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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라진 그 중학교들, 올해 무슨일 있었나



사회 일반

    학교폭력 사라진 그 중학교들, 올해 무슨일 있었나

    서울 강동구 신암·고덕·천호중, '좋은 중학교 만들기' 역사 썼다

    서울 강동구 고덕중학교생들이 올해 애플(사과)데이에 참여한 모습 (사진=강동구 제공)

     

    정부가 지난 22일 학교폭력에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힌 가운데 자율적으로 학교폭력을 낮추고 학업 성취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중학교들이 있어 화제다.

    서울 강동구 신암중학교는 올해 3월부터 니즈콜(Needs call)이라는 상담센터를 운영중이다.

    도움이 필요한 위기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의 어려움을 들어줄 상담교사 1명과 전문 상담사 2명을 배치했다.

    개별 및 집단 상담과 학부모 대상 상담 등을 진행했고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상담센터에 스스로 문을 두드리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이 학교 정종규 상담사는 "처음 학생들에게 다가갈 때 보드게임이나, 간식, 상품 등을 내세워 접근했다"며 "상담 전에 친밀감부터 높이는 전략적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을 들인 끝에 올해 잊지 못할 학생이 찾아왔다. 울면서 상담센터에 들어섰을 때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학생은 전학을 왔는데,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등 학교 적응을 잘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 상담사는 "그 아이를 상담해준 뒤 얼마 뒤에 똑 같이 괴롭힘을 받고 있는 다른 아이가 있다고 알려왔다"며 "이는 상담센터가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는 지원세력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사실 니즈콜은 강동구 다른 학교에서 이미 시행중인 제도다.

    천호 중학교 2학년 김 모 군은 친구와 갈등을 겪다가 니즈콜 상담실에 갔다가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금의 괴로운 ‘상황’에서 탈출은 못했지만 괴로운 ‘마음’에서는 어느 정도 탈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니즈콜 상담센터의 역할은 교사들도 인정하는 바다.

    지난해부터 니즈콜을 운영중인 고덕중학교 최성곤 교장은 “니즈콜 상담센터는 사랑과 관심이 더욱 요구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자존감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고, 상담사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대화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학교 분위기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고덕중학교의 경우 올해만 연인원 2779명이 학교폭력, 성폭력, 교우관계, 부모와의 갈등, 진로 고민 등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개인 상담의 경우 학생 1명당 2.2회 꼴로 상담을 받아갔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강덩구는 관내 모든 초중학교에 니즈콜을 확대 운영중이다.

    학생 상담에 대한 공을 들인 덕분에 강동구 전체 학생 상담 건수는 서울시 관내 다른 학교들이나 전국 평균 대비 3~6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강동구는 여기에 더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연계해 1동 1상담사를 배치해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학부모들도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학생 상담은 서울 강동구(이해식 구청장)가 '좋은 중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도입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구청장은 "초등학교 교육은 '건강한 성장'에,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진데 비해 중학교 교육은 제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다"며 “중2병이라는 말도 있듯이 중학생들은 정서적·신체적 변화가 급격한 사춘기를 경험하게 돼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에 더욱 취약 한 만큼 인격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교 교육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좋은 중학교 만들기'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즈콜과 함께 큰 성과를 보인 또 다른 프로그램은 이른바 '3무(無)운동'이다.

    '3무 운동'이란 학교폭력·따돌림, 흡연, 휴대전화 공해가 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가령 고덕중학교의 경우는 학교폭력·따돌림을 줄이기 위해 친구들과 서로 껴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리허그'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제재와 처벌이라는 사후 방법이 아닌, 사전에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막자는 예방적 행위로, 화해와 치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좋은 중학교 만들기'에 동참중인 천호중학교의 학교폭력 피해 실태조사에서도 2015년 피해응답 학생 수가 33명이던 것이 2016년에는 3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호중학교의 학생자치회와 교장간 소통시간. '좋은 중학교 만들기'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한다 (사진=강동구 제공)

     

    '좋은 중학교 만들기'의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문화 예술 체육 동아리 활동 시간이 있다.

    신암중학교의 경우도 그 일환으로 ‘해오름제 합창단’을 창단했다.

    이 학교 이경희 교장은 "올해 해오름제 체육대회를 하던 날, 제 앞에서 노래를 해 준 아이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해당 학생은 평소에 말수가 적고 말을 붙여도 쓸쓸하게 답하곤 했는데, 해오름제 합창단원이 되고나서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함박 웃음으로 제게 먼저 다가와서 랩을 했는데, 그 아이의 마음이 보였다"며 "'좋은 중학교' 사업은 이렇게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가까이, 더 행복하게 하는데 그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좋은 중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덕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말 5개 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성취수준에 미달한 학생이 25.1%였다.

    그런데 올해 1학기 말 같은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20%로 내려앉았다고 한다. 반대로 보통학력 이상 숫자는 증가했다.

    이해식 구청장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강동구의 대표적인 교육지원 사업인 '좋은 중학교 만들기' 사업의 우수 프로그램들이 널리 공유돼 모든 학교가 행복한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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