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1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2012년 파업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내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수치스럽다", "근본적으로 공정방송을 최남수에게 기대할 수 없다", "잠깐 힘들고 고달픈 게 영원히 오욕 속에 사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다고 본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 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MBC, KBS 파업이 각각 지난해 11월 15일과 지난달 23일 끝났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억압됐던 언론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지금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YTN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이하 YTN지부)는 1일 오전 9시 36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내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목적은 '최남수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이다.
YTN지부는 최 사장이 △MB의 기만적 재산 환원과 4대강 사업을 칭송하는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 △몰상식한 성(性) 의식을 드러낸 것 △사장 선임의 조건이었던 노사 합의를 파기한 것 △합의 파기 후 노조 비난에 몰두한 것 등을 거론하며 "1월 31일까지 떠나지 않는다면 2월 1일자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널찍한 로비는 파업 참가자들과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찼다. 역대 파업 중 가장 높은 찬성률(79.57%)을 기록한 데 이어, 노조원들의 파업 참가율도 80.3%(장기휴직자 및 파업 필수인력 제외한 321명 중 262명 참가)로 압도적이었다. 취재부국장, 정치부장, 국제부장, 영상아카이브팀장, 마케팅팀장, 특파원 전원, 지국 구성원들까지 함께했다는 설명이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나 최남수 씨는 우리가 싸움을 하게 만들었다. 싸움을 좋아하진 않지만 싸움을 피하지도 말자"며 응원을 보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최남수라는 사람이 YTN 사장으로 선출된다고 했을 때 누군지 몰랐다.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뭘 했는지 저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길 때까지 싸우면 이길 수밖에 없다. 끝까지 흔들리지 마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우리는 더 나은 근로조건을 가질 자격이 있다. 좋은 조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더 열심히 취재하고 더 좋은 방송을 만들어 낼 자격이 있다"며 "적설(눈이 쌓이는) 기간은 길지만 해빙은 순식간이다. 순식간에 눈 녹듯이 자유언론에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YTN지부 율동패는 이날 '바위처럼'을 배경으로 공연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사진=김수정 기자)
지난달 30일 '노조 무력화 저지, 연봉제 차별철폐'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식을 연 뉴시스지부의 신정원 지부장은 최 사장이 전에 머물렀던 머니투데이 그룹을 비판하며 YTN지부를 독려했다.
신 지부장은 "최 사장이 머니투데이 계열사 MTN 사장을 지내다 와서 저는 그게 걱정이었다. 머투 그룹은 뉴시스를 좌지우지했고 사내 민주화 후퇴, 편집권 침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강성 노조원 부당전보, 연봉제 강행, 임단협 해태를 통한 노조 분열… 최남수가 이런 행태를 YTN에 또 적용하려고 한다면 그걸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사노조협의회 윤창현 의장(SBS본부장)은 "YTN은 가장 먼저 언론장악이 시작된 곳이고, 거기서 주저함 없이 싸운 게 여러분들이었다"며 "신뢰가 밥줄이 되는 세상이다. 명분으로서의 공정방송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가 됐다. 최남수를 받아들이면 어느 순간 여러분들의 밥줄 끈이 얇아질 수도 있다. 결론은 나 있지만 끝장은 하루라도 일찍 내자"고 말했다.
신문통신노조협의회 한대광 의장(경향신문지부장)은 "지금 YTN의 싸움은 YTN만의 싸움이 아니다. 국제신문, 뉴시스 등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이 30년 전 선배들이 만들었던 언론 민주화를 완성시키는 싸움에 앞장서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언론 민주화를 완성하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해직자 신분이었기에 2009년, 2012년 파업에 참여하지 못해 이번이 처음인 조승호 기자는 "언론사 입사한 지는 27년차인데 파업은 오늘이 처음이다. 설렌다"며 "파업 새내기로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2년 YTN지부 파업을 이끌었던 김종욱 기자는 "파업은 (노동자로서)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굉장히 엄중하지만, 스스로 즐기지 않으면 절대로 파업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 즐기고 주인공이 되어야 우리가 승리자가 될 수 있다"며 파업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박진수 YTN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올해 YTN지부 파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박진수 지부장은 "우리는 이제 그만 끝내려고 한다. 파업이라는 단어가 회한과 통한의 단어가 아니라 기쁨의 단어가 되길 바란다"면서 "구체제의 부당한 과거를 끝내려고 한다. 개혁과 혁신의 출발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언론사 사장이 왔을 때 그 언론사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10년 동안 여러분과 제가 똑똑히 목도했다. 최남수가 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민주주의 절차 때문에 용인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도 민주적 절차로 뽑혔으나 부적격했기에 국민은 탄핵으로 심판했다. 이 파업이 YTN 다시 세우고 보도국 독립을 이루고 정상화 깃발을 드는 그런 파업이 되도록 여러분과 제가 같이 가겠다. 이제 그만 끝냅시다."
YTN지부는 사옥 앞 나무에 '내가 YTN이다'라고 쓰인 파란 손수건을 묶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이날 출정식을 마쳤다. 1일 오후 1시 40분 현재는 사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시민들에게 파업의 이유와 목적을 알리는 활동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날 나연수 앵커는 출정식 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박진수 지부장은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한 바 있다.
한편, YTN 사측은 파업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노동기본권 존중과 별개로 이번 파업을 정당하게 보진 않는다. 임금협상 결렬을 파업으로 가는 수단으로 삼으면서 사장 퇴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너무나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YTN은 이번 파업으로 △방송경쟁력 저하 △경영 타격 △조직 분열 및 일터 문화 악화 등이 우려된다며 "뜻을 달리하는 구성원들의 일할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전했다. 이어, "회사는 언제든지 노조와 만나 모든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TN지부 노조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로비 밖에서 '내가 YTN이다'라고 쓰인 파란 손수건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후, 노조원들은 나무에 손수건을 매다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