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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소녀시대' 혜주 괴롭히던 '밉상 반장', 이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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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제리 소녀시대' 혜주 괴롭히던 '밉상 반장', 이봄을 만나다

    [노컷 인터뷰] '란제리 소녀시대' 박귀자 역 배우 이봄 ①

    지난 3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박귀자 역을 맡은 배우 이봄 (사진=MBG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봄과의 만남은 사실 조금 늦었다. 모범생이지만 질투심이 많아 후반부로 갈수록 밉상 짓에 열중했던 규율반장 박귀자 역으로 활약한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지난 3일 종영했기 때문이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왈가닥 천방지축이지만 동시에 감성적이고 여린 면을 지닌 이정희(보나)를 중심으로 1970년대 후반 대구 소녀들의 성장통과 사랑을 담은 드라마다.

    이봄은 "반장,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는 별로. 모범생"이라는 한 줄 소개와 17번째로 이름이 등장하는 조연이었지만 귀자의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애썼다. 대구 출신이라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사투리를 구사한 것도 캐릭터를 '살렸다'.

    드라마에 처음으로 고정출연하면서 "연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했구나!" 하는 기분 좋은 흥분을 느꼈다는 배우 이봄을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너무 늦었지만 '란제리 소녀시대' 종영소감 부탁한다.

    드라마 고정출연은 처음이었어서 하게 됐을 때부터 되게 설렜는데 끝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했다. 드라마 분위기 자체가 밝고 하다 보니까 촬영이 늦게 끝나더라도 다들 밝았고 누구 하나 불평하는 게 없었다. 종방연까지도 너무 행복하게 했었다.

    ▶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는 드라마였다. 보았나.

    찾아보려고 하니 절판됐더라. 정보를 보니 저희 드라마랑 (내용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드라마가 좀 더 해피해피했던 분위기였다.

    ▶ 박귀자는 출연진 가운데 17번째로 이름이 나와 있더라. 배역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오디션 때는 귀자 역할로 본 건 아니었다. 나중에 귀자가 됐을 때도 정보가 거의 없었다. 시놉시스에도 (설명이) 별로 없었다. 1, 2회 대본에서 규율 지키는 반장이고 앞장서서 뭘 한다 정도로만 있었다. 거기에 기본을 두고 연기를 했는데 점점 뒤로 갈수록 어떤 행위를 저지르는 거다. (웃음)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래서 앞에 보여줬던 모습과 튀지 않게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봄은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전교 1등 모범생이었으나 모의고사 전국 1등 혜주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못된 짓을 저지르는 규율반장 박귀자 역을 맡았다. (사진='란제리 소녀시대' 캡처)

     

    ▶ 떠드는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장면으로 등장하는 씬이 인상적이었다. "이름 싹 다 적어뿐다!", "조용히 해라잉~" 할 때 발성이 좋더라.

    어릴 때는 제가, 말도 못하고 진짜 내성적이었다. 그래서 말을 해도 옆에선 '뭐라고?' 이럴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연기학원에서도 배우고, 대학 가서 연극 전공하면서 발성 발음 훈련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도 발성 좋다고 칭찬받았다. (웃음) 생각지 못한 큰 에너지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드라마 끝나고 나서야 '아, 이런 게 내 장점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 박귀자는 6회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밉상' 캐릭터로 굳어진다. 극중 혜주 아버지(조덕현 분)가 빨갱이라는 소문이 돌자 혜주(채서진 분) 소지품에 '빨갱이는 물러가라!'라고 적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질투심에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가 얼마나 이해됐는지 궁금하다.

    (제가 생각한 귀자는) 1등이고, 규율반장, 선도부장, 반장 다 할 만큼 욕심이 많았다. 애들이 뭘 하든 나한테 방해만 안 되면 신경 안 쓰는. (드라마에서) 질투심에 못된 짓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인정을 못 받고 노력한 만큼보다는 실력이 안 되는, 강한 사람에겐 약해지고 약한 애들한테만 강한 모습을 잘 살리려고 했다. 대본을 여러 번 읽었다. 어느 정도 (제 연기를) 만들어 놓고 현장에 갔지만 분위기에 따라 달라졌다. (바뀌는 부분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다 잘 채워주셨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나와서 모든 대화를 하고 들어가는 반면, 드라마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게 재밌더라.

    ▶ 아무래도 197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보니 화장기도 거의 없고 머리도 똑단발이었다. 예뻐보이는 걸 포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귀자 역할을 봤을 때 단발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제안 받았을 때 바로 잘랐다. 머리카락을 30㎝ 잘랐다. 10년 동안 기른 거긴 한데 홀가분했다. 어떤 역할 맡을지 몰라서 두었는데 이번에 기부도 하게 돼서 좋았다. 예뻐보이는 건 그런 역할을 맡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귀자 역할에서 예뻐보이려고 하면 연기가 어색해지지 않을까. 연기를 잘하면서 예뻐보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겐 못 했다. (웃음) '죄 많은 소녀' 할 때도 눈썹도 안 다듬었다. 피부톤 정도만 정리하고 머리 드라이도 안 하고 입술도 안 바르고. 영화 보시면 (웃음) 부스스하다.

    ▶ 또래 배우들이 유난히 많은 촬영장이었을 것 같다. 다른 연기자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영화) '죄 많은 소녀', '소녀괴담'부터 '란제리 소녀시대'까지 또래 분들이 많았다. 그러면 빨리 친해진다. 수다 떨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니까 분위기가 되기 화기애애하다. 어두운 (분위기의) 장면 찍어야 되는데도 너무 화기애애해서 문제가 있던 적도 있다. 많이 같이 찍진 않았지만 선배님들도 너무 좋았다. 촬영이 없어도 일부러 현장에 갔다. 선배님들 연기 보고 싶어서. 보기만 해도 공부가 되잖아요.

    지난 3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사진=FNC애드컬쳐 제공)

     

    ▶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연기 조언을 받은 적이 있는지.

    이번엔 전혀 없었다. 김재화 선배님(교련 역)과 많이 붙으니까 여쭤보기는 했다. 감초 연기 너무 잘하시고 아이디어도 많으셔서 선배님과 같이 하는 게 되게 좋았다. 같이 엮이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너무 재밌었다. 너무 부드럽고 좋으시고 편하게 해 주신다. 이번에 '마녀의 법정'('란제리 소녀시대' 후속 KBS2 월화드라마)에도 나오시는데 거기선 또 완전히 다른 역할로 나오신다.

    ▶ '란제리 소녀시대'는 소녀들의 솔직하고 순수한 감정을 잘 표현한 드라마였다. 특히 공감되는 대사나 장면이 있었을까.

    저는 귀자 역할로 거기에만 집중을 했으니까 (귀자의 언행에) 다 공감이 갔다. 그러니까 제가 연기를 할 수 있었겠죠? (웃음) 공감하도록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혜주가 바로 뒤에 앉아있지 않나. 전국 1등이 와서 질투심 나는 귀자의 모습이 너무나 이해되고 공감됐다.

    ▶ '란제리 소녀시대'에 나오는 캐릭터 중 본인 학창시절과 가장 가까웠던 캐릭터는 누구였나.

    정희요. 공부 열심히 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노는 걸 좋아했다. 고1 때 제가 (극중 정희처럼) 공부를 한 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3주 진짜 열심히 공부만 했다. 인강 듣고 문제만 계속 풀었더니 등수가 십 몇 등이 올랐다. 드라마에서도 정희가 성적이 오르지 않나. 시놉시스 봤을 때도 정희 얘기에 공감이 갔다. 게다가 대구 출신이고, 제가 정화여고를 나왔는데 소설 속에서는 여고 이름도 정화여고였다. 오빠랑 쌍둥이인데다가. 그래서 '뭐지, 이거?' 했다. (웃음) 물론 귀자 캐릭터 맡고 나선 귀자에만 집중했지만. (학창시절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한테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1등 한 번 하니까 내려오기 싫더라' 하는 말을 들었고, (귀자 연기할 때) 그 친구를 생각했다.

    ▶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주인공 정희를 비롯해 열여덟 소녀들의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 이야기도 등장한다. 본인도 그런 경험이 학창시절에 있었나.

    아, 많죠. (웃음) 여기 좋아했다 저기 좋아하고 그래서 별명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였다.

    (사진=이봄 인스타그램)

     

    ▶ 극중 배경이 1979년 대구다. 대구 출신이라 편했을 것 같다.

    저와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이 그('란제리 소녀시대') 오디션을 진짜 많이 봤다. 저한테 (사투리를) 물어봐서 과외도 해 줬다. (과외해 준) 친구랑 오디션장에 같이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친구가 저를 '사투리 선생님'이라고 한 적이 있다.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되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맛깔스럽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70년대 배경이다 보니, 엄마에게 많이 여쭤봤다. (엄마가) 그때 학창시절을 보냈으니까. 미세한 차이가 있더라. 우리는 선생님을 '쌤'이라고 불렀는데 엄마는 '쌤예~', '쌤요~' 이러셨다.

    ▶ 평소 댓글 반응을 보는 편인가.

    실시간 댓글 올라오는 거 친구들이 보여줘서 봤다. 사투리 칭찬이나 귀엽다는 반응이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얄미워지고 나서는 "얄미워 죽겠다!", "또 나왔어!" 이런 반응이 나왔다. 기분 안 나쁘냐는 소리도 들었는데 오히려 너무 재밌었다. (얄밉게 보였다면) 제가 제대로 했나 보다 싶어서. 드라마 보면서 계속 낄낄거렸다. 바로바로 반응을 볼 수 있는 것도 드라마의 매력인 것 같다.

    ▶ 가족들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영화에 많이 나오다 드라마에 나오니까 친구들은 실시간 댓글 찾아서 카톡 보내줬고, 어머니 아버지도 항상 본방사수하시고 캡처를 보내셨다. 그 회에 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엄청 오래 얘기 나누고. 엄청 좋아하셨다. 부모님 주변 분들에게도 반응이 바로바로 왔다. 친척들한테도. 뭔가 제가 연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좀 기쁘게 했구나!' 하는 걸 이번에 되게 많이 느꼈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나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네, 하는 자극이 됐다.

    ▶ 간간이 보이는 배경이 예뻤다. 어디어디에서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학교는 세트장이고 운동장은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고 도로는 합천드라마세트장도 있고 그랬다.

    ▶ '란제리 소녀시대'는 4%대의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일단 방송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유가 뭐였을까.

    요 근래에 잘 없는 그런 분위기의 드라마였던 것 같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노컷 인터뷰 ② 바쁜 한 해 보낸 배우 이봄 "액션, 운동선수 연기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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