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성추행이 있었던 날이라고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에 찍힌 사진을 일부 공개했다. (사진='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캡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미투' 폭로가 나온 정봉주 전 의원의 사진을 공개하며 정 전 의원을 옹호하는 식의 보도를 했다는 지적을 받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시청자들과 피해자 A 씨에게 사과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28일 공식입장을 내어 보도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블랙하우스'는 지난 22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의 사진을 공개했다. 언론사 최초 보도였고, 성추행을 일관되게 부인해 온 정 전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용이어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제작진은 "방송 당시에는 '프레시안'(정 전 의원 성추행 최초 보도)이 정 전 의원의 카페지기였던 민국파라는 인물의 주장을 게재하면서, 2011년 12월 23일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사진기자로부터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의 행적이 담긴 사진 780여 장 중 일부를 입수했다. 모두 해당 사진기자가 직접 찍은 것이었다"며 "본 프로그램의 MC 김어준 씨와 정 전 의원이 특수한 관계라는 것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자칫 오해를 살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사진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오후 1~3시 사이 사진에 남은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은 민국파 씨의 증언과 맞지 않았고, 정봉주 전 의원의 해명과도 일치하지 않아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입수한 사진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위조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것이 제작진이 제시한 근거다.
제작진은 "논란이 된 특정 시간대에 대한 사실확인에 집중했을 뿐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진실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고 자성했다.
이어, "이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 A 씨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낸 공식입장은 내일(29일) 방송되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본방송에서도 고지될 예정이다. 불공정한 방송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자를 교체할지는 미정이다. SBS 관계자는 28일 CBS노컷뉴스에 "아직 회사 차원에서 김어준 하차에 관해 이야기할 단계도 아니고 그건 제작진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8. 3. 28. "정봉주 '감싸기' 사과해"…김어준에게 튄 불똥)한편, 양측이 팽팽히 대립하는 진실게임으로 보였던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은,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를 한 피해자 A 씨가 27일 연 기자회견 이후 새 국면을 맞았다. 피해 시간을 특정한 적 없었던 A 씨는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내 레스토랑에 출입했던 기록을 공개했다.
다음날인 28일에는 SBS가 정 전 의원의 렉싱턴 호텔 카드 결제 내역을 단독보도했다. 또한 정 전 의원 변호인단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쓴 언론사 기자 고소를 취소했다고도 전했다. 이는 사건 당일 렉싱턴 호텔에 간 적도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줄곧 부인해 온 정 전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증거여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SBS 보도 이후 해명 자료에서도 정 전 의원은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만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