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이후 두 번째로 1일 오전 국회를 찾아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 연설을 했다.
시정연설에서 여야의 '손님 대접'은 극명히 나뉘었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기립박수로 환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검은색 옷에 왼쪽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단 '상복' 차림으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이들은 또 좌석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에 '방송장악 저지' '민주주의 유린' 이라고 적힌 글씨판을 붙여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대형 현수막 3장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중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북핵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등 항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빨간 바탕의 현수막에는 '북핵규탄 UN결의안 기권 밝혀라', '북 나포어선 7일간의 행적을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밝혀라'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당 의원들의 현수막 시위는 연설 중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시 30분쯤 문 대통령이 '사병의 급여를 올려 사병의 복지와 사기를 올리겠다'는 발언을 끝내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한 반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현수막을 들고 기립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제지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현수막 시위는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중진 의원들은 현수막 더 높이 들라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 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한국당의 현수막 시위에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소리는 더욱 커지는 등 대통령의 연설 와중에 여야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중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추미애 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는 입·퇴장을 포함해 모두 23번의 박수가 나왔다.
야당이지만 국민의당 이상돈, 황주홍, 최명길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은 중간중간 박수에 동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설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앞줄에 앉은 국무위원들과 먼저 악수를 한 뒤 옆으로 이동하며 바른정당, 국민의당, 민주당 의원들을 거쳐 한국당 의원석으로 이동해 악수를 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자유한국당 의석을 가장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 과정에서 현수막을 들고 서있던 한국당 김도읍 의원등은 한 손은 현수막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악수에 응하는 다소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장면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대통령의 '악수 순방'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큰 목소리로 "화이팅입니다"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약 38분간 이어진 시정 연설에서 '국민' 70회, '경제' 39회, '일자리'는 13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란색 넥타이에 왼쪽 가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뱃지를 단 감색 양복을 착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색 양복과 넥타이는 5월 10일 취임식 때 착용한 옷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신 것'으로 보면 된다"며 "평창올림픽 뱃지는 올림픽 개최 100일을 남겨두고 성공을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