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왼쪽부터 지난해 12월 9일, 올해 1월 2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아랫줄 왼쪽부터 지난해 12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12월 9일 [전자담뱃값 인상 마무리…금연 예산 제자리?]12월 26일 [제천 화재, 긴박했던 상황…'우왕좌왕' CCTV 영상 공개]12월 26일 ["MB, 다스 미국 법인 왔었다"…퇴임 후 방문]1월 2일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 4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사례다. 보도·편성으로 나뉘는 민실위는 MBC 모든 프로그램의 공정성 감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노조 내부 기구다.
지난해 72일간 파업을 벌였던 MBC에서 파업 전후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 바로 '문화방송 재건'이었다.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잠시 간판까지 내리고 재정비에 들어갔고, 지난달 26일 '뉴스데스크'의 새 출발을 알렸다. 그동안 잘못 보도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꼭지를 별도로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날에도 논란이 된 리포트가 나왔다. 제천 화재 대참사 당시 영상을 전하면서 소방관에게 직접 취재하지 않고 구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보도했기 때문이다. 보도 3일 후 소방관의 입장을 전하면서 반론보도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5일 후 비로소 정식 사과했다.
거기다 지난 2일에는 자사 인턴기자 출신 A 씨를 '시민 인터뷰'로 보도해 이튿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민실위는 최근 불거진 여러 가지 잡음에 대해 "타성과 관행이 낳은 사고"라며 "다시는 권력에 굴종하는 언론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불과 며칠 사이 뉴스 제작의 기본과 기초를 망각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민실위는 MBC 뉴미디어뉴스팀 인턴기자 A 씨, 해당 리포트를 전한 남형석 기자의 지인 B 씨 등 지인을 활용한 인터뷰로 뭇매를 맞았던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뿐 아니라 다른 리포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9일 [전자담뱃세도 인상 금연 예산은 제자리] 리포트에서는 전자담배를 사서 피울 장점이 없다고 말하는 인터뷰가 나갔다. 이때 인터뷰이 역시 MBC 직원이었다.
민실위는 "여론 왜곡 우려가 있는 보도 행태이고,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한 사과는 부족했다며 "표피만을 짚었을 뿐이다. MBC뉴스의 위기와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분석했다.
민실위는 "과학적이라는 여론조사조차 한계가 분명한데 시민 인터뷰는 어떨까"라며 "시민 인터뷰는 뉴스에 유권자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실위는 이번 인터뷰 논란에 대해 "리포트의 구색을 위해 반사적이고 습관적으로 방송용 인터뷰를 하는 관행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리포트를 매끄럽게 전개하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고민 없이 사용하는 인터뷰는 언제든 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한 충분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31일,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나간 사과방송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민실위는 [제천 화재, 긴박했던 상황…'우왕좌왕' CCTV 영상 공개](12월 26일) 리포트에 대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왜 우리는 취재하지 않았는가'"라며 "새 그림을 확보하면 기사가 된다는 보도국에 자리잡아버린 낡은 타성과 속보 관행이 만들어 낸 사고"라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탄탄한 취재가 뒷받침되지 않은 '그림'은, 그 자체로 의미 없는 정보일 뿐이다. 기자의 역할은 그 정보 더미 속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제는 이 질문에 질문을 던질 때이다. '그림 좋아?'라는 질문은 과연 정당한가"라고 물었다.
같은 날 보도된 ["MB, 다스 미국 법인 왔었다"]는 반론 없는 기사 사례로 꼽혔다. MBC본부는 미국 현지 제보를 바탕으로 쓴 이 기사에서 정작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론이 없다는 것을 문제제기했다.
민실위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수집됐다면, 정말 다스를 방문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을 취재하는 절차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와야 했다. 논박을 하거나 해명에 대한 반대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진실에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실위는 취재 담당기자는 물론 데스킹에 참여한 데스크, 부장도 이 전 대통령 취재 절차를 누락한 것을 확인했다며 "행적 파악에 집중한 나머지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뼈아픈 부분"이라고 자성했다.
민실위는 "위 사건들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문제가 모두 외부에서 지적됐다는 점이다. 기사를 담당한 일선 기자부터 간부와 보도 책임자까지 '이 기사 좀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미처 품지 못하고 있었다"며 "어떤 관행과 단절해야 하는지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세운 채 성급히 나선 것은 아닌지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실위는 새로 시작한 '뉴스데스크'에 문제가 있었던 다른 사례를 다음 보고서에서 추가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MBC본부는 보도국장, 보도제작국장, 뉴미디어뉴스국장, 스포츠국장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로 정책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