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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 작가 "까칠남녀 하차 통보,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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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선 작가 "까칠남녀 하차 통보,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

    [노컷 인터뷰]

    EBS '까칠남녀'에서 하차 통보를 받은 은하선 작가 (사진=은하선 작가 페이스북, '까칠남녀' 캡처)

     

    내달 19일 종영 예정인 EBS 젠더토크쇼 '까칠남녀'가 녹화 2회분을 남기고 첫 회부터 현재까지 출연해 온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 작가에게 일방 하차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EBS 측은 1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은하선 씨가 (앞으로 녹화가 예정된) 2회분에서 하차하기로 결정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종영을 앞두고 갑작스런 하차 통보가 나온 이유를 묻자 "EBS 출연진으로서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담당 부장과 회사 측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까칠남녀' 초창기 멤버로 현재까지 10개월 가까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은하선 작가의 결격사유가 왜 최근에서야 문제가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까칠남녀' 제작진 역시 같은 날 통화에서 "어제(13일) 은 작가를 만나 회사의 결정으로 하차 통보를 하게 됐다고 전달했다"면서 "굉장히 속상하고 아쉽다"는 뜻을 전했다.

    '까칠남녀'는 최근 일부 개신교 세력과 보수 학부모 단체의 공격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 날 2부작으로 나간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을 원색 비난하며 EBS에 항의방문하고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은 작가는 "처음에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묶어 부르는 말) 방송을 문제 삼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패널 가운데 유일하게 LGBT로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한 저를 하차시키고 가는 것은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이자 정치적 탄압이라고 생각해 공론화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은 작가는 무엇보다 특정 세력의 반대와 항의가 고정 패널 하차 등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성공하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집회가 영향력을 행사해 실제로 제가 하차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먹힌다는 걸 알고 한 것이 싫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은 작가는 14일 SNS에 글을 올려 "자위 관련 방송에서 하지 않은 말들을 왜곡해서 저를 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옮기는 분들에 대해서도 법적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음은 은 작가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EBS '까칠남녀'는 지난달 25일, 지난 1일 성소수자 특집을 2부작으로 방송했다. (사진='까칠남녀' 캡처)

     

    ▶ '까칠남녀' 하차 통보는 언제 받은 것인가.

    마지막 녹화가 돌아오는 수요일로 잡혀 있었는데 어제(13일) 제작진이 만나자고 해서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됐다. 윗선에서 저를 하차시키기를 원한다고 했다. (방송이) 2회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 (돌연 하차 통보가) 제작진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가 계속돼서 전 직원들이 출퇴근에 곤란을 겪고 있고, 제작진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 일부 개신교 세력과 보수 학부모 단체들이 EBS 사옥 앞과 로비에서 집회를 벌였다. 출연진 가운데 특히 은 작가가 타깃이 됐다.

    시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켓에 있는 사진 90% 이상이 다 저다. 은하선 작가 하차하라는 거다. 어떻게 아이들이 다 볼 수 있는 양성애자인 섹스 칼럼니스트가 방송에 나올 수 있느냐고 한다. 처음에는 (공격의 대상이) LGBT 방송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실제로 하지 않은 말까지 동원되고 있다.

    저는 매일 자위를 한다고만 말했는데(* 2017년 5월 8일 '나 혼자 한다' 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조치 이후 EBS에서 다시보기가 내려가 있는 상황) 오이, 참외를 가지고 자위를 했다느니 하면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더라. 섹스 칼럼니스트이니까 음란하고, 양성애자이니까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섹스하는 여성이라고 하면서 이제 참외로 자위하는 여자로 (이미지를) 가져갔고, 그게 너무 먹혔던 것이다. 이와 관련된 민원이 많이 들어와 (회사로서도) 견디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었다.

    ▶ 이번 일을 공론화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간 LGBT 관련 내용이 방송되면 다시보기를 막는다든지, '세바시'에서도 영상을 내렸다 다시 올린 적이 있었다.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지난해 11월 강동희 씨의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강연을 온라인 비공개 처리했다가 이틀 만에 재공개한 바 있다) '까칠남녀'에서는 문제없이 (성소수자 특집) 2부작 방송이 나갔고, 지금도 방송이 되고 있다. 다만 저를 제물로 바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제가 여기서 공론화를 시킨다고 해도 '까칠남녀'는 곧 끝나기 때문에 (방송에) 돌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사태가) 지금 방송에서 LGBT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주고, 그 많은 패널 중 유일하게 LGBT로 커밍아웃한 저를 하차시키고 가는 것이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이자 정치적 탄압이란 생각이 들어서 말하기로 결심했다.

    ▶ 지난해 3월 27일 첫 방송에서부터 쭉 출연해 온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돼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진행자인) 박미선 선생님을 제외하면 1회부터 남아 있는 패널이 저 혼자다. 대부분 격주로 나오는 분들이었다. 며칠 전에도 다른 제작진에게 1회부터 끝까지 남아줘서 너무 고맙다는 메시지까지 받았는데, 이런 결정이 나 버린 것이다. 수요일 (녹화 예정인) 방송도 사전 인터뷰를 다 한 상황이었다. 보통 '까칠남녀'는 인터뷰를 한 다음에 그걸 바탕으로 대본이 쓰여진다. 길면 2~3시간을 하기도 한다.

    저는 페미니스트로서, 활동가로서 제가 이 프로그램에 쏟고 있는 애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끝내고 저를 하차시킬까 하고 걱정했던 그 시기가 딱 LGBT 방송이 끝났을 때와 맞물려 있다는 것에서 이걸 지나치기는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하면서 제작진과 사이가 굉장히 좋았다. 방송 외적으로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1년 동안 많은 걸 배웠다. 되게 좋은 방송이었던 건 맞다, 제 입장에서. 그러나 '까칠남녀'가 호모포비아(성소수자 혐오자)나 기독교 세력으로부터 받았던 공격들을 저 하나로 막으려고 하는 것, 하나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안일하지 않나. LGBT 패널은 자르되, LGBT 방송은 했다는 성과에만 안주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까칠남녀'를 반대 세력과 일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은 작가를 계속 비난하고 있는데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나.

    조선일보에서는 전면광고를 며칠씩 했다. 전면광고 첫 줄이 '음란기구 파는 패널 앉힌 EBS'였다. 어떻게 저런 섹스 도구를 파는 사람이 TV에 나올 수 있느냐는 이야기로 가져가는 것도 너무 황당하다. (이번 일은) 정말 여성혐오와 성소수자 혐오가 섞여 있다. 좀 많이 황당하다. 집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아,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그 집회가 이렇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실제로 제가 하차하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먹힌다는 걸 알고 한 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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