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시의 중심에는 2.28 평화공원이 있다. 대만의 국가 원수가 머무는 총통부가 인근에 있어 대만 정부가 2.28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평화공원안에 세워진 2.28 평화기념비(이인 기자)
2018년이면 제주 4.3 사건이 70주년을 맞는다. 희생자를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지만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주CBS는 4.3의 비극과 같고 한해 먼저 70주년을 맞은 대만 2.28 사건을 통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고민하는 연속기획, ‘대만 2.28 사건에서 제주 4.3 70주년을 묻다’를 마련했다. 19일은 두 번째 순서로, ‘추모 공간 넘쳐나는 대만 2.28’을 보도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① 다른 나라 같은 비극, 제주 4.3과 대만 2.28 ② 제주 4.3이 공산 폭동? 대만은 전국에 2.28 기념비 ③ 대만2.28 보상 22년…제주4.3은 이제야 法 발의 ④ 총통이 기념하는 대만 2.28, 대통령 없는 제주 4.3, ⑤ 대만 국민 모두가 아는 2.28, 제주도민만 아는 4.3 |
대만 2.28 평화공원은 1995년 희생자를 기리는 2.28 평화기념비가 세워지면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놀라운 건 2.28 평화공원이 수도 타이베이시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바로 옆에는 대만의 최고 권력자가 머무는 총통부가 있다. 2.28 사건을 대하는 대만 국민들의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만 2.28 평화공원 바로 옆에 대만의 최고 권력자가 머무는 총통부가 있다. (사진=이인 기자)
매년 2월 28일이 되면 최초 사건이 발생한 타이베이시 영러시장 인근부터 2.28 평화공원까지를 걸으며 당시의 아픔을 잠시나마 체험하려는 순례객들이 많다.
2.28 평화기념비는 타이베이시 뿐만 아니라 자이시, 지룽시, 신베이시, 타이중시, 가오슝시 등 전국의 ‘현’이나 ‘시’에는 대부분 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대만 2.28 사건이 전국적인 추모행사로 치러졌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옛 가오슝 시청 건물은 시립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돼 있다. 이 곳 외벽 곳곳에도 2.28 사건 당시의 총알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이인 기자)
대만의 남부 도시인 가오슝시는 옛 시청 건물을 ‘시립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보존하고 있다.
1947년 2.28 사건 당시 국민당 군대의 진압작전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곳이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과 같은 의미를 지녔다.
가오슝시는 특히 옛 시청 외벽의 2.28 당시 총알 흔적 등을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그대로 남겨 뒀다. 건물 안에는 2.28 당시 상황을 입체모형으로 보여주는 상설 전시관이 있다.
가오슝 옛 시청 맞은편에 위치한 2.28 평화기념공원. (사진=이인 기자)
옛 가오슝시청 맞은편에는 바로 2.28 평화기념공원과 기념비가 있어 박물관을 둘러본 시민들이 곧바로 2.28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게 했다.
70년 전 폭탄과 총알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바로 가오슝 사립고등학교다. 건물 외벽은 옛 모습을 보존한 채 실내는 학생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가오슝 사립고의 교사 공시(41)는 “역사적 의미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2.28 당시의 폭탄과 총알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2.28 당시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가오슝 사립고등학교의 건물 앞에서 교사 공시(41)씨가 외벽 보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인 기자)
타이베이시에 있는 2.28 국가기념관은 사건 발단부터 전개 과정, 희생자 명단까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곳에선 한국어로 2.28 사건을 소개하는 젠나위웨이(36)씨를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젠씨는 국가기념관 2층 전시관을 돌며 한국인들을 상대로 30분 가량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대만 2.28 국가기념관에서 젠나위웨이(36)씨가 한국어로 2.28 사건을 설명하며 관람을 돕고 있다. (사진=이인 기자)
2.28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대만 인권촉진회 소속 옌쓰위(27)씨는 “대만 2.28은 그냥 단순한 사건이 아닌 사회단체 활동과 정치에 직접적인 참여를 할 수 있게 해 준 사건이다”며 “대만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2.28 사건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옌쓰위씨 역시 광주 5.18 기념재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어에 능통하다.
광주 5.18 기념재단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대만 인권촉진회 옌쓰위(27)씨가 2.28 사건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인 기자)
올해 70주년을 맞은 대만 2.28과 내년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은 공통점이 많다.
경찰의 발포로 비극이 시작된 점과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당한 점, 긴 세월 언급 자체가 금기시된 점 등이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대만 2.28 사건은 전국 곳곳에 기념비가 세워지고 국가기념관과 시립박물관 등을 통해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당시의 비극을 알린다.
가오슝시 2.28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평화기념비. (사진=이인 기자)
집요한 이념공세로 아직도 제주 4.3 흔들기가 존재하는 우리와 분명히 비교된다.
홍성수 제주 4.3 실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주 4.3 70주년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마찜표를 찍었으면 한다”며 “4.3 생존 피해자 114명과 6만 여 유족들은 어둔 과거를 화해와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4.3이 이념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대만 2.28은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