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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사람 취급 않는 자, 누구인가



문화 일반

    여자를 사람 취급 않는 자, 누구인가

    [모두를 위한 '미투' ③] 무차별 '성적 대상화'로 시름하는 병든 사회

    '미투'(#Me_Too) 외침에 '위드유'(#With_You) 메아리가 더해져, 더불어 사는 세상을 앞당기는 연대의 함성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그 단초는 "우리 모두 같은 처지였다"는 공감에서 비롯됐습니다. 여성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약자를 잇는 변혁의 물줄기로서 '미투'와 '위드유'의 가치를 전문가 인터뷰로 검증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위선적 '性문화'…권력의 민낯을 숨기다
    ② "남자들이여, '해방의 길' 함께 열자"
    ③ 여자를 사람 취급 않는 자, 누구인가
    <끝>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3·8 여성의 날 민주노총 전국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 사회에 이로운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 사회화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는 이러한 사회화와 학습의 순기능이 없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제압할 것인가, 성적으로 대상화할 것인가라는 비뚤어진 인식에 매몰된 탓이다. 문화 다양성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는 "성폭력을 일삼아 온 몇몇 개인은 본인이 저지른 특별한 과오에 따라 법이나 사회적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면서도 "우리의 난제는 조직 내 성폭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당하는 무차별적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현재는 권력형 성폭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권력 관계 여부를 떠나, 서로 아느냐 모르느냐와 상관 없이 '몰카'처럼 거리에서 익명의 타자들에게 당하는 성적 위협·폭행 역시 굉장히 만연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단순히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신체적 대상으로 간주하는 일그러진 문화가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간 성폭력에 관대했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던 한국 사회가, 미투·위드유 운동을 통해 뿌리부터 달라질 것을 요구받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현미 교수는 "물론 성폭력에 대한 제도적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감당해야 할 2, 3차 가해로 인해 고발을 꺼려 온 측면이 크다. 법이나 제도마저도 이를 막고 있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를 '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걸고 들어와 많은 비용이 드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중처벌을 받도록 만드는 구조인 것이다."

    그는 특히 "이제 한국 사회가 여성이나 남성, 또는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각자의 인생 안에서 풀어내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미투 운동을 겪으면서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보거나 듣고도 묵인한 사람 등등….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기회를 자기 삶의 언어·행동·세계관을 새롭게 규율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 맺기'로 기분 좋은 경험 학습해 나가야"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3·8 여성의 날 기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행진'을 마치고 부조상 앞에서 장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침묵을 깬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에 귀기울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찰과 연대를 통해 보다 평등한 한국 사회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미투 운동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직면해 있는 차별 구조를 아주 폭력적이고 실체적이고 정서적인 형태로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는 김 교수의 분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투 운동을 단순히 남녀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굉장히 단편적인 접근으로 핵심을 비껴가도록 만든다. 계급이나 지위를 이야기할 때 갑을 관계로만 해석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특정 '계층'에 속해 있고 '젠더화'된 사람이며 '한국인'이라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지닌 보다 복합적인 정체성이 다양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권력을 발휘하고, 피해를 입히는지를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미투 운동은 필연적으로 남녀 차별 문제에만 머물 수 없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데는 가장 먼저 젠더 정체성이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여자, 남자라는 생물학적으로 가시화 된 형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일차적인 타개 대상이다. 결국 미투 운동은 계급, 인종 등의 불평등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는 데까지 확장될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특별팀을 꾸리고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여기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것은 미디어와 학교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화 과정에서 우리는 여자와 남자가 어떠한 존재이고,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서 대우하는가 등을 학습하는 데 있어, 학교 또래집단이나 교과서 또는 드라마·오락 프로그램과 같은 대중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 성평등이 어느 범주까지 실현 가능한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제도권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사·학생을 위한 성평등 교육안을 마련하고, 여타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디어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 맺을 때 그것이 얼마나 유익하고 기분 좋은 경험인지를 우리는 학습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학교 교육과 미디어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인종·계급 문제 등을 대하는 우리네 역량을 더욱 강화시켜내는 일이 중요하게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이 보다 장기화 하고 확산 되려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다양한 불평등 문제를 품고 나아가야 한다. 이 문제가 성·계급·인종은 물론 세대 이슈 등과도 결합한 복잡한 양상이라는 점을 사유해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참여 의식을 지닌 시민, 이른바 시민 개념에 보다 충실한 존재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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