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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르포] "지방선거? 이제 당 보고 안 헙니다"



국회/정당

    [대구 르포] "지방선거? 이제 당 보고 안 헙니다"

    • 2018-01-09 06:00

    "내가 한국당 골수분자였는데…"

    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사진= 강혜인 기자)

     

    대구.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불복 집회가 대규모로 열리는 곳이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오랫동안 대구에서 정치하는 것을 꿈꿨다"며 자신의 마지막 정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한 곳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70%를 웃돌아도 "그래도 대구는..." 하는 믿음이 굳건한 곳이기도 하다.

    "아이고, 대구 사람들이 다 바보가 아이야!"

    그러나 목소리 걸걸한 한 상인 아주머니의 외침처럼, 탄핵을 겪은 대구에서는 일종의 혼란이 감지됐다. 문재인 정부를 '빨갱이 정부'라고 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은 싫다"거나, "호남도 좋다"며 국민의당을 지지하려고 한다는 목소리까지. 보수 텃밭이라는 대구도, 상인 아주머니의 말마따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 서문 시장에서 벌어진 대화

    "거, 말이라고 하나 그거를"

    상인 남모(67)씨가 오모(61) 씨의 말에 격하게 동조했다. 오 씨는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해 "그거는 보수하고 관계가 없는 거여!"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도 대구인데, 민주당 후보도 괜찮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책이야, 정책. 정책만 똑바로 하면 민주당한테도 맽기고. 한국당이 아녀. 사람이 중요해, 사람이"

    그러나 대뜸 남 씨는 "여 사람들은 박근혜 불쌍해가지고, 싫다 해도 다 자유한국당 찍어준다"며 성을 냈다. "그거는 아이다." 오 씨의 말에 남 씨는 "아이, 그런 사람 많다. 저 위에 할매들 봤나. (내는) 자유한국당 꼬라지 보기 싫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남 씨가 바라보고 있는 대구는 현재 '세대 교체' 중이다. 7~80대 노인이 많은 서문 시장에서 남 씨는 그래도 젊은 축에 속한다. "보수가 너무 몬하이." 남 씨는 보수가 분열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단지 보수가 "못할 뿐"이라며 "보수가 콱콱 밀고 나가는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홍준표 대표가 잘 밀고나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공모한 사실도 전했다. 남 씨의 반응은, "아이고, 택도 없는 소리." 그는 "그렇게 인기 없어요 홍준표. 갑자기 툭 티나왔는데. 서문시장에도 그카는 (응원하는) 할매들도 있는가 하면 나는 아니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감히 보수 텃밭에서 김부겸이 득표하는 거 봐라"

    영남일보와 대구CBS가 지난달 25일~27일 사흘간 대구 시민 8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결과, 대구시장 적합도에서 김부겸 장관이 41.5%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당 소속 권영진 현 시장은 17.5%를 기록했다. 김 장관이 권 현 시장을 더블포인트 이상으로 압도한 것이다.

    홍 대표는 대구에서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외쳤다. 그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이번 지방선거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선거"라고 했다. 홍 대표는 "대구는 저들에게 뺏겨서도 안 되고 넘겨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에게 "대구가 보수를 지켜야한다"는 외침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 듯 보였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이들이었다. 누구보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돌아온 건 없었다.

    "박근혜 정치가 대구를 뭐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좀 잘 했으면 좋았겠는데. 우리 너무 장사 힘들어" 조모(56) 씨가 앓는 소리를 했다. "(대구가) 달라졌다고 볼 수도 안 있겠나? 대구가 너무 그래 어렵고...김부겸이 잘 하지 않겠나." 실망한 조 씨는 민주당에 기대했다.

    조 씨의 말을 건너편에서 듣고 있던 이모(62) 씨가 인터뷰에 동참했다. "박근혜 뭐, 뭐 서명 운동 뭐 하는 거 싫거든. 어쨌거나 지 책임인 거라. 뭐, 동아쇼핑 앞에서 영감 할머이 천 만 서명운동 하는 것도 내 싫어. 벌 받아야 돼."

    "그니까 대구 사람들은 다 박근혜 편이라고 생각하는 그게 아이라니까? 김부겸이 득표 받았는 거 봐봐. 감히 보수 텃밭에서 김부겸이 그만한 입지 갖췄다는 거 자체가 괜찮지 않나?" 이 씨가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8일 오전 전국 신년하례회 첫 순서로 대구를 방문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강혜인 기자)

     

    ◇ "안 그래도 내 국민의당을 지지할까..."

    자신을 '과거 한나라당 골수 분자'라고 표현한 한 남성을 만났다. 허모(64) 씨는 평생을 대구에서 살면서 한때 한나라당의 당원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바뀌었다고 했다.

    "홍 대표가 오늘 대구에 왔어요. 지방선거 이기자고"

    "대구 지방선거? 내 이제 당 보고 안 헙니다. 이젠 인물 보고 헙니다. 민주당이 가져갈 수도 있지. 옛날에는 민주당에서 사람을 약한 사람, 힘 없는 사람들을 내놨잖아. 힘 있는 사람을 내놓으면 충분히 되고도 남아. 김부겸이? 오케이."

    허 씨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통합 신당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수가 호남에도 손을 뻗느냐 하는 문제는, 그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유승민이 보고 배신자다 안 합니다. 배신자가 왜 됐냐, 옳은 소리 해서 그랍니다. 국민의당이 호남 당이다? 상관 없습니다. 이제 그런 거 없어야 돼. (통합은) 지역 감정도 없애고 참 좋아요. 안 그래도 국민의당을 지지할까 그래 생각합니다."

    또 다른 시민 김모(70) 씨도 같은 말을 했다. "통합을 해야 뭐든지 정치를 안 하겠어요. 내가 볼 때 그거를 (호남) 빨리 허물어야 돼. 호남도 우리 국민이고 경상도도 우리 국민이고. 전라도니 경상도니 할 거 없잖아. 허물어야 돼."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 손모(60) 씨는 "유승민은 솔직한 말로 좀 애매한 거 같다"고 했다. 보수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치하는 분들 혼자서 주관 너무 뚜렷해도 좋은 일이 아니야. 안철수랑 통합한다고 하니까 또...아직 대구에서 유승민을 배신자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한편 홍 대표는 이날 대구·경북 방문을 마친 뒤 곧장 서울로 올라가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다. 홍 대표는 "과거 지지율이 대부분 회복됐다고 느낀다. 오늘 가보니까 대구·경북은 이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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