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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사장 체제 일주일, MBC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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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사장 체제 일주일, MBC에서 일어난 일

    해직자 복직, 인사·조직개편 단행,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반성'

    지난 8일 취임한 최승호 MBC 사장 (사진=이한형 기자)

     

    극적인 귀환이었다.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증거 없이' 해고됐던 최승호 PD는 1998일 만인 지난 8일, 해직자가 아닌 신임 사장의 신분으로 상암MBC 사옥에 들어섰다. 하루 전,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만장일치(참석 5명, 투표 5명)로 그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 사장은 'PD수첩'이 낳은 스타PD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당시 팀장이었고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 사회고발성 아이템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었다. 해직 이듬해인 2013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겨 제작·진행을 맡았고, 영화 '자백'과 '공범자들'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해직PD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최종 면접 후보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었던 그가 사장이 되었을 때,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MBC로 거듭나길 기대"했다면, 자유한국당은 곧장 "MBC가 완전한 노영방송이 되었다"며 비난했다.

    그는 '친 노조 성향', '노영방송' 등 일부 부정적인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직자를 즉각 복직시켰고 인사·조직개편을 신속히 단행했다. MBC 구성원들이 파업 중단 시점부터 준비해 왔던 '반성' 프로그램도 그의 임기 첫 주에 나왔다. CBS노컷뉴스가 최승호 사장 취임 후 'MBC의 일주일'을 돌아봤다.

    ◇ 취임 첫 행보, 해고자 6인 '즉각 복직'

    지난 11일, 해직자 6인(왼쪽부터 정영하, 최승호, 이용마,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이 5년 만에 MBC로 돌아왔다. 이용마 기자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정책 설명회, 최종 면접 때부터 이우호-임흥식-최승호 세 후보 모두 사장이 되면 가장 처음으로 '해고자 즉각 복직'을 할 것이라 약속했다. 최 사장은 첫 출근날인 지난 8일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과 '해고자 즉각 복직 공동 선언'을 했다.

    선언문에는 "지난 9년 방송장악의 역사를 청산하고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으로 노동조합의 공정방송 요구 파업 과정에서 불법으로 해고된 해고자 전원의 즉각 복직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11일에는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라는 행사도 열렸다. 강지웅 PD,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 정영하 음향감독, 최승호 사장 6명은 구성원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5년 만에 출근했다.

    현재 복막암 투쟁으로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용마 기자와, 인사권자인 최 사장을 제외한 4명은 첫 인사에서 모두 보직간부가 됐다. 강지웅 PD는 시사교양본부 시사교양 1부장을, 박성제 기자는 보도국 취재센터장을, 정영하 음향감독은 기획국 정책기획부장을 맡았다. 보도국 앵커(부장)가 된 박성호 기자는 손정은 아나운서와 오는 26일부터 MBC '뉴스데스크' 평일 진행을 할 예정이다.

    ◇ 130명 넘는 대규모 인사 단행

    윗줄 왼쪽부터 변창립 부사장,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 정형일 보도본부장, 구자중 경영본부장, 김종규 방송인프라본부장. 아랫줄 왼쪽부터 박태경 디지털사업본부장, 최원석 드라마본부장, 권석 예능본부장, 이근행 시사교양본부장, 안혜란 라디오본부장 (사진=MBC 제공)

     

    최 사장은 취임 첫 날은 8일 보도국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차례로 인사를 냈다. 9년간 가장 망가졌다는 평을 듣는 보도국부터 손을 대는 이유에 대해 "뉴스 정상화의 시급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인사 불이익으로 비제작부서에 있었던 기자들이 요직에 올랐다. 인천총국에 있던 한정우 기자는 보도국장, 통일방송연구소 소속이었던 도인태 기자는 부국장이 되었다. 신사업개발센터 소속 박준우 기자와 전 MBC본부장 출신 이성주 기자가 각각 정치부와 경제부장으로 임명됐다.

    동시에 오정환 보도본부장, 문호철 보도국장, 조문기 부국장, 권태일 영상편집부장, 허무호 취재센터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직을 잃었다. 김장겸 사장 당시의 보도국 체제가 완전히 재편된 것이다.

    임원급 인사도 진행됐다. 1984사번인 '최고참 유배자' 변창립 아나운서가 부사장에, 안광한 사장 당시 1인 지명파업을 벌였던 전 MBC본부장 조능희 PD가 기획편성본부장에 올랐다. 신사업개발센터에서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했던 정형일 기자와 구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에 있던 정형일 기자와 이근행 PD가 각각 보도본부장과 시사교양본부장이 됐다.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사장이 나갔어요" 등의 멘트로 김재철 전 사장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됐다 '무효 판결'을 받은 안혜란 PD는 라디오본부장에 임명됐다.

    이밖에도 파업 참여나 노조 활동 등을 이유로 오랜 기간 비제작부서에 머물렀던 아나운서, PD, 기자들이 제작현장으로 돌아오거나 보직을 맡게 됐다. 반면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은 직을 잃었고, 배현진 앵커와 양승은 아나운서는 각각 '뉴스데스크'와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하차했다.

    ◇ 9본부 20국(실) 5센터 101부로 '조직개편'

    13일부터 개편된 MBC 조직도 (사진=MBC 제공)

     

    최 사장은 지난 11일 방문진에 새로운 조직개편안을 보고했다. 기존 8본부 31국 9센터 105부에서 9본부 20국(실) 5센터 101부로 바꾸는 것이 큰 줄기였다.

    안광한 전 사장 때 해체된 교양국은 시사교양본부로, 과거 편성제작본부에 있었던 시사제작국은 보도본부 내 보도제작국으로 부활했다. 라디오국은 라디오본부로 한 단계 올라섰고, 드라마·예능·시사교양·라디오본부는 사장 직속 부서가 됐다.

    과거 기획본부에 편성 업무가 보태진 '기획편성본부'의 탄생도 눈여겨 볼만하다. 예산과 편성이 분리된 타사(KBS-SBS)와 달리 전략 수립, 예산 배분, 콘텐츠 편성을 모두 맡는 것을 두고, 노조는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조직이라며 권한 집중을 우려했다.

    최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의 목적을 "보도와 시사교양 조직을 복원하고 본부 체계를 완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4개 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둔 것은 'MBC 콘텐츠의 질 복원'과 '강력한 지원체제 구축을 위해서라고 말했고, 뉴미디어 사업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 "철저히 반성하겠다" 뉴스와 프로그램 마련

    위쪽부터 12월 8일 MBC뉴스, 12일 'PD수첩', 14일 'MBC스페셜'. 최승호 사장과 임원진이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 방문한 것은 13일 MBC뉴스에서 방송됐다. (사진=각 방송 캡처)

     

    '최승호 체제'가 시작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바로 '반성'이었다. 취임 첫 날인 지난 8일 MBC 메인뉴스에서는 "재정비 기간 동안 MBC 보도가 시청자 여러분께 남긴 상처들을 거듭 되새기며, 철저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약속이 나갔다.

    현재 '뉴스데스크' 간판을 내리고 임시 체제로 가고 있긴 하지만, 내용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타 언론사들의 내부 투쟁과 세월호 소식을 더 활발히 전하고 있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최 사장 취임 후부터 [97일째, KBS 최장기 파업…YTN은 정상화 차질](12월 9일), ["비리이사 해임"…5일째 24시간 릴레이 발언](12월 9일), [강규형 KBS 이사 해임건의…파업 분수령](12월 11일), ["최남수 퇴진"…YTN노조, 다음 주 파업찬반투표](12월 12일) 등 타 언론사 소식이 4꼭지 보도됐다.

    [5년 만에…이용마 기자 등 MBC 해직 언론인 6명 복직](12월 8일), [MBC 해직 언론인들, 5년 만의 출근…"깨기 싫은 꿈"](12월 11일), [검찰, 과거사위 발족…BBK·PD수첩 전면 재조사](12월 12일), [PD수첩 강압 수사…"검찰 수뇌부가 직접 지시"](12월 14일) 등 자사 관련 소식의 비중도 작지 않았다.

    최 사장은 변창립 부사장 등 임원들과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MBC는 단원고 전원구조 오보를 비롯해 보험금 계산, 유가족 조급증 몰이, 광화문 농성 불법 낙인 등의 보도로 비판받은 바 있다. 1338일 만에 이루어진 MBC의 사과는 13일 메인뉴스를 통해 나갔다.

    지난 12일, 14일에는 각각 'PD수첩-MBC 몰락, 7년의 기록'과 'MBC스페셜-내 친구 MBC의 고백'이 전파를 탔다. 'PD수첩'이 MBC 몰락 배경에 청와대-국정원-MBC 간부들 등 내부자들의 공조가 있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MBC스페셜'은 그 체제에 기여했던 내부 구성원들의 고백과 시민들의 질책이 주가 되는 내용이었다.

    ◇ 중동 특사 파견 오보 논란, 조직개편 일방 추진 등 잡음도

    청와대의 반박으로 오보 논란이 일었던 11일자 MBC뉴스, 조직개편 과정에서 벌어진 경영진의 법 절차 위반을 지적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 (사진=MBC뉴스, MBC본부 노보 캡처)

     

    최 사장 취임 후 일주일 동안 모든 것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우선 지난 11일 MBC 메인뉴스 첫 꼭지로 단독보도된 [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MB 비리 관련?] 리포트는 청와대의 적극적인 반박으로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에 특사로 방문한 것을 두고,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지난 정권(MB) 비리와 관련이 있다"고 한 보도였다. 하지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곧바로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이라며 "확인 절차를 제대로 해 주길 당부한다"고 부인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 보도(12월 12일)에 따르면 MBC는 복수의 관계자가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었다며 크로스 체킹은 물론 기사 문장도 신경 썼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후 뉴스나 공식입장 등을 따로 내놓지는 않았다.

    노조에 안을 설명하거나 의견을 사전 청취하는 과정 없이 조직개편을 추진해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MBC본부는 15일자 노보에서 '경영진이 조직개편이 포함된 사규 개정을 작성·발표할 경우, 반드시 과반수 노동조합의 의견을 정식으로 청취'할 것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94조를 들어 이를 두 번이나 무시한 사측을 비판했다.

    MBC본부는 조직개편 초안을 사내 게시했던 11일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 13일 모두 사측이 노조 설명 과정을 생략한 점을 지적하며,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72일 파업을 마치고 '조직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는 MBC에 대한 높은 '관심'이 만들어 낸 해프닝도 있었다.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물러난다는 보도에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라고 쓴 동명의 네티즌을 최근 복직한 박성호 기자로 착각한 오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작성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오보 행렬은 동아닷컴을 시작으로 스포츠서울, 아시아경제, 데일리안, 매일경제, 한국경제TV 등으로 확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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