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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달수 쇼크 추스른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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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오달수 쇼크 추스른 '나의 아저씨'

    우려 잠재운 무난한 출발…캐릭터 등에 더해질 '시대 감수성'은 지켜볼 일

    (사진=tvN 제공)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오달수의 하차로 빨간불이 켜졌던 tvN 새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주변의 우려를 잠재우며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극중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남성중심적인 조직 안에서, 주요 캐릭터들의 가치를 시대 감수성과 어떻게 버무리고 가꿔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난 21일 밤 방송된 '나의 아저씨' 첫 회는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를 통해 각 캐릭터의 특징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였다.

    극중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 쪽으로 확 기우는" 마흔다섯살 건축구조기술사 박동훈(이선균)과 사채업자로부터 "네 인생은 종쳤다"는 말을 듣는 스물한살 이지안(아이유)이 극을 이끄는 양대 축이다.

    두 사람 주변에 머무는 가족과 조력자, 라이벌 등 다양한 캐릭터가 가지처럼 뻗어나가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한 분위기다.

    동훈과 지안은 회사라는 한 공간에 있다. 허드렛일을 맡아 보는 탓에 거의 없는 사람 취급받는 지안이 동훈과 어우러질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임금을 분 단위로 쪼개며 직원들을 옥죄는 경영진의 감시도 여기에 한몫한다.

    그런데 악착같이 사는 지안에 대한 동훈의 연민과 더불어, 지안이 살기 위해 벌인 일로 동훈이 궁지에 몰리면서 둘 사이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동훈은 주변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에게 소홀해 왔다. 대학 때부터 연을 이어온 아내 강윤희(이지아)와의 사이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진 상태다. 변호사인 윤희는, 남편의 직장 상사이기에 앞서 대학 동기인 도준영(김영민)과 밀회를 갖는다. 이 복잡한 치정이 상투성을 벗어나는 일은 오롯이 제작진의 몫으로 남았다.

    ◇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진=tvN 제공)

     

    지안은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은 음식을 몰래 싸 와 집에서 끼니를 떼운다. 회사에서 몰래 집어오는 믹스커피를 한 번에 두 개씩 타서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더욱이 버는 돈은 족족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에게 헌납하기 일쑤다. 이른바 흙수저 청년.

    이 사채업자 광일은 지안에게 일그러진 욕망을 지닌 듯하다. "넌 평생 나한테 시달리면서 이자만 갚다가 죽을 거야"라는 그의 대사는, 마초적 남성 캐릭터를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켰던 기성 영화·드라마들이 떠올라 섬뜩했다.

    캐릭터에 당위를 부여할 목적이었겠지만, 광일이 지안에게 심각한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줬을 법하다. 목적이 수단을 합리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점을 제작진이 염두에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인공 동훈의 형 박상훈 역으로 오달수를 대신해 합류한 배우 박호산은 최적의 캐스팅으로 다가온다. 앞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익히 봤던 친숙한 이미지를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버무려낸 덕이다. 그는 명퇴와 사업 실패 수순을 거친 위기의 중년 상훈 캐릭터를 군더더기 없이 직조해냈다. 박호산이 오달수 쇼크를 말끔하게 추스른 셈이다.

    다만 극중 상훈의 딸 결혼식 에피소드에서 확인했듯이, 이미 서로에 대한 믿음을 버린 상훈과 아내 조애련(정영주)이 다투는 과정에서,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애련에게 소위 악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모습이었다.

    노파심일 수도 있다. 동훈, 상훈 형제의 아내 캐릭터들이 남성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쓰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 역시 이야기의 주체로서 극중 자기 삶에 설득력을 가져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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