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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산재' 故황유미 11주기…해결의 빛 보일까



경제 일반

    '삼성전자 산재' 故황유미 11주기…해결의 빛 보일까

    산재 인정 판결·유해물질 정보 공개 잇따라… "본격적인 정보 공개 이뤄져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 밖으로 처음 알린 고(故) 황유미 씨.

    황씨 사망 11주기인 6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오전 11시 리움미술관 앞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날 오후 1시부터는 방진복을 입고, 지난 달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서울고등법원을 향해 도보로 행진한다.

    이후 오후 7시부터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 사망자의 유족들이 서울 강남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882일째 지켜온 농성장에서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황씨는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1년 6개월 가량 일했지만, 2007년 불과 23살 나이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황 씨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같은 해 11월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반올림'이 발족됐고, 2008년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4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삼성과 피해자 간의 진실 다툼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황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 뒷좌석에서 병원을 향하다 눈을 감은 지 4천여일을 넘기는 동안 삼성에서 일했던 320여명의 노동자가 직업병 의심 사례를 제보했고, 이 가운데 118명은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던 기나긴 투병과 법정 공방 끝에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의 지난한 싸움도 조금씩 작지만 의미있는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법원에서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내려졌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이 걸린 이모 씨가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다발성경화증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일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노동자 가운데서는 이씨가 첫 사례였다.

    이어 7월에는 이씨에 앞서 1심에서 삼성 노동자 가운데 처음으로 다발성경화증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던 김미선 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재차 인정하는 판결이 서울고법에서 내려졌다.

    또 바로 다음달인 8월에는 대법원에서 역시 LCD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이모 씨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성전자가 유해화학물질 정보 공개를 거부한다면 노동자의 희귀질환 발병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며 산업재해 발병 원인에 대한 증명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측에게 물은 판결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유해인자를 조사하고도 기업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춰왔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노동부는 노동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시한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 곳에서 일하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이범우씨 유족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보고서에는 발암물질 등이 사용되는 작업장 내 노동자들의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정도를 평가한 결과가 기재돼있기 때문에 산업재해 여부를 가릴 핵심증거로 꼽혔다.

    그동안 노동부와 삼성전자는 기업 영업비밀을 담고 있다거나, 작업환경을 측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주요 내용을 삭제한 채 공개하는 등 보고서 전문 공개를 막아왔다.

    하지만 노동부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위원회가 합의 끝에 설치한 '삼성 옴부즈만'이 3, 4월 중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종합 진단 결과에 대한 첫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삼성 측은 2015년 조정위원회의 조정권고안에 따라 보상기준을 만들어 직업병 피해자들을 상대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이 조정권고안과는 동떨어진 보상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경우에도 온양공장의 보고서만 공개됐을 뿐, 기흥과 화성의 삼성공장에 대해서는 이제 겨우 정보공개를 신청한 상태로, 여전히 다른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는 베일 속에 감춰져있다.

    옴부즈만위원회 역시 출범 이후 해마다 연례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해야 했지만, 위원회 구성부터 본격적인 조사 활동까지 시간을 허비하다 뒤늦게 첫 보고서를 내놓는 상황이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관건은 삼성이 얼마나 자신들의 작업환경을 옴부즈만위원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서 구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었느냐 여부"라며 "공개적인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보고서 내용을 미리 파악하기 어려운데, 현재로서는 조사가 잘 이뤄졌기를 희망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재해 입증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인, 노동자들이 취급하고 사용하는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를 공개하라는 주장이 10여년이 넘어서야 법원 판결과 사회적 압력으로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며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노동자들과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정부가 유해화학물질 정보 공개에 앞장서서 노동자를 보호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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