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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베트남학살 조사문건 비공개…"국가이익 해칠 우려"



사건/사고

    국정원, 베트남학살 조사문건 비공개…"국가이익 해칠 우려"

    내년 4월 시민평화법정 개최…'한국군 학살' 조사에 박차

    국가정보원이 베트남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군 부대를 조사한 문건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비공개' 방침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시민법정 발족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 퐁니·퐁넛학살 관련기록…"부끄러운 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이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내용(사진=캡처화면/민변 제공)

     


    준비위에 따르면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에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가 1969년 11월 민간인학살 문제와 관련해 해병대 중위 3명을 조사한 기록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해당 기록에는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주민 7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관한 사실관계가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월 미군사령부와 베트남 당국 등은 이날 마을을 지났던 해병대 청룡부대가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정이 조사한 해병대 중위들은 이 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소대장들이다.

    지난 9일 국가정보원장 명의로 통보된 비공개 사유(사진=캡처화면/민변 제공)

     


    하지만 국정원은 "해당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비공개 대상으로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준비위 집행위원장을 맡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임재성 변호사는 "국정원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면서 여전히 기록을 갖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정부의 책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그것도 50년이나 지난 자료를 비공개하는 행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갈했다.

    민변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해당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준비위 조사팀의 경우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에 대해 추가로 열람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 "시민법정 제출증거, 책임 인정할 계기될 것"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시민평화법정) 발족 기자회견'에서 준비위원들이 정부의 진상규명과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처럼 준비위는 민변 소속 변호사 12명으로 이뤄진 법률팀과 1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자로 조사팀을 꾸려 가해사실을 입증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서울에서 열리는 '시민평화법정'에 제출할 증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조사팀 간사 심아정 박사는 "베트남 현지에 피해자 단체가 없고 연구자들의 접근도 어려워 실증적인 연구가 희소한 상황"이라며 "이제껏 가해자로서의 우리 자신에 대한 연구 실적이 이처럼 희소하다는 사실은 연구자로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또 "이런 자료들을 시민법정에 제출돼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법정에서는 퐁니·퐁넛이나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으로부터 상해를 입은 베트남인 및 희생자 유가족 2~3명을 원고로, 대한민국을 피고로 심리를 벌일 예정이다. 학살의 목격자나 관련 전문가가 증인으로 채택될 수도 있다.(관련 기사 : 17.11.13 CBS노컷뉴스 움푹 팬 눈에서 눈물 뚝뚝…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그 이후 등)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시민평화법정) 발족 기자회견'에서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성 국제전범 법정'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준비위는 시민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실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준비위 법률팀장 장완익 변호사는 "형사법정이라면 명령을 지시하고 따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게 될 텐데 이보다 중요한 건 '한국군' 자체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따라서 성명불상의 한국군이 일으킨 학살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묻는 민사법정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 마음에 빚이 있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반응이 없었다"며 "정부가 민간인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먼저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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