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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에 '스토리' 입히니 서울-지방이 상생



사회 일반

    농산물에 '스토리' 입히니 서울-지방이 상생

    농산물 직거래, SNS 만나 훨훨… 이것이 박원순 식 직거래 혁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새 지방분권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방분권은 중앙과 지방의 협업체계를 통한 균형발전, 즉 상생방안이기도 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 등을 위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서울과 지역 간 협업이 어떤 실질적인 상생을 가져오는지 살펴봤다.[편집자]

    서울 금천구 주민들이 11월에 농산물을 공급 받고 있는 충남 아산 현지를 방문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농산물 직거래 유통은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유통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농산물이 기존 유통경로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조차도 지난해 현재 60% 넘게 기존 도매 시장과 중간 유통업체에 판매를 의존하고 있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 방식의 혁신이 과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농산물에 스토리를 입혀 직거래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직거래 유통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서울시가 보급하고 있는 '서로 이음' 사업이다.

    '서로 이음'이란, 농촌과 서울을 서로 잇는다는 의미로 생산자 특히 유통망에서 소외돼 있는 지역 소농가와 소비자를 이어 농산물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기존의 직거래와 다른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사무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산지의 ‘이야기’를 생산물에 곁들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다 인간적으로 얽히게 함으로써 농산물 판매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여기서 핵심은 ‘스토리’(이야기)이며, 따라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별도의 역할이 필요하다.

    서울시 도농 교류사업의 하나로 발행중인 웹진 ‘서로 이음’ (사진=서울시 제공)

     

    가령 어느 생산지는 휴대폰 신호조차 안 잡히는 두매 산골이라거나, 어떤 농부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철학도 라는 그런 이야기다.

    서울시는 이런 스토리를 발굴할 별도의 팀을 ‘지역상생교류사업단’에 두고, 이들 스토리를 소비자들에게 닿게 할 플랫폼으로 같은 이름(서로 이음)의 웹진을 운영 중이다.

    송화선 씨는 그런 생산자들 이야기를 채집하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지난 9월에 충남 아산 농부들로 구성된 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방문했다.

    이 곳은 밀과 콩을 이모작으로 재배하는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밀(가루)은 대부분은 수입 산이다. 수입 산 밀은 글루텐 성분이 높다. 그래서 점성이 좋아 요리하기가 편리하다. 수입산 밀이 토종 밀을 우리 식탁에서 밀어냈던 이유다.

    하지만 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 농부들이 재배하는 밀은 토종 밀인 ‘앉은뱅이 밀’이다. 키가 50~80cm 밖에 안 되서 붙은 이름이다.

    '앉은뱅이 밀'은 외국 수입 밀에 비해 글루텐 함량이 낮다. 점성이 떨어져 반죽이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화는 잘된다. 지방 및 열량 함량 역시 낮다. 수입 밀 보다 경쟁력이 있는 특성들이다.

    더욱이 앉은뱅이 밀은 우리나라 농사 환경에서 이모작이 가능한 작물이다. 제터먹이 협동조합은 가을에 콩을 수확한 뒤 가을에 밀을 파종한다. 우리나라 전통의 밭농사 방식인 콩과 밀의 이모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종으로 이모작을 하게 되면 토양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농가도 1년 내내 쉬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이점까지 있다.

    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이 토종 밀농사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들이다.

    송화선 씨는 이런 내용의 '앉은뱅이 밀'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이음' 10월 소식지에 실었다.

    아산 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생산중인 밀 제품 (사진=서울시 제공)

     

    다음은 '이야기'의 전파 과정이다.

    생산자에 관한 스토리는 통상 SNS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파된다.

    이런 이야기는 개별 주민들이나 서울 각 지역에서 크고 있는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활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네이버 밴드 같은 소셜 미디어의 단골 소재가 된다.

    금천구 독산1동 주민들의 경우도 '서울 이음'에 소개된 앉은뱅이 밀에 관한 이야기를 네이버 밴드로 접한 뒤 이 밀을 주문해 먹고 있다.

    '우리동네 커뮤니티 센터'라는 이름의 네이버 밴드에는 이 지역 주민 등 434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활동하고 있다.

    해당 밴드를 관리하고 있는 '건강한 농부'(사회적 협동조합) 김선정 이사장은 “밀가루 뿐 아니라 앉은뱅이 밀로 만든 국수, 라면 등도 선 주문했었는데 주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 독산1동 주민들은 나아가 지난달 18일에는 밀 생자지인 아산 현지를 방문해 밀밭을 돌아보고, 농부들의 농법을 직접 전해 듣기도 했다.

    김선정 이사장은 "웹진과 상품을 통해서만 생산자를 만나던 소비자들이 직접 농부들의 얼굴을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농산물을 공급한 제터먹이 농부들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농부들에게 독산1동 주민들은 단체 소비자인 셈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훤히 알고 있고, 자신들이 경작중인 밭까지 다녀간 '인연 있는' 소비자들이다.

    한 마디로 재구매 가능성이 높은 집단 소비처인 셈이다. 생산자에게 든든한 소비군 만큼이나 든든한 배경은 없을 것이다.

    제터먹이 사회적 협동조합 황영단 사무장은 "앉은뱅이 밀은 생산자가 15 가구에 지나지 않은 소규모 협동조합인데다 생산품도 토종 밀이라 큰 판매망을 얻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서로 이음 사업을 통해 금천구 건강한 농부 같은 상시적 거래처를 확보했기 때문에 그 곳을 발판 삼아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매출액에서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던 서울이라는 대 도시에 자신들이 생산물을 알린 것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은 생산물을 개별배송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점배송'이 가능할 정도로 주문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거점배송은 지정된 장소로 생산물을 대량으로 운송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집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배송비를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거점배송' 뿐 아니라 '농사펀드' 활용을 통한 소농가들의 판로 지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양평 부용산 자락의 심재법 농부의 유기농 고구마 밭 (사진=서울시 제공)

     

    '농사펀드'란 농부가 자신의 철학대로 농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투자한 후 건강한 먹거리로 돌려받는 크라우드 펀딩을 말한다.

    '농사펀드'에도 스토리는 필수다.

    지난해부터 농사펀드용 이야기 발굴을 하고 있는 서울시 지역상생에디터 강예진 씨의 경우도 그 동안 양평 표고버섯, 가평 된장 고추장, 태안 대하 10여 곳의 농부들을 발굴해 투자자와 연결지어줬다.

    그는 기억에 남는 농부로 경기도 양평의 부용산 자락에서 유기농으로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심재법 씨 농가를 꼽았다.

    지난여름에 심 씨 농가를 방문한 강 씨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도 안 되는 두매 산골에 자리 잡은 고구마 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여러 야생 동물과도 만나서 이 곳은 정말이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청정지역이었다"며 "농사 방식도 약을 주지 않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모양을 담은 다양한 고구마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회고했다.

    강 씨의 방문기 '시간을 담은 고구마, 두렁농의 베니하루까'라는 글은 이후 SNS를 타고 소비자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11일 현재 농부 심 씨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36명이 몰렸다. 투자 목표액(100만원)은 일찌감치 달성했다.

    기자는 심 씨와의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농사일이 바쁘다며 고사하는 바람에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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