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종로 화재여관 장기투숙객, 대부분 일용직 저임금 노동자"



사건/사고

    "종로 화재여관 장기투숙객, 대부분 일용직 저임금 노동자"

    주민들 "사상자 대부분은 장기투숙, 술 먹고 쓰러져 자고…"

    20일 오전 3시께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 건물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일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5명이 숨진 서울 종로 여관에 묵던 장기투숙객들은 대부분 일용직 저임금 노동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3시쯤 불이 나 1시간 만에 꺼졌던 종로구 종로5가의 여관은 3층 규모로, 과거에는 '여인숙'이라고 불리다 간판을 바꿔 단 소규모 숙박시설이었다.

    도심 주변이지만 복닥복닥한 골목길 귀퉁이에 있었고 3m가량 폭의 좁은 샛길을 통해야만 진입할 수 있었다. 임시건물 형태로 덧올려진 3층의 경우 화재로 철제 외벽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져 허름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평소 이 여관을 찾는 투숙객 대부분은 보통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머무는 장기투숙객이었다. 이날 사상을 당한 남녀 9명 가운데 상당수도 장기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직후 소화기를 들고 직접 불을 끄려 했던, 맞은편 여관 주인은 이 여관에 대해 "돈이 없고, 그날 버는 어려운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그런 사람들이 장기로 투숙한다"라고 소개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겨우 빠져나왔으나 안면에 1도 화상을 입고 상당한 양의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진 박모(58) 씨도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4~5년 전부터 이 여관에 매월 30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4평쯤 되는 좁은 방에 홀로 장기간 체류해 왔다. 청계천 근처 조그마한 봉제공장에서 40년 이상 양복을 꿰매고 있지만, 일용직인 탓에 일이 적을 땐 한 달에 100만 원쯤 버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인근 주민이기도 한 김모 씨 등 6명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박 씨는 미혼에 가족도 없는 하루살이 인생이었다"며 "일 하고 나면 술 먹고 쓰러져 자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 직전인 전날에도 오후 11시까지 박 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했다.

    20일 오전 3시께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 건물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 씨는 이어 "이 여관 투숙객들은 대부분 그런 하루살이 같은 사람들"이라며 "이 동네를 잘 아는 사람들이 가지,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안 간다"고 덧붙였다.

    앞서 만취 상태였던 유모(52) 씨는 여관 투숙을 거부당하자 주인과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0ℓ를 사와 불을 질렀다.

    경찰은 "내가 불을 질렀다"며 112에 신고했던 유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