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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軍성범죄 폭로 뒤 "女화장실 못써 탄약통에 용변"



사건/사고

    [단독] 軍성범죄 폭로 뒤 "女화장실 못써 탄약통에 용변"

    [침묵의 카르텔 군내 성범죄②] '문제아' 낙인에 각종 인권침해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여군을 대상으로 한 군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갓 입대한 여군 하사가 수년간 부대 내에서 겪어야 했던 성폭력의 실태를 따라가보면서 군내 성범죄와 인권침해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단독] 18살 '미성년' 여군 하사에게 일상화된 성범죄
    ② [단독] 軍성범죄 폭로 뒤 "女화장실 못써 탄약통에 용변"
    (계속)

    만 18세, 미성년의 나이로 입대한 여군이 각종 성범죄에 노출돼 망가질 때까지 군대는 문제를 은폐·축소하려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는 오히려 부대 내에서 눈엣가시로 낙인찍히면서 온갖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 상부 보고했지만 "발설 금지 각서 써라"

    '윤일병 사건' 직후인 지난 2014년 8월 8일, 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여군 A 씨는 2012년 9월 자대에 배치받은 직후 자신을 향해 계속되는 성범죄로 고통받았다.

    이에 A 씨는 우선적으로 타 부대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 SNS 단체채팅방 상에 음란 영상물 게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연대 주임원사는 느닷없이 해당 영상을 게시한 가해자를 불러 A 씨와 마주하도록 지시했다.

    강제 삼자대면 자리에서 주임원사는 가해자로 하여금 사과하도록 하고 A 씨에게는 '이번 일에 대해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은폐하려 한 것. 이 과정에서 A 씨는 가해자를 마주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 '문제아' 낙인찍기… '화장실 금지'에 탄약통 소변기로 쓰기도

    SNS상 성희롱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이후 A 씨는 오히려 문제제기에 대한 보복으로 부대 내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혀 온갖 인권침해를 겪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파주의 한 전방 부대로 전출 간 A 씨는 첫 회식자리에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A 씨는 대대 주임원사가 회식자리에서 "쟤 소문이 어떤 앤지 아냐"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후 각종 인권침해와 부조리가 이어졌다고 A 씨는 주장하고 있다.

    우선 "외부 손님이나 여성 면회객도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대 내 하나밖에 없는 여자화장실 키를 행정반에서 수거해 갔다. 때문에 300여 명 규모의 대대에서 홀로 여군이었던 A 씨는 용변을 볼 때마다 행정반에 보고해야 했다.

    사실상 '화장실 사용금지' 조치에 결국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탄약통을 요강으로 사용해야 하거나 건물 외부에 위치한 면회객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 "男 샤워장면 보기 싫으면 냉동고 가 있든가"

    야외 훈련에서도 인권침해는 계속됐다. 당시 지휘관이 유격장에 마련된 샤워장 문을 개방한 채 남군들로 하여금 샤워하도록 지시한 것.

    수십명의 남성들이 옷을 벗고 씻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 A 씨가 항의하자 "샤워장이 좁은데 인원이 많다"며 "정 불편하면 옆에 냉동고 안에 들어가 있으라"는 지시가 돌아왔다는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유격훈련이 진행되는 4일간 샤워시간인 3시간 여 동안 냉동고에 사실상 '감금'돼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해 한 현역 여군은 "성범죄 폭로에 대한 보복 차원의 조치인지 여부를 떠나 인권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의식조차 없는 행태"라며 "남군 중심의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라고 성토했다.

    ◇ 軍 "징계 사유 안돼" 여전히 낮은 인권의식

    지난 2014년 9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발족식 참석자들이 지휘체계에 종속되어 있는 군사법제도 개혁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결국 참다 못한 A 씨는 지난해 12월 소속 사단 감찰부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건 당사자들에 대한 내 식구 감싸기식 조치에 불과했다.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사단 감찰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부대 대대장은 사단장 경고조치를 받았고, 연대 주임원사는 연대장 경고 조치를 받았을 뿐이다.

    피해 여군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신질환까지 앓게 됐지만 관련 규정상 정식 징계를 받은 상관은 없었던 것.

    심지어 인권침해에 대한 A 씨의 신고로 경고 처분을 받은 연대 주임원사는 올해 A 씨에 대한 장기복무 면접심사에 육군본부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A 씨는 결국 심사에서 탈락해 장기복무의 꿈을 접어야 할 형편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유격 훈련장에서의 불편한 여건이나 개인적인 내용에 대해 사실로 확인했다"면서도 "당시 상황의 사실관계가 맞다 틀리다를 떠나 징계나 보직해임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화장실 금지' 부조리에 대해선 "당시 열쇠 관리 측면에서 행정반에 비치하도록 했다"며 "이후에는 열쇠를 추가로 복사해 2개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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