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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후이센의 갑작스러운 ‘개’ 발언, 왜 나왔을까



스포츠일반

    블록후이센의 갑작스러운 ‘개’ 발언, 왜 나왔을까

    • 2018-02-22 06:00

    남자 팀추월 동메달 후 공식 기자회견서 문제적 발언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얀 블록후이센은 남자 팀추월 후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될 만한 '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해원기자

     

    “이 나라에서 개를 조금 더 잘 대해주세요(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

    평온하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 기자회견장이 갑자기 술렁였다. 지난 2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의 얀 블록후이센이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뱉은 한마디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기자회견장의 동시통역은 부랴부랴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전했다. 하지만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었던 탓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의 언론담당관과 기자회견 동시통역사, 그리고 현장에 있던 CBS노컷뉴스를 포함한 여러 명의 취재진이 다시 확인했다.

    기자회견이 녹음된 내용을 수차례 점검한 결과 블록후이센의 발언은 ‘이 나라에서 개를 조금 더 잘 대해주세요’로 최종 확인됐다.

    블록후이센은 왜 갑자기 ‘개’를 언급했을까. 발언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블록후이센의 경기와 당시 기자회견장의 상황을 다시 돌아보면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4년 전 러시아 소치에서 남자 팀추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블록후이센은 스벤 크라머르와 함께 당시 금메달을 합작했던 주인공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에 1초 이상 큰 격차로 패했다. 결국 뉴질랜드를 꺾고 동메달을 챙겼지만 불만스러운 성적일 수밖에 없다.

    소치 대회에서 남자 팀추월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블록후이센은 이번 평창 대회에서는 팀추월 동메달, 5000m 9위로 다소 부진했다. 충분히 자신에게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

    블록후이센이 화가 난 이유는 단순히 성적 때문은 아니었다. 경기 후 올림픽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 인포 2018'에는 블록후이센이 기자회견장을 찾기 전부터 이미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공개됐다. 블록후이센이 왼쪽 스케이트의 스프링 2개 가운데 1개가 파손된 상황에서 노르웨이와 준결승을 소화했다는 것.

    블록후이센은 당시 상황을 “펑크가 난 자전거를 타고 경주에 나선 것과 같다”면서 “(멀쩡한) 스케이트 하나로 경기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스벤 크라머르 역시 “한 다리로만 스케이트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며 “짜증 나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잘했다”고 동료를 위로했다.

    남자 팀추월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파란색 4번 암밴드를 한 선수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얀 블록후이센이다.(사진=네덜란드 대표팀 공식 트위터 갈무리)

     

    망가진 스케이트를 신고 경기해야 했던 블록후이센은 이미 잔뜩 기분이 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블록후이센은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새치기했다.

    기자회견은 먼저 경기를 마친 여자부가 우선이었다. 여자 팀추월 동메달의 미국과 은메달의 네덜란드가 먼저 기자회견을 소화했고, 그다음은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차례였다.

    하지만 블록후이센과 크라머르가 먼저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이미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먼저 기자회견을 마친 여자 선수들과 함께 빨리 숙소에 돌아가고 싶은 듯 "5분 안에 끝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작은 소동 끝에 기자회견은 일본 여자 선수들이 아닌 네덜란드 남자 선수들이 먼저 진행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여자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들을 기다리는 일본 기자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들에게 별다른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크라머르는 환한 웃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기 모두 일본 기자들이죠?”라며 성급히 자리를 뜨기 위한 분위기 전환용 농담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 블록후이센이 개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기자회견장에 있던 취재진은 술렁였다. 한국 취재진뿐 아니라 일부 외신도 블록후이센의 개 발언을 확인한 뒤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USA투데이' 등 많은 외신은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제를 거론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던 개고기 식용 문제가 여전히 한국에서 성행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SNS를 통해 한국에서 질병 등 여러 문제로 주인에게 버려지는 애완견의 국제입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애완견이 한국을 떠나 미국 등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후이센의 개 발언이 개고기 식용 문제인지, 아니면 애완견 처우 문제인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특히나 공식 기자회견에서 했다는 점에서는 블록후이센은 분명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경솔했다.

    ★네덜란드 남자 팀추월, 기자회견서 ‘개’ 발언 논란

    ★남자 팀추월, '세계 최강' 노르웨이 넘지 못했다

    ★같은 ‘왕따 논란’, 한국과 폴란드의 선택은 달랐다

    ★‘왕따 논란’ 여자 팀추월, 결국 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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