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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여은, 암 환자로 죽는 드라마 결말에 더 울컥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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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여은, 암 환자로 죽는 드라마 결말에 더 울컥했던 이유

    [노컷 인터뷰] '언니는 살아있다' 구세경 역 배우 손여은 ①

    지난 14일 종영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구세경 역을 맡은 배우 손여은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지난 14일 종영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는 장서희, 오윤아, 김주현, 다솜 등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손창민, 박광현 등 남성 악역도 만만치 않았으나,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역시 희대의 악역 양달희(다솜 분)의 최후였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던 또 다른 축은 구세경(손여은 분)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출연진 소개에서 12번째로 나와 있을 만큼 초반만 하더라도 '주요 배역'으로 예상하기 힘들었던 구세경은 많은 악행을 저지른 악역이었다.

    후계자 경쟁에서 남동생 구세준(조윤우 분)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늘 경계심을 갖고 있고, 자신의 야망 때문에 공룡그룹의 비자금을 축적하며, 아버지 반대를 꺾고 조환승(송종호 분)과 결혼해 놓고 딸의 가정교사로 온 김은향(오윤아 분)의 남편 추태수(박광현 분)과 불륜 관계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김은향의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씻지 못할 과오를 저질렀고, 자신의 앞길을 막는 사업 경쟁자 설기찬(이지훈 분)을 없애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구세경을 동정하거나 연민의 마음을 품었다. 다른 악역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잘못을 비교적 일찍 깨달았고, 늦게나마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방암 말기 환자라는 시한부 설정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손여은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연 있는 악역으로 '언니는 살아있다' 최고의 수혜자라는 찬사를 듣는 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 아직도 낯선 듯했다.

    ◇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무릎에서 눈 감는 결말… "아름다웠다"

    구세경은 원수지간이었다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는 김은향의 무릎에서 마지막을 맞는다. "너무 좋다, 김은향. 저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 보이고, 하늘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내 친구 다리도 엄청 편하고…"라는 말이 숨을 거두기 전 구세경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손여은은 친구 무릎에서 죽게 되는 결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시한부로 살면서 죽는 장면이 나올 테지만 어떻게 결말을 열어주실까 하는 건 잘 몰랐다"면서도 "만족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구세경의 죽음은 좀 더 빨리 드러날 예정이었다. 68회 중 35~40회 정도에. 그러나 극 흐름상 조금 늦어졌다고. 손여은은 구세경이 시한부라는 결말은 시놉시스에서부터 나타나 있었다고 부연했다. 죄가 많으니 "당연히 벌을 받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SBS '언니는 살아있다' 최종회에서 구세경은 가장 좋아하는 친구 김은향의 무릎에서 눈을 감았다.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처)

     

    손여은은 "무릎에서 죽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결말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죽는 방법도 여러 가지일 텐데, (제 죽음은) 너무 아름다운 죽음이었던 것 같다. 대본 보고도 슬펐다"고 말했다.

    서로의 남편과 얽히고 자식 죽음 문제까지 연결되면서 '원수'라고 보는 것이 무방했던 은향-세경은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탄탄한 서사가 더해졌다. 은향이 대학생 시절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차비를 주어 죽음에서 면하게 해 주었다든가 하는 과거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드라마 한 회분이 끝나면 '은향세경' 검색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 일쑤였고, 팬들 사이에서는 '김순옥 작가가 대놓고 밀어주는 커플'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저희가) 호흡이 잘 맞았으니까 되게 좋아해 주셨겠죠. 마지막에 훈훈하게 마무리가 잘 됐다. 서로 한 집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미워하는 관계여야 하지 않나. 은향도 '성가셔 죽겠어' 이러면서도 츤데레처럼 챙겨주고 저도 아닌 척하면서 챙겨주는 게 현실 속에서 되게 힘든 것이지 않나. 그런데도 (이처럼 잘 지내는 모습을) 바라던 분들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니까 만족스러웠다."

    벌써부터 막강한 베스트커플상 후보라는 말이 나오자 손여은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저는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 기대도 안 했기 때문"이라며 "어쨌든 사람들은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처음 맡는 '본격 악역', 손여은이 신경 쓴 것들

    손여은의 인생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가져다 준 구세경 역은 그동안 도전해 보지 않았던 역이었다. 처음에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는 게 손여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순옥 작가와 최영훈 감독은 손여은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김 작가는 "세경이가 잘할 것 같아. 모 재벌가의 고급스러운 느낌? 그렇게 표현하면 잘할 것 같아"라고 했고, 최 감독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구세경의 패션 스타일 (사진=SBS PD노트)

     

    손여은은 "이번에 이런 역할을 했으니까 다음에도 비슷한 걸 해야지, 이러지 않는다. 도전하는 걸 재밌어 하는 스타일"이라고 부연했다.

    유난히 여성 캐릭터 가운데 악역이 많았던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뜻밖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구세경. 손여은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저는 처음부터 다 가진 자의 캐릭터였다. 내가 항상 제일 위에 있다. 다솜이(양달희 역) 같은 경우는 살아남기 위해서 돈과 권력을 쫓아가는 캐릭터였다면 저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갖고 놀기도 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다솜이랑 연기할 때는 '네가 감히?', '너 따위가 감히?' 이런 대사가 많았다. (웃음) 저한테는 감히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계화언니(양정아 분)은 저희집 도우미였잖아요. 그런 도우미한테 제 권력을 뺏길 위기까지 와서 너무 흔들리는 장면도 있지만, 공룡그룹 장녀의 자존심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사이다 역할을 하면서 저도 흥미로웠고 보시는 분들이 통쾌해하기도 했다."

    외모적으로도 신경을 썼다. 강하거나 센 인상이 아니어서 초반 메이크업은 훨씬 더 진했다. 손여은은 "얼굴에 워낙 악역 이미지가 없으니까 메이크업을 좀 더 세게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다가 점점 제게 맞는 스타일로 왔다"고 설명했다.

    ◇ 죄를 뉘우친 구세경, 손여은은 얼마나 공감했을까

    구세경은 전형적인 악역과 달리 잘못이 비교적 빨리 밝혀졌다. 동정론이 빨리 일게 된 이유다. 손여은도 '이유가 없는 캐릭터는 없다'는 마음으로 구세경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손여은은 "표면적으로 (이해할 만한 부분이) 안 보여도 그걸 찾으려고 연구하는 스타일인데, 세경이한테도 찾을 수 있었다. 많이 외롭고 불쌍하더라. 측은지심이 있었다"며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하니까 당연히 미워하실 줄 알았는데 제 감정을 따라와 주셔서 보람 있었다. 동정표도 많이 받았고"라고 말했다.

    배우 손여은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구세경은 드라마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한결 나아진 사람이 된다. 그동안 저지른 죄를 덮을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이렇게 악역이 깨달음을 얻고 새 모습을 보이는 설정에, 손여은은 공감할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그는 재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마찬가지로 암으로 죽는 결말의 대본이 결코 쉽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손여은은 "악하던 사람이 바뀌는 걸 제가 곁에서 본 건 아니지만, 사람이 죽음 앞에서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보게 되지 않나. 세경이가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쭉) 나쁘게 살았다면 그게 더 큰 반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들레(장서희 분)를 엄마로 착각하고 얘기하는 장면이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며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눈물이 나더라, 보자마자. 아프신 분들, 시한부 살고 계신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분들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아버지 생각도 나고… 아빠 마음이 이랬겠구나 싶어서 제게 더 값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실제 성격은 구세경과 딴판… "저는 똑부러지지 못해요"

    구세경은 포커페이스가 일품인 캐릭터였다. 내상을 입어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이 익숙하고, 똑똑하며 차가운 인물이었다.

    손여은은 "저는 똑 부러지지 못해요. 되게 잘 흘리고 다니고 잘 까먹고 빈틈이 많다. 완벽하게 다 하시는 분들 부럽다. 전 그렇지 못하다"라며 "(구세경은) 계속 화가 나 있어야 하니까 어려웠던 게 많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남편(송종호 분)이랑 만나면 싸우는 씬만 있어서… (웃음) 회사에서는 맨날 화내고 명령하고. 압박을 받아서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하지만 그런 척 안 하려고 했고. 처음에는 화가 안 났다, 화가 나야 되는데. (웃음) 그래서 계속 이유를 찾으면서 하다 보니 진짜 득음했다. 현장에서 '세경이 득음했어!' 이러기도 했다. (웃음) 평소에 소리를 잘 지르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런 역할도 안 해 봤다. 안 해 본 걸 하면서 느낀 부분도 많다."

    주변에서도 180도 다른 구세경 역할을 소화하는 손여은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단다. 드라마를 찍고 있을 때 오는 연락의 대부분은 "너 괜찮니?"였다. 평소 손여은을 잘 아는 사람들은 소리 지르는 씬을 비롯해 '센 연기'가 반복되다 보니 힘들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는 "저희 엄마도 놀랐다고 하셨다"고 웃으며 "근데 '내 딸 멋있어!' 하고 좋아하셨다. 처음에는 악역이라 혹시 안 좋은 소리 들을까봐 걱정 많으셨는데…"라고 덧붙였다.

    손여은에게 평소 성격이 어떤지 묻자 "자연스러운 푼수 같은 모습도 제게 있지만 일상에서는 좀 차분한 편이다. 제가 먼저 (누군가를) 리드하거나 사교성 있게 구는 성격이 못 된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혼자서 뭘 하는 걸 좋아했다. 혼자 영화 보고, 음악 듣고"라고 답했다.

    (노컷 인터뷰 ② 손여은 "여성팬 특히 많아져… 저 좋아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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