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여성아동범죄 전담 검사 역 맡은 후 정려원이 배운 것들



방송

    여성아동범죄 전담 검사 역 맡은 후 정려원이 배운 것들

    [노컷 인터뷰] '마녀의 법정' 마이듬 역 배우 정려원 ①

    지난달 28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 역을 맡은 배우 정려원 (사진=키이스트 제공)

     

    지난 10월 9일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려원이 이끌어가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단한 출세욕과 야망을 갖고 있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상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데에도 거리낌 없는,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검사 '마이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정려원이었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남에게 트집 잡힐 일이라고는 하나도 안 할 것 같은 철두철미한 전문직 역을 맡는다는 소리에 '될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뒤따라왔다. 드라마 초반엔 발음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려원은 이내 자신이 해석하고 표현하는 마이듬으로서 극중에서 '뛰어놀았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려원의 '마녀의 법정'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몇 달 동안 일이든 사랑이든 '직진'만 했던 마이듬으로 살았던 그는, 드라마가 끝난지 2주가 지났음에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드라마 방송 전 마이듬을 "불같은 성격, 논리적, 이성적, 목표가 뚜렷한, 제가 봐도 멋진,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말한 인터뷰를 봤다. 드라마를 하면서 새로 발견한 마이듬의 매력이 있나.

    이듬이는 좀 주체적이다. 저는 어쨌든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하는 스타일이 잘 못 되어요. 집에서 분석을 하지. 말싸움을 한다 치면 이 친구(마이듬)는 말을 하면서도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려고 하잖아요. 저는 원하는 대답이 있어도 끌어내지 못한다. 문자로 길게 얘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보내는 성격인데, 이듬이 같은 경우는 굉장히 바로바로, 파워포인트 식으로 얘기하지 않나. 삼천포로 안 빠지고. 논리적이고 관찰력 좋은 것, 두뇌회전이 되게 빠른 것, 잔머리 엄청 쓰는 것, 상대방 뒤통수 치고… (웃음) 물론 뒤통수 치는 게 부럽지는 않지만 그런 에너지나 넉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이른바 '사이다' 캐릭터였다.

    대본을 읽을 때마다 사이다(답답했던 이야기 전개를 시원하게 푸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내면서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주어지면 대본으로 해결되는 느낌이 들어 저도 시원했다. 시청자 분들도 오롯이 느끼신 것 같아 좋았고.

    ▶ 하지만 마이듬이 사건을 영리하게 풀어나가며 승소와 출세만을 바라보는 캐릭터 특성이라고 해도 성소수자 아웃팅을 하는 장면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시청자 분들이 분명히 이걸 가지고 많이 토론을 하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런 캐릭터가 없었지 않나. (기존 드라마의) 캐릭터 대부분이 이렇게 하기를 꺼려한다. 그런데 이듬이는 내가 관종(관심종자)이 되더라도 일단 승소하고 엄마를 찾는 것이 1순위인 애였다. 목표가 굉장히 뚜렷한. (그 장면 후)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걸 알고 있다. '저런 악녀 같으니라고!' 실제로 이듬이의 가장 악한 부분,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인 걸 너무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봤다. 더구나, 악녀, 마녀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될까.

    정려원이 맡은 마이듬은 능력 있고 매우 목표지향적이며 이기적인 구석도 지닌 독종 검사였다. (사진=아이윌미디어 제공)

     

    ▶ 그래도 마이듬이 '목적지향적'인 데에 갇히지 않고 차차 성장하는 방향으로 흘러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완급 조절을 잘해 주셨다. (마이듬은) '너희 입장 잘 모르겠고 일단 난 이게 중요하다'는 식인데, (극중에서) 바로 피해자가 되어서 꺾이지 않나. 그러면서도 저는 얘만의 당당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입장에 처한 아픔은 있지만 용수철 같이 다시 컴백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마이듬이라는 캐릭터를) 익숙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피해자가 되어서) 쭈구리로 있을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다음회에 아무렇지 않은 척 털어놓고 나오지 않나.

    ▶ 초반에는 검사 역할을 준수하게 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다. 특별히 어떤 점에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제가 말투가 좀 자분자분한 편이다. 근데 여기선 취조해서 자백을 받아야 해서 피치를 좀 더 높여야 했다. 원래 일상생활에선 말끝을 흐리는 경향이 있다. (평소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니 어미가 떨어지니까 힘이 빠지는 느낌이더라. 대사는 폭발력이 있는데 전달하는 게 떨어져서 계속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배역을) 실생활에서 연결시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 방송 초반에 발음 지적이 나왔을 때 어땠나.

    '아, 더 열심히 해야되겠구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구나' 했다. 근데 (드라마)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아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지적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찍어내면서 굳히기 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 역할에 대한 확신을 갖는 수밖에 없었다.

    ▶ 여성·아동 대상 범죄 전담부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나오는 사건이 보기 힘든 것들이 많았다.

    보통 사람들은 누가 몰카를 설치하고 간다고 생각 못하지 않나. (재판장에서) 선고 내리면서 제 뒤로 샤워 장면이랑 제가 옷을 벗고 있는 장면이 나가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있는데 엄청 기분이 수치스럽더라, 이상하고. 너무 화가 났지만 매번 화풀이를 할 순 없지 않나. 늘 사건의 본질을 빨리 파악해야 되는 입장이라서 현민이가 그런 감정에 더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저는 감정이 들어가면 캐릭터가 망가지니까.

    (사진='마녀의 법정' 캡처)

     

    ▶ 후반부에는 엄마 찾기 에피소드가 본격화되면서 감정씬도 많았는데.

    감정 널뛰기는 일상이었다. (웃음) 계속 진지한 것 하다가 코미디하고 울었다가… 감독님께 '저는 감정이 몇 번 바뀌나요?' 한 적도 있다. 멋있었던 앤데 왜 이렇게 웃기고 있지 싶었다. (* 이 부분을 말할 때 정려원은 웃으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엄마가 호주에 계셔서 떨어져 살다 보니 항상 엄마가 보고 싶고 제게 엄마라는 단어도 특별하다. 4부 엔딩에서 '엄마'라고 해 봤더니 힘이 다 빠진 소리가 나오더라. 처음엔 쪽팔렸는데 나중엔 이게 되게 솔직한 감정이겠구나 생각했다. 누가 본다고 생각 않고 말하니까. 집에 있을 땐 목소리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 없는 것 아닌가.

    (엄마 역이었던) 이일화 선배님은 모두를 다 울리겠다는 그 눈빛이 있다. 순간 몰입하시는 게 진짜 뛰어나셔서, 제가 로딩을 할 필요가 없었다. 보기만 해도… 재판장에서 엄마가 보이는데 너무 무겁고 먹먹한 마음을 누르면서 말했다. 선배님은 남한테 (감정을) 주시는 게 굉장히 강렬하다. 조용하신데도 파워풀하다.

    ▶ 극 중심에서 자신의 욕망을 선명히 드러내고 돌진하는 역은 보통 남성이, 이를 보완하는 침착하고 따뜻한 역은 여성이 맡았는데 '마녀의 법정'은 딱 정반대였다.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제 비중은 60~70% 정도고 쭉 줄지 않을 거라고. 이듬이가 아무래도 더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고 여진욱 검사가 더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라고. 1, 2부는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근데 작가님도 (이 흐름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모든 엔딩이 이듬이로 끝났다. 이듬이랑 진욱이가 같이 걸려도 되는데 매번 단독으로. 그래서 좀 눈치가 보이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본인(윤현민 분) 입장에선 엔딩을 자기가 하고 싶을 수도 있지 않나. 근데 현민이는 그런 티를 한 번도 안 냈다. (제 엔딩에도) '저는 이거 너무 좋아요!'라고 했다.

    현민이가 여진욱 검사와 성격이 비슷하다. 언성도 절대 높이지 않고 배려심도 많고 매너도 진짜 좋다. 천성이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모날 데가 있을 법도 한데 하나도 없다. 현민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더라.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 진짜 만족하고 120% 끌어내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 마이듬의 연애 스타일은 '직진'이었고 순수한 면도 있었다. 본인과 비슷한가.

    이듬이는 연애를 많이 해 본 성격이라고 보긴 어렵다. 일에만 미쳐서 해 왔고, 남자를 경쟁상대로만 봤지 기댈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여검(여진욱 검사)에게 빠지는 것도 혼자 징조가 보인다면서 빠지는 거니까. 이 친구는 되게 단순하고 순수하다. 사실 살면서 느끼는 연애 감정은 더 복잡하지 않나. 저는 이듬이보단 복잡한 스타일 같다. (웃음)

    ▶ 마이듬 역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네, 생긴 것 같다. 성향이 좀 바뀌었다. 예전에는 진짜 내성적이고 폐쇄적이었다. 밝긴 했지만 그걸 많이 표현 안 했다. 이제는 좀 더 느낀 대로 표현하려고 한다. 불만이 생기면 '저, 이듬이 빙의했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이랬다. (웃음)

    배우 정려원 (사진=키이스트 제공)

     

    ▶ 작품 전후로 스스로에게 성장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일까.

    교회 목사님한테 드라마 들어가게 됐으니 기도 부탁드린다고 하니까, 목사님이 '려원 씨는 이 작품 전후로 나뉠 것'이라고 하셨다. 확정되기도 전이었는데 뭘 보고 말씀하시는 걸까 이해 못했는데 (요즘) 진짜 '마이듬 전과 후' 이런 기사가 있더라. 어머, 너무 놀랐죠. (웃음) 작품 안에서 짧은 시간에 성장했듯, 그 사이에 제가 많이 성장했구나 싶었다. 스스로 많이 칭찬해주고 싶었다.

    ▶ 주인공이다 보니 촬영장을 더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예전엔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물어보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제가 누나인 경우가 더 많고 어느 순간 현장에서 제 나이가 많더라. '아, 정신차리자! 무너지면 안 되겠다. 현장이 밝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면서 여기가 어떤 분위기인지 빨리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래도 '마녀의 법정'에는 '선배' 연기자들이 꽤 나왔다.

    처음에 김여진 선배님이 마이듬 캐릭터를 보고 소리를 지르셨대요. 너무 멋있다고, 이듬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끝까지 조언해 주신 분이에요. 쿠션 역할해 주시고, '나도 이런 선배가 되어야지' 하는 분이었다.

    조갑수(전광렬 분) 선배님은 대선배님이셔서 책 잡히지 말아야겠단 생각 때문에 엄청 긴장을 하고 봤다. 그런데 의욕 있는 친구들은 일단 예뻐해주시는 것 같다. 선배님의 에너지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엄청 준비를 해 갔다. 그런 걸 예쁘게 봐 주신 것 같다. 이듬이 역할도 한 번 직접 해 보시고 소품도 대신 만져주시고, 화면에 (연기가)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셨다.

    ▶ 과거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여아부와 같이 신고부터 기소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실제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작품 마치면서 혹시 이 사회에 바라게 된 점이 있나.

    여아부 시스템이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가장 이상적이었던 걸 반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해자가 검사한테 자기가 성적 수치심을 겪었던 것들을 털어놓는데, 그때 듣고 마음을 열어줬던 검사가 끝까지 가는 시스템이 여아부 원스톱 가상 시스템이다. (실제로는) 담당 검사들이 계속 바뀌어서 (피해자가) 중간에 멈춘다고 하더라. 촬영한 모든 분들이 여아부 생기면 진짜 너무 좋겠다, 행복하겠다고 했다. 한 번만 용감해지면 되니까. 수치심이 동반된 경우는 (자기 얘기라도) 매번 얘기하기 쉽지 않거든요.

    (노컷 인터뷰 ② '마녀의 법정' 정려원이 느낀 드라마 대본의 반가운 변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