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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IP 리스트' 작성이 관행이라구요?



금융/증시

    은행 'VIP 리스트' 작성이 관행이라구요?

    금감원·취준생 "명백한 비리이자 적폐"

    (사진=자료사진)

     

    은행들이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금융권의 공공연한 '관행'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특혜 채용 명단,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 폐기한 점을 미뤄볼 때, 용인할 만한 관행을 넘어선 명백한 비리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관행이라고 말하는 은행권 자체가 '적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 "은행들 VIP 리스트, 공공연한 관행이자 사실…이왕이면 다홍치마?!"

    우리은행의 2015~2017년 VIP 리스트가 드러난데 이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채용 과정에서 VIP 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러한 채용은 민간 금융회사의 재량권 영역에 있고, 금융권의 '관행'이라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은행에 도움되는 인재를 뽑고 싶은 게 은행의 입장"이라면서 "은행도 회사인데 당연한 것이고 그게 관행이었다. 금융권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나 금융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출신 지원자 우대 논란'에 대해 은행이 입점한 학교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은행의 영업에 도움이 되는 학교 출신 지원자이기 때문에 특혜를 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해명은 사실과도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연세대 출신 지원자는 입점 대학이 아닌데도 점수가 상향 조정됐고, 입점 대학인 명지대 출신은 점수 하향 조정으로 떨어졌다.

    ◇ 금감원 "관행은 사회적 용인 가능한 것, 자의적 점수 변경 납득 못해"

    실제 은행권 채용 비리를 조사한 금감원은 금융권의 '관행'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금감원의 입장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관행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번에 적발된 건들은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비리 정황이 크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경우, SKY 졸업자들의 합격을 위해 합격이 거의 확실한 비SKY 학생을 떨어뜨렸다"면서 "SKY 학생들만 뽑는다고 공고를 하지도 않고, 채용 절차에서 자의적으로 점수를 변경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원자 전원이 알 수 있는 공고나 절차에도 없는 '특별 전형'을 만들어 채용하고, 내부 사정에 따라 점수를 변형해 채용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했고 채용비리 정황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마디로 형평성이 위배됐다는 것.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공고에도 없는 '글로벌 전형'을 만들어 1차 면접에서 떨어진 지원자를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합격시켰다. 그러나 다른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지원자는 떨어졌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권이 관행이라고 말한다면, 떳떳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숨기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니 다 삭제하고 숨기고, 전산 전문가를 통해 적발해서 물어보니 그제서야 관행이라고 해명하는데 이게 관행인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하나 금융이 VIP리스트를 작성한 2016년도에는 하나은행 채용 인원이 90명 밖에 되지 않아, VIP리스트 55명이 모두 서류 전형에 합격한 것은 너무 과도한 게 아니였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에 금감원에 적발돼 검찰에 참고자료로 보내진 은행 이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은행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다. 블라인드 채용이 안됐다거나, 서류 보관 상태가 충분히 없다는 등의 사례다.

    다만, 다른 은행들은 '리스트'나 제보 등이 없어 특정이 안됐고 이에 따라 조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만 금감원에 적발된 게 정치적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이는 금감원 조사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채용 비리의 정황이 있다고 수사 당국에 통보를 한 것이고 이제 이에 대한 판단은 검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 분노와 허무함에 빠진 취준생들 "세상이 어느 땐데…"

    이에 대해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은 허무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은행권 입사를 목표로 하는 취준생 이모(29)씨는 "발품 팔아 채용 설명회를 다니면 뭐하냐"면서 "학벌 안되면 은행 지원 꿈도 꿀 수 없는데, 참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권 취준생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취준생은 "어느 때 관행인지 몰라도, 세상이 변했는데 관행 타령 하는 걸 보니 아직도 은행권 수준은 한참 멀어보인다"면서 "아니, 은행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취준생도 "학벌도 성실성을 보여주는 지표겠지만, 면접 점수가 저렇게 차이가 나는데 학벌로 뽑을 거면 면접은 왜 한건지, 사람 희망 고문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은행 문을 두드리는 사람으로서, 은행 채용 비리가 빈번하게 터질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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