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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혜 "왜 서브만 하냐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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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혜 "왜 서브만 하냐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노컷 인터뷰] '흑기사' 샤론 역 서지혜 ②

    지난 8일 종영한 KBS2 '흑기사'에서 샤론 역을 맡은 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보통 드라마에서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줄기를 가지고 가거나 가장 두드러진 로맨스를 이끌고 가는 인물을 주인공(남주, 여주)이라고 한다. 주연이지만 주인공보다는 그보다는 비중이 조금 덜한 이들을 이르는 말이 바로 '서브'다. 아주 엄밀한 구분은 아니지만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흔히 통용되곤 한다.

    그 기준으로만 본다면, 서지혜는 최근 주로 '서브'를 맡아 왔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딸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금수저'로, 이화신(조정석 분)을 '나는 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아나운서 홍혜원 역을 맡았던 '질투의 화신'이 대표적이다. 연기력과 패션 스타일 모두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일 종영한 '흑기사'의 샤론도 마찬가지였다. 250년 동안 문수호(김래원 분)라는 한 사람만 사랑해왔지만 그 마음이 결국 닿지는 못한 역할이었다. 서지혜는 "왜 서브만 하느냐, 왜 더 안 뜨냐 이런 말을 많이 듣는데 이젠 그게 중요하지 않다"며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서지혜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유쾌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던 그에게선 자연스러운 '여유'가 느껴졌다.

    (노컷 인터뷰 ① '흑기사' 서지혜 "250살 먹은 샤론 캐릭터, 너무 어려워")

    ◇ 배우들이 신나 했던 '흑기사' 촬영장

    서지혜는 '흑기사' 촬영 현장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드라마인 만큼 독특한 설정이 많았는데 배우들 모두 즐겁게 임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희는 되게 재밌었다. 저도 이런 걸 해 본 적이 없으니 되게 신기하고 너무 신났다. 서로 더하고 싶어 했다"며 웃었다.

    철없는 샤론의 엄마이자 언니이자 친구로 곁에 있던 장백희 역의 장미희와는 이전에도 같이 작품을 했었다. 서지혜는 "4년 전에 '귀부인'이란 작품을 같이 해서 좀 더 편했던 것 같다. 선생님도 이런 독특한 캐릭터를 하시니까 되게 신나 하셨다.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하니 그런 것들이 드라마에서 더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척 소녀 같으셨다. 저하고도 편하게 얘기하셨다. 극중에서 엄마 같기도 하고 언니나 친구 같기도 한 느낌이 있어서 끝에 서로 등지는 씬에서는 연기하면서도 서로 울컥했던 면이 있다. 너무 슬프더라. 250년 동안 같이 해 온 세월이 있지 않나. 솔직히 가족보다 더 오래 같이 있던 소중한 인물이라 백희를 죽이는 씬에서도 맘이 편치 않았다"고 전했다.

    서지혜는 '흑기사'에서 장미희, 김래원, 신세경 과 함께 찍는 장면이 가장 많았다. (사진='흑기사' 캡처)

     

    김래원과도 드라마 '펀치'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서지혜는 "래원 오빠하고는 두 번째로 작품을 하게 돼 워낙 편했다"고 말했다. 단 한 순간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문수호 캐릭터를 보면서 섭섭할 때도 있었다고.

    "되게 섭섭할 때도 있었어요. 저는 찍으면서 샤론 너무 불쌍하다, 애처롭다, 이렇게까지 해야 돼? 싶었어요.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잖아요. 제가 막 그렇게 문수호에게 가서 푸쉬를 하는데도 거의 반응이 없었어요. 철벽방어를 해서. (웃음) 하면서도 래원 오빠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야?' 라고 했어요. 이걸 마지막으로 짝사랑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다음번(작품)에는 짝사랑 안 하려고요."

    신세경과는 함께 붙는 장면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 서지혜는 "세경 씨랑은 초반에 술 대작하는 그런 재밌는 씬들이 많았다. 저는 그런 것들이 되게 재밌더라. 묘한 긴장감이 있는 신경전 씬에서 초반 케미가 너무 재밌어서. 그런 게 좀 더 많이 나왔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세경 씨는 워낙 착하고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 배우로서의 갈증 풀어준 샤론 캐릭터

    도도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해 온 서지혜에게 샤론은 꽤 다채로운 얼굴을 한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은근히 빈틈도 없고 철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고, 장백희나 양승구(김설진 분)와 티키타카 합을 맞출 때는 특히 그랬다.

    서지혜는 "그동안 제게 차가운 이미지를 많이 보시지 않았나. ('흑기사'에서는) '내가 예뻐? 정해라(신세경 분)가 더 예뻐?, '내가 더 섹시하네' 이런 장면이 있었는데 걱정이 되게 많았다. 그래서 괜찮은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런 버전 저런 버전을 찍었다"며 "코믹에 도전해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작품 중 특별히 인상적으로 본 게 있느냐고 묻자, 지난해 방송된 '쌈, 마이웨이'라고 답했다. 그는 "밝은 캐릭터, 망가지는 것도 하고 싶다. 그동안은 딱딱하고 잘 잡혀 있는 연기를 했다면 좀 풀어지는 코믹한 캐릭터를 해 보고 싶다. 제가 그런 걸 보여준 적이 별로 없더라"라고 말했다.

    안 해 본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다행스럽게도 샤론이 되게 다양한 캐릭터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작품 하나를 하는 데 네다섯 작품을 한 느낌이란다. 죽일 듯 무섭게 스릴러로 갔다가 코믹도 했다가 액션도 하니, 에너지를 아주 많이 썼다. 서지혜는 "별의별 것을 다 한 것 같아서 조금 한을 풀었다"며 웃었다.

    그는 "솔직히 저희 드라마가 장르가 애매하다. 로코(로맨틱코미디)였다가 스릴러였다가… 감독님한테 우리 드라마 장르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온갖 장르를 다 말씀하셨다. 실험을 시도해 본 드라마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패기와 열정의 20대, 여유가 생긴 30대

    서지혜는 2016년 '질투의 화신', '그래, 그런거야' 등에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뷰티 프로그램 '팔러우미 8'의 진행을 맡았다. (사진=각 프로그램 캡처)

     

    서지혜는 올해로 연기를 한 지 15년이 됐다. 처음 데뷔했을 때와 현재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는지 묻자 "20대 때는 정말 멋모르고 패기와 열정으로 달려와서 중간에 삐걱거릴 때가 있었다. 연기 계속해야 되나 하고 고민했는데, 이것만 해 와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답했다.

    "어떤 분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연기자 선배님 한 분이 버티는 게 승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한 번 버텨보자' 했어요. 20대 후반부터 마음 다잡기 시작했고, 30대 접어들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캐릭터 이해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요.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달까요. '왜 서브만 하느냐? 왜 안 뜨냐?'고 하시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한 목표고, 그렇게 마음먹다 보니 보는 눈이 좀 더 달라지고 저만의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이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서지혜도 경쟁이 심한 연예계에서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 버티기 힘든 곳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놓으니' 어느 정도 편해졌다. 서지혜는 "예전에는 '내가 쟤보다 더 잘해야지', '난 쟤보다 더 튀어야 돼' 그런 맘으로 하다 보니 제가 볼 수 있는 게 되게 좁았다면 지금은 더 넓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관계도 더 좋아졌다. 예전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뭐 어때' 이렇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연기하는 것도 되게 편하다"고 덧붙였다.

    설을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여서 새해 소망을 묻자 곧장 올해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살 날이 훨씬 많기에, 정형화된 목표를 두기보다는 하루하루, 혹은 1년의 계획 정도만 세운다는 그는 한 해에 좋은 작품을 하나씩은 하고 싶은 꿈을 가졌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작품이 없어 당분간은 '백수'가 되는 그는 영어공부를 틈틈이 할 생각이다. 쉴 시간이 생기면 무언가 배우는 걸 좋아한다는 그의 새로운 목표는 요리다.

    예전엔 연기보다 어려워 보여서 거부감이 있었던 예능도 요즘엔 '아, 재밌네?' 사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단다. 혼자 살고 있으니 '나 혼자 산다'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연기 생활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면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쩌면 올해에는 드라마, 영화가 아닌 예능에서도 그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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