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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계속 욕망하는 사람이 결국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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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주 "계속 욕망하는 사람이 결국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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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감독 연속강좌 ①] '낮은 목소리', '화차' 변영주 감독

    한국영화가 '남초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지난해와 올해 개봉한 상업영화 포스터만 봐도, 여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 해에 200편 안팎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 개봉작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은 10%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여성 감독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며 관객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는 현재 한국영화 안에서 여성 감독의 위치를 묻고, 각 감독의 작가성을 탐구하는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를 3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다. 이 중 기사화에 동의한 감독들의 강의를 옮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변영주 "계속 욕망하는 사람이 결국 영화를 만든다"

    변영주 감독 (사진=필라멘트 픽쳐스 제공)
    변영주 감독은 여성영화집단 '바리터'의 창립 멤버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시작해 상업영화로까지 진출한 대표적인 여성 감독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3부작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낮은 목소리'는 극장에서 개봉한 최초의 한국 다큐였다. 2002년 '밀애'로 상업영화에 진출한 변 감독은 '발레 교습소', '화차' 등을 연출했다.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14호에서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의 첫 강의 '변영주의 여정'이 열렸다. 변 감독은 "여기에 망설임 없이 나오겠다고 한 이유는 김소영 선생님(트랜스:아시아문화연구소장) 때문이다. 저는 너무나 척박했던 시절 공부했던 선배들의 혜택을 받은 세대다. 여자애가 카메라에 손댄다고 불쾌해하는 남자 교수를 직면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끝내 살아남은 분들께 영화를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변 감독은 그동안 만든 작품들이, 자신이 가진 '조금은 강박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의 윤리의식'과 ' 장르문화에 탐닉했던 취향', '선배들에게 배운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이 결합한 결과라고 밝혔다.


    변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강한 윤리의식 때문에 괴로웠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첫 상업영화였던 '밀애'의 경우 성관계 장면을 찍으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가장 찍고 싶은 쇼트가 무엇인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성의 육체를 대상화하지 않는가 등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더 치중했기 때문이다.

    '낮은 목소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우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클로즈업하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변 감독은 "할머니가 운다고 해서 하루하루 불행하게 사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 장면을 클로즈업하는 건)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말 잘(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싸웠고, 그게 제가 가다 멈춘 길이자 한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게 처음으로 없어졌던 게 '화차'였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영화 '화차'에서 21세기라는 현재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세상 밖으로 쫓겨난 여성이 다른 이에게 다가가서 친구 하자고 손잡은 다음에 잡아먹는 얘기라는 게 '화차'의 놀라운 점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들과 안 싸우지 않나. 그런 점이 되게 21세기 같았다"고 설명했다.

    윗줄은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3부작. 아랫줄은 상업영화 '밀애', '발레 교습소', '화차' (사진=각 배급사 제공)
    "세상을 더 좋게 만들지 못한 우리 개개인이 가진 가장 못된 마음이 바로 '자기연민'이라고 생각해요. '화차'의 경선은 자기가 제일 불행하다며 남들에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발레 교습소'의 여자 주인공은 말도 안 되게 무식하고 나를 몰라주기까지 하는 부모를 원망하면서 자신은 세상 모든 걸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했고요. 이런 게 우리를 진화된,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걸 방해한다고 봤고, 그게 영화 안에서도 만들어왔다고 생각했어요."

    '화차' 이후 더 올바르게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됐다는 변 감독은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자신의 욕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감독은 "저는 독립영화로 시작해 그 힘으로 충무로로 순식간에 데뷔해서, 감독이라는 권력을 획득한 후에야 시스템에 들어온 사람"이라며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 내가 만들고 싶은 어떤 것을 계속 욕망하는 사람이 결국 영화를 만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하고 싶은 게 A인데 다른 사람들이 B, C, 혹은 A'로 알아들었다면 그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A라고 알아들을 수 있게 구체적으로 예를 들고, 상대방 말도 끝까지 듣는다. 아무리 급해도 들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 쓸데없는 말을 했다면 그것도 짚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은 소통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영화는 불행하게도 공동작업이기에, 내가 어떤 꿈을 꾸는지를 물질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만들 수가 없다. 스태프 100명이 있다면 그들이 지금 찍는 쇼트가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대충은 알아야 잘 찍힌다. 이 장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인지 등 여러분의 욕망을 물질화하는 말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 감독의 차기작은 '조명가게'라는 작품이다. 2014년 3월에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얼마 뒤 4.16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오랫동안 중단됐고, 내년 추석~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현재 작업을 하고 있다.

    3일 오후, 한예종 영상원 114호에서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의 첫 강의가 열렸다. 변영주 감독(가운데)이 청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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