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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또 사망 "우린 파리목숨…죽음의 행렬 멈춰야"



사회 일반

    환경미화원 또 사망 "우린 파리목숨…죽음의 행렬 멈춰야"

    - 보름사이 광주 환경미화원 2명 사망
    - 원칙은 3인 1조, 현실은 2인 1조
    - 위탁 고용 많아 문제제기 어려워
    - 개선책으로 안전발판? "원래 불법"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가춘 (광주지역 환경미화원),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오늘 첫 순서는 늘 다루던 정치뉴스가 아닙니다. 우리 이웃들의 얘기인데요. 제발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희가 맨 앞으로 배치를 했습니다. 어제 낮 광주광역시에서 또 1명의 환경미화원이 사망했습니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에서 쓰레기를 내리는 작업을 하다가 수거차 덮개에 머리가 끼는 그런 사고를 당한 건데요. 지난 16일, 그러니까 보름 전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죠. 최근 2년 간 이런 식의 사고가 무려 27건 벌어졌습니다. 27명의 환경미화원이 이런 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뭘까요. 먼저 보름 동안 2명이 숨진 광주의 상황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광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계신 분이세요. 한국노총전국연합노련 광주전남 의장을 맡고 계십니다. 임가춘 씨 연결을 해 보죠. 임 의장님, 안녕하세요.



    ◆ 임가춘>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임가춘> 지금 한 11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 김현정> 11년째. 어제 사고부터 일단 좀 보죠. 어쩌다가 일어난 사고입니까, 어제 사고는?

    ◆ 임가춘> 업무를 종료하고 하차를 하던 중에.

    ◇ 김현정> 그러니까 집집마다 쓰레기를 수거해서 매립장에 하차를 하던 중에.

    ◆ 임가춘> 보통 보면 덤프트럭 뒤에 덮개가 닫혀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까. 수거하다가 쓰레기가 쭉 내려오면 되는데 그걸 내리는 중에 옷 일부가 고리에 걸렸나봐요. 그걸 모르고 (옷 일부를 제거하려) 하다가 거기에 끼어가지고 안타까운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사진=박요진 기자)

     

    ◇ 김현정> 운전하시는 분은 그게 안 보인 거예요, 그분이.

    ◆ 임가춘> 그렇죠.

    ◇ 김현정> 그러니까 수거차 덮개를 일 끝났구나, 하고 덮으신 거예요. 그러면서 수거차에 머리를 부딪히신 거예요. 그게 어제 사고였습니다. 그러면 13일 전에 일어난 그 사고도 광주 지역에서 난 사망사고인데 그때도 쓰레기차 뒤쪽에서 사고가 난 거잖아요. 그때는 어떤 거였나요?

    ◆ 임가춘> 구간을 가다 보면 옆에 주정차한 차들이 많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반대쪽에서 차가 진입을 했는가 봐요. 관공서차다 보니까 가다 보면 민원이 발생하니까 뒤로 후진을 하게 됐나 봐요. 후진하는 과정에 뒷분이 그걸 못 보셨는가 봐.

    ◇ 김현정> 뒤에서 내려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분을 운전자가 못 보고 차로 친 거군요?

    ◆ 임가춘> 네. 저희들이 그 정도 일을 마감할 때쯤 되면 모든 체력이 바닥이 나요.

    ◇ 김현정> 몇 시간이나 작업하시는데요, 아침에?

    ◆ 임가춘> 보통 아침 5시에 나와서 거기에 매립장 가다 보면 한 오후 3시쯤 되니까 몸상태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고 정신이 집중이 안 되죠.

    ◇ 김현정> 집중이 안 되고 그 당시 피곤에 젖어 있는 그런 상태.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일이 많길래, 인력은 얼마나 부족하길래 그렇게 그런 실수가 자주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건지. 도대체 몇 분이 일하십니까?

    ◆ 임가춘> 저희가 3인 1조로 일하는 데가 있고요. 2인 1조로 일하는 데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차이는 왜 그런 거죠?

    ◆ 임가춘> 그러니까 (원칙은) 3인 1조를 해 줘야 되는데 예산이 없다 보니까 인력을 충분히 뽑지 못하고 차량을 구입 못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이죠.

    ◇ 김현정> 작업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감수하고 가라, 이렇게밖에는 안 되는 상황이 답답하신 거예요.

    ◆ 임가춘> 그리고 저희들 종량제 봉투가 있거든요. 그 봉투가 100L짜리가 있어요. 그건 혼자 못 듭니다. 잘못하다가는 허리를 삐끗해요.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커다란 종량제 봉투에다가 무거운 걸 꽉꽉 채운다고 생각해 보면 혼자 그걸 차에 싣고 내리는 게 보통 일은 아니겠어요.

    ◆ 임가춘> 거기에 또 깨진 유리조각 같은 것도 넣다 보면 저희들이 손으로 만지니까 손도 베일 수가 있고. 여러 가지 작업 환경이 좀 열악합니다.

    ◇ 김현정> 어제 돌아가신 분이나 보름 전에 돌아가신 분. 혹시 빈소 가보셨어요?

    ◆ 임가춘> 오늘 가고 저번 보름 전에는 갔다 왔습니다.

    ◇ 김현정> 어떻던가요?

    ◆ 임가춘> 자기 목숨이 파리 목숨이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을 경우에 이건 개죽음 아니냐. 개죽음이다 이런 말씀도 하신 분들도 계시고. 서로 조심하자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 김현정> 그래요. 우리 사회에서 궂은일을 담당해 주시는 분들인데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 그것도 이렇게 묻혀져가는 건 안 되겠습니다. 예방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손놓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습니다. 오늘 힘내시고요. 유가족들 많이 위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임가춘> 예,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광주지역에서 11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계신 분이세요. 전국연합노련 광주전남지역의 의장도 맡고 계신 임가춘 씨를 먼저 연결해 봤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의 노동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분이 계셔서요. 이분도 좀 연결해 보겠습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문길주 사무국장 연결을 해 보죠. 문 사무국장님 나와계세요.

    ◆ 문길주>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앞선 이 두 건의 사고. 언뜻 보면 운전자의 운전 미숙, 거기다가 작업자들의 부주의 이런 게 섞인 게 아닌가 하고 넘기기 쉬운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 문길주> 근본적으로 보면 환경미화원 차량이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번에 일어난 사고도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 사고가 일어났는데 이제는 동료들 간에 사인도 안 맞고 그런 부분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게 안 됐고. 차량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노동자들한테 주지가 되었어야 되는데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사진=박요진 기자)

     

    ◇ 김현정> 그러니까 오로지 그 개인, 그 운전자, 그 작업자의 부주의, 개인탓 이렇게만 몰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들이 안 좋다는 말씀을 하신 거예요.

    ◆ 문길주>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지금 청취자들 질문도 들어옵니다마는 이거 문제가 있다. 이것 좀 개선해달라 이런 요구를, 문제제기를 하면 안 되느냐.

    ◆ 문길주> 그게 환경미화원이 가로 환경미화원,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이 있습니다.

    ◇ 김현정> 가로 환경미화원이라면 거리 청소하시는 분들.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은 쓰레기 수거하시는 분들.

    ◆ 문길주> 그렇게 크게 나눠져 있는데 대부분 가로 환경미화원은 구청의 무기계약직이고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은 위탁 형태로 되어 있고. 이번에 광주에 일어난 두 건 사망사고는 다 위탁업체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입니다.

    ◇ 김현정> 거리 청소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구청 소속으로 무기계약직이니까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거라면 생활쓰레기 담당하시는 분들은 위탁업체, 용역업체 통해서 고용되는 형태?

    ◆ 문길주>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물론 노조도 결성돼 있고 이렇기는 하다고 합니다마는 강력하게 문제제기하기에는 좀 어려운 구조일 수 있겠네요.

    ◆ 문길주> 노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환경미화원들은 50인 미만, 100인 미만 이런 형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들이 아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습니다, 법에.

    ◇ 김현정> 그렇군요. 광주시가 이틀 전에 환경미화원 근로환경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 이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합동간담회도 가졌고. 나온 내용들을 좀 보니까 작업시간 후에는 편하게 쉬고 식사할 수 있도록 휴식공간을 확보하겠다. 체육행사 같은 걸 지원하겠다. 또 매립장, 음식물 자원화시설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 그리고 대용량 종량제봉투, 100L짜리 이런 것들은 좀 사용을 자제시키겠다. 왜냐하면 일하실 때 힘드시니까. 안전발판 설치하겠다. 이런 내용들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좀 도움이 되겠습니까?

    ◆ 문길주> 환경미화원들이 봤을 때 분명하게 도움은 될 거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작업발판입니다.

    ◇ 김현정> 안전발판 이제 맞게 설치해 주겠다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 문길주> 현행 어쨌든 작업발판을 설치를 하는 것이 불법인데.

    ◇ 김현정> 그래요? 어떻게 안전발판 설치가 불법입니까?

    ◆ 문길주> 사람이 탑승을 할 수가 없습니다. 뒤에 운전석 옆에는 탑승이 가능하지만.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서서 손잡이 잡고 가시는 거 다 불법이에요?

    ◆ 문길주>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경찰이나 구청에서 단속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현실적으로 그렇게 서서 붙잡고 가다가 쓰레기 넣는 식으로 하지 않으면 시간 안에 다 마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눈감아주는 것뿐이지 원래는 불법이군요.

    ◆ 문길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안전발판 설치라는 대안을 내기는 했지만 이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얘기네요?

    ◆ 문길주> 맞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환경미화원 차량은 거의 5톤 차량입니다. 그러니까 골목길이나 이런 데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손수레, 리어카 이런 걸 끌어서 (쓰레기를) 싣고 내려오는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현실에 맞는 환경미화원 청소 차량이 개발되고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이런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쓰레기 종량제를 줄인다, 이런 대책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더 큰 근로조건이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논의를 서로 함께 나눠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은 아주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근시안적인 대책만 나왔다면 장기적인 대책.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따로 또 마련되어야 될 거다 이렇게 촉구하시는 거예요.

    ◆ 문길주> 맞습니다.

    ◇ 김현정> 이대로 그냥 간다면 이런 사고 또 일어날 수밖에 없겠네요, 말씀 들어보니.

    ◆ 문길주> 또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광주 환경미화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3만 5000명이라는 환경미화원들이 다 위험에 노출돼 있고 새로 제안을 하자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바로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안전점검이나 실태점검을 한번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그 위험요소를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야만 환경미화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길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문길주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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