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지역 후보로 거론되는 김영춘 현 해양수산부 장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수 의원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지지율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전통적인 보수의 텃밭 가운데 한 곳이던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승리라는 새 역사를 쓸까?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PK 지역이 수도권 못지않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과 경남에서 지난 2010년 당시 김두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된 이후 단 한 번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두 지역 모두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특히 경남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로서는 자신이 지사로 있던 지역을 빼앗길 수도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동시 당선이라는 대망을 이루기 위한 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후보를 낼 경우 안철수 대표가 부산시장에 나올 지도 관전 포인트다.
◇ 민주당서 첫 부산시장 탄생할까민주당에서는 부산시장 후보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영춘 현 해수부 장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거론된다. 현재로서는 여론조사 결과 오 전 장관이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한국당 후보로는 서병수 현 부산시장과 당초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거론됐었다. 그러나 장 총장은 SNS를 통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홍 대표는 "다른 복안, 즉 플랜 B, C가 있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서 시장과 홍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종혁 전 최고위원 등이 살아있는 카드다.
여론조사로는 한국당이 열세다.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국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부산시민 808명 대상·표본오차 95%·신뢰수준 ±3.4%p)를 보면, 서병수 시장과 민주당 김영춘 장관의 양자 구도일 경우 지지도는 김 장관이 52.9%, 서 시장이 28.5%로 조사됐다.
최근 복당 신청서를 낸 오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서병수 시장과 양자 대결을 펼칠 경우에도 오 전 장관(55.9%)이 서 시장( 27.5%)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호철 전 수석과 서 시장이 붙어도 이 전 수석이 크게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이 어느 후보를 내세워도 서병수 시장을 이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서는 서병수 시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감도 있다. 이 때문에 홍 대표 측은 앞서 장 총장과 함께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부산시장 후보로 다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 연말 최고위원직을 내던진 이종혁 전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아직 낮은 상태다.
◇ 洪, 경남지사 자리 지킬까…울산에서는 자신감 보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경남도 격전지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수도권과 함께 부산, 경남까지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대표는 자신 지키고 있던 경남지사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세 가운데 한 명으로 통하는 김경수(초선·경남 김해을) 의원 차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나온 여론조사로는 한국당을 꺾을 수 있는 필승카드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민홍철(재선·경남 김해갑) 의원 등도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한국당의 대항마로는 박완수(초선·경남 창원의창) 의원이 유력하다. 이주영(5선·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도 언급되고 있지만 전략 공천을 선언한 홍준표 대표가 공천을 줄 지는 의문이다. 이 밖에 정의당 후보로 노회찬 의원도 거론된다.
부산일보가 지난달 26일~27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경남지역 유권자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 김경수 35.7%, 노회찬 18.4%, 이주영 18.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상대적으로 한국당이 안심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지역 출신으로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시장 직무를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현 현 시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서는 송철호 변호사가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 "PK 사수 못하면 한국당은 TK당으로 전락"
전문가들은 부산·경남 선거 결과가 한국당의 TK당(대구·경북당) 전락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민주당이 부산·경남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할 경우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날개를 달게 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고공 지지율을 이어가느냐가 변수"라면서 "만약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부산·경남 권은 민주당이 싹쓸이 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당은 대구·경북지역에 고립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부·울·경 지역에서 민주당이 여론조사 상 고지를 점하고 있는 데 대해 "(보수 정당에 대한) 숨은 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샤이 보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한국당 지지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지도 차이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지방선거까지는 5~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도가 유지될지는 모르겠다"며 현재가 정권 초기라는 점, 탄핵 후유증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데다가 구 여권 세력에 대한 지지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