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사진 왼쪽에서 3, 4번째)가 함께 부산을 찾았다 (사진=부산CBS 강동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4일 부산에서 만나 통합에 대해 언급했다. 지역 일정까지 맞추면서 양측이 거리를 좁히고는 있지만, 통합까지는 걸림돌이 워낙 많아 사실상 지방선거 연대 수준에서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국민의당·바른정당 국회의원모임) 세미나에 나란히 참석했다. 국민통합포럼은 당초 호남에서 세미나 개최를 추진했지만, 유 대표의 부산 방문 일정이 잡혀있어 장소를 옮겼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합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3지대 정당으로 제대로 발전해서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이루겠다"며 ▲지역주의 타파 ▲낡은 이념 중심적 사고 배제 ▲정치 세대교체를 사실상 통합의 명분으로 들었다.
안 대표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되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판사가 TK(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아직까지 지역감정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우리 정치가 얼마나 낡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미래가 있다"며 "정치의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이루겠다. 새로운 많은 분들이 오도록 그릇을 만드는 일이 우리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 호남 의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해 통합을 이끌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당은 가치가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는 의견을 설파해 온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저희 바른정당에서는 국민의당이 내부의 갈등과정을 지나면서 어떤 결론을 낼 지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 대표 말대로 우리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미래를 향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보듬어주는 개혁을 해 나갈 수 있을 때 협력이든, 연대든, 통합이든, 어떤 것이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유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통합논의에 대해선) 너무 오래 끌지 않겠다"라고 했다. 아울러 "통합에 관한 노력이 한계에 부딪히거나 하면 당연히 바른정당이 독자생존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가 '한국당과의 선거연대론'을 꺼내들고 나선 것도 양당 통합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과 한국당 개혁세력까지 포함하는 '중도·보수통합' 구상을 밝힌 바 있는 그는 이날 "지금은 국민의당하고만 선거연대를 이야기하는 중이지만, 한국당에도 저희들은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 소속 현역 도지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의 1 대 1 구도를 원하고 있는 당 상황도 함께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한국당과의 선거연대론'에 대해 유 대표와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연대 방향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당장 국민의당 내 호남 중진들 사이에서도 유 대표의 '한국당 선거연대론'을 고리로 안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 바른정당, 후 한국당 통합으로 가는 게 유 대표의 말로도 확인될 수 있다"며 "(안 대표가) 이후로 한국당과 통합해서 거기서 중도보수 대표로 자기가 한번 하겠다는 건 착각"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당 김관영·이언주·김중로·김수민 의원과 장진영 최고위원이, 바른정당에선 하태경·정운천·박인숙·권오을 최고위원과 유의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통합포럼 관계자는 "다음 주에는 호남 지역에서 포럼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