹색당 후보의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실시되는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김우남 전 국회의원과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중 1명을 본선 후보로 결정하고 자유한국당은 김방훈 후보를, 제주녹색당은 고은영 후보를 공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