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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꽃' 장혁 "복수만 했다면 3회 만에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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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꽃' 장혁 "복수만 했다면 3회 만에 다 끝났다"

    [노컷 인터뷰] '돈꽃' 강필주 역 장혁 ①

    지난 3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에서 강필주 역을 맡은 배우 장혁 (사진=싸이더스HQ 제공)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지만 사실은 돈에 먹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불륜, 재벌가 비리 등 주말드라마에 단골처럼 나오는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숨막히는 전개와 눈에 띄는 아름다운 연출로 '주말극 그 이상의 주말극'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어느덧 데뷔한 지 21년이 된 배우 장혁은 '돈꽃'에서 복수를 위해 치밀하고 철저하게 '후일'을 도모해 온 청아가의 변호사 강필주 역을 맡았다. '복수극 주인공들이 본받아야 할 캐릭터'란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빈틈없고 똑똑하며 서늘한 강필주 역을 완벽 소화해 '갓필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돈꽃'을 선택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장혁의 '돈꽃' 종영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3번이나 고사한 작품을 결국 받아들여 또 한 편의 '인생작'을 만들어 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10명 중 9명이 왜 주말극을 하느냐고 하더라"

    주말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불륜, 재벌가 비리, 복수 등 자연스레 공식이 떠오르는 장르다. 가장 열성적인 시청자는 중장년층으로 파악되지만, 정말 작품이 '빵 뜨면' 국민 드라마로 급부상할 수 있고 장편인 경우가 많아 인지도와 연기력 향상 면에서도 좋다.

    하지만 2000년을 마지막으로 주말드라마를 해 오지 않은 장혁은 주말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돈꽃'을 한다고 했을 때 10명 중 9명이 "왜 주말드라마를 하느냐?"고 묻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더구나 장혁은 '돈꽃'을 3번이나 고사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어떤 상황들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과 배우 사이에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그는 3개의 씬에 마음을 뺏겨 기꺼이 강필주가 되었다.

    "첫 번째는 기자가 무언가 갖고 오는데 제가 사진을 주며 윽박지르는 씬이었어요. 두 번째는 윤서원(한소희 분)에게 가서 돈을 주고 나가라고 하는 거였고 세 번째는 삭제돼서 방송엔 안 나갔죠. 이것들을 보고 '저게 강필주 같은 건데', '실제 강필주라면 저런 모습일 텐데…' 싶었어요. 콘트라스트(대비)도 분명히 있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 세 장면을 보고 나서 (작품이 제게) 붙어버렸어요."

    한두 편만 본 사람이라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의 이른바 '주말드라마 공식'을 탈피했다는 점에서도 '돈꽃'은 의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장혁은 "저는 '위기의 주부들'(비밀을 품고 사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교외 중산층 마을의 어두운 면을 코믹하게 풀어가는 미국 드라마) 같은 느낌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상황 안에서 스릴러 적인 면이 있고, 아닌 척하지만 어떤 감정들이 들어가 있는 느낌. 막연한 복수극이 아니라 애증 관계와 치정도 있고 상실감도 있으면 어떨까. 김희원이라는 감독은 그런 걸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돈꽃'으로 다시 한번 이어진 김희원 감독과의 인연

    '돈꽃'은 첫 화부터 수려한 화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돈꽃' 캡처)

     

    장혁은 지난 2014년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김희원 감독과 한 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번에 '돈꽃'에서 다시 작업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었다. 원래 다른 남자 감독이 있었는데 김희원 감독이 메인 연출이 되었기 때문이다.

    장혁은 "'(김 감독이) 이걸로('돈꽃'으로) 입봉(첫 메인 연출)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주변 조건이 맞지는 않지만 장혁 씨가 하니까 나도 해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매력 있는 캐릭터 하나 달라고 했다. 이건 빨간색으로 강조해 달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돈꽃'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연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의 '범상치 않음'은 1화에서부터 나타났다. 한적한 강과 들판에서부터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서 있는 한옥 등 풍경에서부터 인물의 등장과 액션까지 장면마다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연출에 대해 질문하자 "일단 촬영감독님이 잘 담아주신 것도 있고, 감독님이 여자분이시다 보니 미장센이 예쁘긴 예쁘다"면서 "참 CG(컴퓨터그래픽)를 잘했구나. CG가 내 세월을 잘 커버해줬구나, 조명도 되게 밝고"라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장혁은 "연기를 하고 있으면 +(플러스)를 줄 수 있는 감독이 있고, 곱하기를 주는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곱하기를 주는 감독이었다. 심리적인 부분을 그림과 잘 매치했다"고 설명했다.

    극의 분위기를 더욱 살렸던 음악에 대해서는 "저도 음악이 (배우들에게) 감정적으로 많이 깔아주는구나 싶었다. 음악감독도 (배우들의) 심리 분석이 돼 있었고, 그 모든 것들은 김희원이라는 연출자가 있던 덕이다. 배우가 연기를 차지게 했다고 해도 무대를 깔아준 게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힘 들어가지 않은 연기, 더 강력해진 캐릭터

    장혁은 '돈꽃'에서 복수를 위해 오랜 세월 칼을 갈아온 철두철미한 청아가의 상무 강필주 역을 맡았다. (사진='돈꽃' 캡처)

     

    강필주는 '돈꽃'의 주인공이었지만 안타고니스트(작품 속에서 주인공에게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적인 성향도 지녔다. 복수라는 목표를 가졌고, 몸담고 있었던 청아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실세'로 각종 비리를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장혁은 오랫동안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아온 강필주 역을 하면서 굳이 힘을 주지 않았다. 큰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위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왕은 왕이기 때문에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단번에 이해가 됐다.

    장혁은 "안타고니스트 성향을 갖고 있는 캐릭터 대부분은 하이톤을 유지하거나 목소리를 내리찍거나 공격적으로 군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상황'으로 설정돼 있다면 웃으면서 잔잔한 얘기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안 들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강필주가 복수에만 매달렸다면 (드라마는) 3회 만에 다 끝난다. 기업 변호사로서 툭 치면 저 사람은 감방 가고 시정되는데 굳이 고자세로 할 수 없는 거다. 그럼 왜 그랬을까. 오히려 '복수를 하지 않는 이유'를 찾는 게 낫더라"고 부연했다.

    이어, "강필주도 복수하기 위해 그렇게 오래 살았지만 복수 이후에 상실감이 있던 사람이다. 여유의 밑에는 두려움이 있었던 거다. 정체가 들키면 안 되니까. 그러다 보니 저들(상대)이 10개를 생각하면 20개를 준비했어야 한다. 저쪽이 뛴다면 나는 날아야 하는 거다. 고고한 학 같지만 사실 그 안에 아픔이 있는, 처연한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강필주라는 캐릭터가 더 힘 받을 수 있던 데에는 설득력을 부여해 준 작가의 공도 컸다. 장혁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얘기를 안 해 줘서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한 것도 많다. 그러다 보니 더 리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연기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선명하진 않지만 추측해서 알았다. 또, 작가님이 복선을 놓치지 않고 갔기 때문에 암시하는 것들을 보고 갔다"고 전했다.

    (노컷 인터뷰 ② 장혁, 여전한 열정의 동력은 "프리랜서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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