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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은 어떻게 1심을 무력화 시켰나?



법조

    이재용 2심은 어떻게 1심을 무력화 시켰나?

    安 수첩의 '증명력'…이재용 국정농단 '부역자'서 '피해자'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에 따라 국정농단에 희생된 '피해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이 부회장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며 국정농단의 '부역자'라고 판단한 1심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걸까.

    엇갈린 판단의 시작은 안종범 수첩의 증거 인정 여부다. 안종범 수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 과정에서 '뒷거래'를 한 유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할지 법리적으로 판단하며 똑같은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지만,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상반된 결론을 내린 두 재판부가 똑같이 참고한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다.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과 관계에서 정해지는데,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나,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대법원 2012년 7월 26일 선고 2012도2937)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했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년 6월 13일 선고 2012도 16001)

    즉 전문증거(傳聞證據)인 안종범 수첩이 증거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지시한 내용이 수첩에 기재돼 있는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증인출석을 요구하는 구인영장이 수차례 발부됐지만 질병 등을 이유로 법정에 불출석하며 사법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고, 이 부회장 재판 1심과 2심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더라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탓에 재판부는 다른 증거를 기반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했다.

    결국 재판부로서는 안 전 경제수석이 법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면담을 한 그날 대화 내용을 불러줘서 수첩에 적었다"는 취지로 말한 증언을 토대로 수첩을 증거로 인정할지 판단해야 했다.

    이에 따라 1심은 안 전 수석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 이후 대화내용을 수첩에 적은 사실만 증거로 인정했다.

    안종범 수첩만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부당거래를 통해 부정한 청탁과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는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출한 다른 증거를 모두 살펴본 뒤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과 같이 안종범 수첩의 기재만 증거로 인정하더라도 두 사람이 부정청탁과 대가를 주고받은 게 사실로 인정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봤다. 안종범 수첩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기록한 전문증거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형사소송법 308조에 따라 증거의 증명력은 판사의 자유판단에 따른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됐을 때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이 같은 판사의 판단이 직접증거뿐만 아니라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간접증거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2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들에 대한 승마지원 내용을 보고받았다. 청와대에서 국정을 농단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이 부회장은 36억원의 뇌물을 상납했다.

    당장 이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2심의 판단을 '면죄부'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향후 대법원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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