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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화재가 밀양참사와 달랐던 이유



사건/사고

    세브란스병원 화재가 밀양참사와 달랐던 이유

    스프링클러·방화벽 정상작동…의료진 대처도 빛났다

    3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화재 현장. 화재는 병원 3층 푸드코드에서 오전 7시 56분경 발생해 화재 발생 3시간여만에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건물 안에 있던 3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불이 났지만 다행히 환자 등 300여 명이 긴급대피하면서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 여드레 전 191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참사'와 대조된다.

    ◇ 화재 직후 일제히 물 뿜은 '스프링클러'

    소방당국과 병원 측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7시 57분쯤 병원 본관 3층 푸드코트 천장에서 시작돼 오른쪽 5번 게이트 천장 쪽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진화는 스프링클러(자동으로 물을 뿌려 불을 끄는 장치)의 공이 컸다. 화재 직후 화재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주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일제히 물을 뿜었던 것.

    1개 층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를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는 소방법을 준수했던 게 빛을 봤다.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은 바닥 면적이 8600㎡였다.

    병원 관계자는 "본관은 10년 전 처음 지을 때부터 스프링클러가 들어가도록 설계됐고 이후에도 꾸준히 점검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단 1기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닥 면적이 층별로 213~355㎡에 불과해 의무 설치 대상에도 빠져 있었다.

    화재 직후 일부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밀양참사 직후 의무적용 대상면적을 축소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화염·연기 차단한 '방화벽'

    3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난 화재로 소방대원들이 진화 후 화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불이나 연기가 번지지 않도록 미리 만들어 둔 방화벽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몫했다. 병원 측은 화재 직후 경보시스템이 곧바로 작동하면서 방화벽 2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고 밝혔다.

    덕분에 연결통로를 타고 이어지는 별관 어린이병원까지 화염이나 연기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옥상 입출입구와 비상용 엘리베이터도 정상 작동했다.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 1층 방화벽은 도면과 달리 사라진 상태였고 2층 이상은 방화벽은 물론 비상발전기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건물 내 통로를 타고 연기가 삽시간에 퍼졌고, 대부분의 환자는 이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나타났다.

    ◇ 매뉴얼에 따라 대피 유도한 의료진

    3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화재로 입원환자들이 다급히 피신해 모여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병원 측은 평소 훈련을 통해 숙지한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라 발화지점 쪽 병동 환자들을 신속히 반대쪽 병동으로 이동시켰다. 응급실에 있던 환자 31명은 상태에 따라 퇴원 조치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관계자는 "매년 서대문구청 지휘로 화재 대응 정기훈련을 벌여왔다"면서 "간호사들이 환자 대피를 유도한 건 그러한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VIP병동이 있는 20층의 경우 소음을 이유로 장치가 꺼져있던 터라 한때 대피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의료진이 직접 확인한 뒤 방송이 나오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오전 9시 12분 눈으로 보이는 큰 불길을 잡았다는 의미의 '초진'에 성공한 뒤 불씨가 모두 꺼진 사실을 파악하고서 9시 59분 '완진'을 선포했다.

    소방관 270명이 투입됐고, 80대에 달하는 소방차량도 긴급 출동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부인과 함께 이날 병원 옥상으로 대피했다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소방관과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100% 완전하게 대처했다"며 신속한 대응에 감사를 표시했다.

    밀양 세종병원에서도 당직 의사 민모(59) 씨의 경우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대피시키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 입원환자만 99명이 있었던 데 반해 의료진은 고작 12명이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 수가 부족하다 보니 갑작스런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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