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 '일용직 사망' 온수역에 뒤늦게 '작업중지명령' 확대한 노동부



사건/사고

    [단독] '일용직 사망' 온수역에 뒤늦게 '작업중지명령' 확대한 노동부

    사망-작업중지, 사망-작업중지, 사망-작업중지…반복되는 참사

    작업중이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온수역 인근 선로에 '작업중지명령'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노량진역 사고' 이후 해당 구간의 위험성을 파악하고도 사고를 막지 못한 당국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전체적으로 부실하고 위험하다"

    일용직 노동자 전모(36) 씨가 다가오는 열차에 치인 사고지점과 그가 안전망을 설치하던 배수로(사진=철도노조 제공)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구로구 온수역에서 오류동역 방향 약 200m 지점에서 배수로 안전망을 설치하던 A 시공업체에 공사 일체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인력사무소에서 A 업체로 파견된 일용직 노동자 전모(36) 씨가 전날 현장에서 일한 지 사흘 만에 다가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사망하자 곧이어 내려진 결정이다.

    사고지점은 지난 6월 노량진역에서 공사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돌아오던 정비사 김모(57) 씨가 뒤따르던 열차에 치여 숨진 뒤 '부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던 구간에 포함된다. 당시 노량진역에서부터 금천구청역, 온수역까지의 구간이 모두 '위험 지역'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으나 '선로 자체가 아닌 선로 옆 배수로 공사'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최근 작업이 착수될 수 있었다.

    선로와 방음벽 사이 1.5m 남짓한 공간과 방음벽 패널 일부를 임의로 떼어낸 '비밀 통로'를 드나들던 젊은 노동자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관련 기사 : 17.12.14 CBS노컷뉴스 '온수역 사고' 선로 옆 비밀통로…"운행중 작업이 참사 불렀다")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 근로감독관이 사고지점 주변에 붙인 작업중지명령서 스티커(사진=철도노조 제공)

     

    사고 직후 당국은 황급히 현장조사를 벌여, 선로뿐 아니라 배수로 공사에도 노동자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고지점뿐 아니라 A 업체가 맡기로 돼 있던 지하철 선로 위 이동통로·안전시설 공사 일체를 당분간 중단하도록 했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부실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계획서를 들고 올 때까지 업체가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일단 현장에 스티커를 부착했다"며 "이번 작업중지명령은 지난 6월 시행된 건과는 별도로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을 더 엄격하게 내거나 규제를 포괄적으로 적용했어야 했다는 지적에는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사람들이 중첩되는 공간이라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공익과 충돌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 위험천만 '운행중 작업' 언제까지?

    한 시민이 온수역에 붙인 포스터. "추운 겨울, 이른 아침 8시 30분, 혼자 남겨진 채로 그냥 두지 않았더라면 선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뒤늦은 후회도 슬픔도 이제 그만 멈춰지길. 오늘이 마지막이 되면 안 될까요? 미안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삼가 故人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철도노조 제공)

     

    현장에서는 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당국이 작업중지 카드로 '땜질 처방'을 하고 노동자들의 위험을 외면하고 있다는 성토가 나온다.

    지난 5월 광운대역 물류기지에서 열차 분리작업을 하던 노동자 조모(52) 씨가 사고로 숨졌을 때도, 한달 뒤 노량진역 사고 때도 당국은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당시 노량진역 희생자의 동료 선로정비사들은 "노량진역 말고도 위험한 곳이 많은데 노동부는 이런 식으로 사고를 덮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다음번에는 또 누가 죽을까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안전보건공단이 "열차 운행중 작업은 근본적 위험을 내포한다"며 "모든 선로를 차단하고 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구의역사고 이후 대책이 계속 나오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건 거의 없다"며 "정부나 코레일이 열차가 운행중인 시간에 선로작업 일체를 금지하지 않을 경우 같은 사고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