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전날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벌어진 대형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만나 범정부차원의 대책과 사고수습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번 사고로 숨진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제천서울병원을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격앙된 어조로 문 대통령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이 빈소에 도착하자 일부 유가족들은 "죽여 놓고 오면 뭘 하냐",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게 한두 번이냐", "초기대응만 잘했어도 사람이 잃게 많이 죽지는 않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는 문 대통령을 붙잡고 "사람이 죽었다", "살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오열하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수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결과를 좀 알려 달라"고 소리쳤고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사람이고 뭐고 없었다. 화재가 났으면 구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쏟아지는 항의를 묵묵히 들으며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위로했다.
아내를 잃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유가족은 "사우나실 통유리를 안 깨서 죽은 것이다. 통유리만 일찍 깼어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이라며 "제가 용접을 해서 잘 아는데 이건 일당 10만 원짜리 안전사만 놔뒀어도 이런 사고가 안 났다. 그 인건비를 아끼려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유가족은 창백한 표정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통유리에 갇혀 나올 수가 없으셨던 것 같다"면서도 문 대통령에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유가족의 손을 꼭 잡고 등을 다독이며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며 "기운 내십시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조카가 초등학생인데 한순간에 엄마를 잃었다. 죽은 언니의 아이가 13살이다. 저희 언니 돌아오게 해 달라"고 흐느꼈고 "평창올림픽도 잘 돼야 대통령 잘된다고 봉사활동 열심히 하는 열혈지지자였다. 꼭 기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이가 어리군요"라며 유가족과 악수하며 격려했다.
"형수님이 돌아가셨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유가족은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이 이렇게밖에 안 된다니 좌절감만 느낀다"며 "각층에 소방관이 있어서 각층에서 진압을 했더라면 피해가 더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부탁드린다. 탈출을 하고 싶어도 문이 좁아서 탈출을 못했다 보다"며 "꼭 좀 억울한 사연이 없게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이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 유가족들에게 "일어나실 필요 없다. 앉아계십시오"라며 유가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문 대통령을 만난 유가족 대표는 "세월호 이후에는 좀 나아지는가 했는데 우리나라 안전시스템 나아진 게 뭐냐"며 "2층 통유리를 깼으면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텐데 유리를 깨지 못하고 밖에서 물만 뿌린 거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 다른 유가족도 "제가 화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소방차가 오후 4시에 출동을 했다더라"며 "그런데 통유리를 오후 5시 30분에 깼다는 게 말이 되나?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 락커에 가서 옷까지 갈아입고 구조만 기다렸는데 다 죽었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의 항의를 말없이 듣던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과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또 다른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명지병원과 제일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보궁장례식장에 들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사고 수습 등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