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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항 4.6지진 "전쟁 방불…심장 멈추고 발도 안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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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포항 4.6지진 "전쟁 방불…심장 멈추고 발도 안떨어져"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진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재민 대피소인 포항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았다(사진=김대기 기자)

     

    “9살 손녀가 지진에 놀라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데 내 억장이 무너져요!”

    포항강진의 여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4.6 지진이 11일 새벽 발생하자 진앙지인 포항 흥해뿐 아니라 경주 등 진동을 느낀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포항 북구 두호동 유서희(35·여)씨는 11일 새벽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인다.

    유씨는 금방 지나갈꺼라 여겼던 진동이 그칠 생각을 않고 계속되고, 세워둔 액자마저 넘어지는 등 일이 커지자 덜컥 겁이나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유씨는 3살 난 딸을 안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유서희씨는 “그동안 2점대의 지진이 오고 시간도 많이 흘러서 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는 줄 알았다”면서 “건물이 흔들리고 한참 진동이 오니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5.4지진 보다 더 무서운 것 같다”면서 “포항에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유씨가 같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 포항시민들의 차량행렬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속도로 등이 큰 혼잡을 빚었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11일 포항 북구 흥해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한 이후부터 2시간 동안 포항톨게이트를 통해 차량 1천 40대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5시부터 6시까지 547대가 진입해 지난주 같은 시간 76대에 비해 7배가 늘었고, 6시부터 7시까지는 493대가 통과해 지난주 170대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포항 북구 흥해읍 김영선(42·여)씨는 “여진이라고 하기엔 너무 쎈 지진이다”면서 “3개월이나 지나서 이런 강한 지진이 오니 불안해서 포항을 잠시 떠나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평소 통행량이 적은 시간대에 갑자기 차량이 늘어난 것은 지진 영향으로 밖에 볼수 없다”면서 “차량이 몰리며 톨게이트에서 정체도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지진이 발생한 포항 북구 지역에서 포항 남구지역으로 대피하는 차량으로 포항시내 주요도로도 지정체가 빚어지는 등 지진을 피하려는 시민들로 혼란을 겪었다.

    북구지역 학교와 주차장, 공터 등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대피한 시민들을 쉽게 찾을수 있었다.

    주유소와 편의점 등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혼잡을 이뤘다.

    포항 북구 용흥동 박 모(39)씨는 “편의점에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을 보니 정말 큰일이 난거 같았다”면서 “지금까지 안정돼 가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 진다”고 말했다.

     

    지난 11·15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고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놀란 가슴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흥해 대성아파트 이재민 옥상보(68)씨는 “체육관이 흔들리는데 심장이 멈추는거 같아서 말이 안나왔다”면서 “사람들이 너무 놀라서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뒤섞여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2~3점대 지진이 올때 와는 차원이 다르니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얼이 나갔었다”고 덧붙였다.

    흥해 대웅파크 맨션 주민 박무현(74·여)씨는 “9살 먹은 손녀가 지진에 놀라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면서 “힘들 때 1알 먹으라는 약을 2알 먹어도 진정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몸이 쓰러지는건 상관없는데 추운데 떨고 있는 손녀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고 울먹였다.

    또, 이날 지진으로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는 대피소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흥해지역 주민이 오전에만 100여명이 몰리며 지진에 대한 지역민들의 공포를 실감하게 했다.

    대웅파크맨션 주민 A씨는 “대피소 생활이 자신이 없어 그동안 집에 있었는데 오늘 지진으로 집에 금이 더 벌어지고 도저히 살수가 없게 됐다”면서 “대피소 입주가 안된다고 하는데 빨리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 이재민 30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포항흥해실내체육관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데다 건물 곳곳에 난 금이 깊어지고 있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자원봉사자 B씨는 “체육관 측면에 보면 금이 간 곳이 많다”면서 “규모가 큰 지진이 오고 있는 만큼,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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